기획/대담

[인터뷰] “선교는 은혜를 누리는 빚진자의 축복”

케냐에서 선교활동 중인 공인현 선교사

공인현 선교사
(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공인현 선교사

공인현 선교사는 지난 2002년부터 케냐에서 선교사역 중이다. 케냐로 떠나기 전에는 기독교 선교단체 ‘예수전도단 캠퍼스워십'의 전신인 서울대학사역 찬양인도자로 활동했다. 게다가 모태신앙이다.

이렇게 ‘반듯한' 이력과 달리 공 선교사는 남다른 아픔을 겪었다. 대학 재학시절(경남대 음악과)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시국사건에 연루됐었다. 이로 인해 그는 공안당국에 불려가 고초를 치러야 했다. 공 선교사는 그때를 떠올리면서 아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신앙은 그의 아픔을 이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그는 찬양사역자로 활동하면서 라이브 워십 앨범 1, 2집을 냈다. 그는 수익금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선교사를 돕는데 썼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해 5월 ‘아버지의 나라' 3집 앨범을 내는가 하면, 집회 및 강연으로 분주히 한국과 케냐를 오간다.

공 선교사는 뜻밖에 기자를 2주 일정으로 케냐로 초청했다. 방문 일정 동안 현장을 아무 꾸임없이 보여주며 선교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했다.

Q : 독자를 위해 선교사역 현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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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마사이 공동체 교회에서 설교 중인 공인현 선교사. 마사이 공동체 교회는 지역 공동체와 밀착돼 있다.

공인현 선교사(아래 공 선교사) : 아프리카 최대 슬럼가인 키베라에서 2003년부터 학교급식사역과 에이즈 가정 사역을 하고 있다. 같은 해 남수단 접경지역인 투르카나현의 나남 마을에서 긴급 구호사역을 시작했다. 마사이 부족이 사는 넨토나이 지역에서 2006년부터 학교 및 교회를 세우고 지역공동체를 섬겨왔다.

Q : 선교지 가운데 투르카나 지역은 위험이 많이 따를 것으로 본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공 선교사 : 투르카나로 가려면 편도 1,000km를 달려야 한다. 투르카나 현은 케냐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지역이고, 오가기 쉽지 않다. 특히 480km의 길은 망가진 상태다. 차량 고장은 물론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 무장강도 사건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투르카나 사역을 하면서 두 번 정도 강도사건 발생 현장을 비켜간 적이 있었다.

Q : 선교사역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이 있다면?

공 선교사 : ‘공동체성 회복'이다. 더불어 살고 공유하는 나눔 공동체를 실천하고 싶다. 지금 하는 모든 선교활동은 바로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Q : 선교사 파송 이전과 지금, 스스로 변화했다고 보는가? 혹시 신학적 입장에서 변화가 일지는 않았는가? 변화를 이끌어 낸 동기는 무엇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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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마사이 공동체 교회 예배 모습.

공 선교사 : 선교사 파송 이전 국내에서도 규모를 알아주는 선교단체서 활동을 해왔다. 2002년 이곳 케냐로 왔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드는 생각이라면 ‘나는 수술대에 오른 환자'라는 느낌이다. 선교활동 이전에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선교활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교사가 되고난 뒤 새롭게 깨닫게 됐다. 선교지는 사역을 통해 내 안에 있는 누룩과 교만을 깨뜨리고 성찰하는 축복의 현장임을 말이다. 지금도 나는 현지에서 사귄 친구들을 통해 매 하나님을 알아가고, 또 배워가고 있다. 선교를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내가 돕는 것이 아닌, 값없이 주신 은혜를 누리는 빚진자의 축복이다."

Q : 현재 한국교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교회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도 썩 곱지 않다. 한국교회의 어려움이 선교사역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공 선교사 : 난 교단파송 선교사는 아니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어려움이 직접적으로 선교활동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교회의 수준이 선교지 수준과 상관관계가 깊다. 이런 이유로 한국교회에 만연한 성공신앙, 번영·기복신앙, 세대주의 종말론 같은 기독교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고, 변질된 세계관이 영향을 미칠까 염려한다.

※ 공 선교사는 한국에 올때마다 틈틈이 광화문 세월호 광장을 찾아 피켓 시위를 벌인다. 또 SNS를 통해서는 한국교회의 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로 인해 수난을 감수해야 했다. 예정했던 교회 초청 강연이나 집회가 잇달아 취소된 것이다. 이로 인해 사역을 위한 재정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Q : 현재 가장 큰 고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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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공인현 선교사는 아프리카 최대 슬럼가인 키베라에 학교를 세웠다. 학교 아이들에게 급식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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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투르카나 나남 마을을 찾은 공인현 선교사가 원주민 아이들에게 안수기도를 하고 있다.

공 선교사 : 가장 큰 고민거리는 나 자신의 내면이다. 사실 내면이야말로 가장 치열한 영적 전쟁터 아닐까? 한 예로 이른바 ‘갑을' 관계는 인간의 타락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갑을 관계가 선교현장에도 드러날 수 있다. 선교사가 주입하고, 관리·지시하려는 태도를 취할 수 있고 나 자신 이런 태도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에 매순간 나의 존재와 정체성을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 즉 선교활동에 소요되는 예산, 두 아들을 키워야 하는 아버지로서의 책임감, 노후대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등도 고민거리다. 이런 고민 역시 나의 내면과 관련 있다. 왜냐면 이런 두려움과 고민은 나 자신이 탐욕과 우상에 젖었다는 의미니까. 나 자신 많은 축복과 부요함을 누리고 있는데, 이를 망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결론은 고민의 출발점은 나 자신이다.

Q : 선교사역 중에 당장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말해달라.

공 선교사 : 아무 목표가 없다. 그저 매순간 빚진자된 삶의 은혜를 실제적으로 나누고 싶다. 어쩌면 선교지에서 알게 된 현지인들과 친구로 함께 사는 것이 꿈이 아닐까? 때가 이르면 그 어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슬처럼 살고 싶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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