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계의 유쾌한 도발, 배송희 목사가 ‘러브 레볼루션’이라는 타이틀로 화이트데이 콘서트를 14일 저녁 8시 압구정 클럽 L에서 열었다. 콘서트에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400명이 넘는 연인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연인간의 사랑 ‘에로스’와 하나님의 사랑 ‘아가페’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번 콘서트는, 그리스도의 문화가 ‘이렇게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공연 때 미니드레스를 즐겨 입는 배송희 목사는, ‘화이트’ 데이를 맞아 하얀 미니드레스에 머리에 하얀 코사지를 달고 무대로 나왔다. 교회에서 그런 복장의 목사가 강단 위에 섰다면 당장 분위기가 술렁거렸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는 압구정 클럽 L. 배 목사의 깜찍한 복장은 젊은이들의 마음 문을 열었고, 연인들은 달콤한 러브송이 빨리 흘러나오기를 기대했다.
▲ 배송희 목사의 화이트데이 콘서트가 14일 저녁 8시 압구정 클럽 L에서 열렸다 ⓒ이지수 기자 |
그러나 배 목사는 첫 곡으로 ‘복음을 살자’라는 너무도 기독교적인 곡을 택했다. ‘복음을 살자, 예수처럼 살자,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그렇게 바둥대니’라는 가사가 도무지 화이트데이와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흥겨운 리듬을 타고 참석자들의 몸을 들썩거리게 했다.
그가 러브송으로 택한 곡은 ‘첫 사랑’. 그의 히트곡 ‘내가 꿈꾸는 그곳은’(드라마 일지매 OST에 삽입되기도 했던)처럼, 직접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는 않지만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사랑의 충만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팝, 대중가요도 공연돼 흥겨운 분위기를 돋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Hound dog’에 맞춰 디스코를 추는가 하면, 특별게스트로 초대된 MC몽이 ‘서커스’를 열창하며 ‘찬 바람 불면 내게 와 줄래~’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흥겨운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갑자기 배 목사가 기타를 들고 분위기를 잡는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그리운 느낌 가득한 곡, ‘내가 꿈 꾸는 그곳’을 잔잔하게 부르자 장내가 조용해진다. 그러다 간주도 없이 ‘거기 너 있었는가’, ‘웬일인가 내 형제여’ 같은 십자가 찬양으로 넘어가더니, 다시 ‘내가 꿈 꾸는 그곳’으로 돌아와 곡을 맺는다. 배 목사는 “’내가 꿈 꾸는 그곳’에는 방금 부른 그 찬양이 들어가야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예수님은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셨죠”라고 멘트했다.
이어 ‘빛으로 나아오라’, ‘성령으로 내 영혼’ 등 찬양을 내리 부른 뒤 “오늘 화이트데이, 순백의 그리스도의 사랑이 여러분의 마음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서로 사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멘트로 콘서트를 맺었다.
이날 콘서트에는 넌크리스천도 많았다. 참석자 중 윤영선 씨(25, 서울)는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오늘 콘서트가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 이승환 씨는 “술이나 세상적인 다른 것으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지연 씨(28, 음성)는 “교회에 다니는 친구가 가자고 해서 왔다.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콘서트를 좋아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배송희 목사는 지난달 14일 발렌타인 콘서트, 이번엔 화이트데이 콘서트를 열며 새로운 스타일의CCM 문화를 개척하고 있다. 일련의 콘서트가 ‘그들만의 축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CCM계가 간절히 바랐던 목표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