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부활절 설교]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라 - 1

안산 화정감리교회 박인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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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지난 해 부활절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는 안산 화정감리교회 박인환 목사.

3월27일(일) 부활주일 새벽 세월호안산합동분향소에서는 안산 지역에서 뜻을 같이하는 교회들이 교파를 초월해 아직도 고통 당하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드리는 부활절새벽연합기도회"를 드렸다. 이날 설교는 안산 화정감리교회 박인환 목사가 맡았다. 박 목사는 지난 해 부활주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드려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부활절 연합예배' 설교를 맡아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한국교회를 질타한 적이 있었다.

박 목사의 설교 전문을 두 번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예루살렘으로 가라"
누가복음 24:13~35

작년 부활절 광화문에서 "갈릴리로 가라"는 제목의 설교를 하였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일 먼저 가신 곳이, 당신이 제자들을 부르시고 주로 활동하셨던 곳, 소외된 자들이 모여 있는 갈릴리였습니다. 그러므로 부활의 예수님을 만나려면 예수님이 가신 갈릴리로 가야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오늘은 "예루살렘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제목으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갈릴리(변방)와 예루살렘(이스라엘의 중심)은 서로 대비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부활의 예수님이 갈릴리로 가시면서 "거기서 나를 만날 수 있다"고 하신 것이나 엠마오를 향하던 제자들의 발걸음을 예루살렘행으로 바꾸신 것에는 같은 뜻이 있다고 믿습니다.

한 사람의 성품이나 생각은 그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읽은 말씀은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을 목격한 두 제자가 엠마오로 향하여 가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이후 예수님의 부활의 소식을 듣기는 들었으나 믿지 못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을 떠나 예루살렘에서 이십오리 떨어진 엠마오로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목격하고 주님을 잃은 것에 크게 낙심하여 슬픔과 절망에 빠져 (예수님을 죽게 한) 죽음과 공포의 땅, 십자가가 있었던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를 향하여 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 희망을 두었던 그들의 마음은 이제 싸늘히 식어있었으며, 그들의 발걸음은 낙심과 슬픔의 발걸음이었습니다.

그러한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찾아오셔서 만나주시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 주시고 성경 말씀을 상기시키며 가르쳐주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전해들은 두 제자의 가슴이 뜨거워지고 소망과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들은 곧 엠마오로 가던 발걸음을 되돌려 자기들이 버리고 도망쳐 떠나온 비극과 슬픔과 절망을 경험했던 땅, 예수님이 십자가 지시고 죽어서 더 이상 소망이 없는 땅이라고 생각하였던 예루살렘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슬픔과 절망에 빠져있던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을 만나 "우리가 부활의 주님을 보았다"고 전하였습니다.

슬픔과 낙심에 빠져 절망한 엠마오도상의 두 제자를 만나 주신 주님,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시고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셨던 그 주님은 오늘 이 새벽에 이곳에 있는 우리에게 찾아오십니다.

누가 그랬습니까? "세월호유족들의 아픔에는 공감하고 위로해야 하지만 그들을 우상시하여 언터처블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입다. 누가 억울한 일을 겪고 슬픔 당하고도 위로받지 못하고 절망하며 넘어져있는 세월호유족들을 우상시했다는 말입니까?

백성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들의 기득권유지에만 급급하는 정치권이, 정권에 장악 당한 언론이, 심지어 예수를 잃어버린 교회마저 - 세월호가족들을 마치 화성이나 금성에서 온 이상한 사람들 취급하며 멀리했을 뿐 아니라 마치 접촉해서는 안 되는 불가촉천민 취급을 하지 않았던가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교회가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제대로 말하지 않는 이상한 분위기가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독일사람들은 자기들이 역사적으로 세 번의 큰 비극적 실패를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1.나폴레옹에게 14년간 점령당한 것.
2.세계제1차대전 (패전)
2.세계제2차대전 (패전)

그런데 독일의 3가지 비극(실패)의 밑바닥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흐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가 메시야라는 믿음이 옅어지고 국가사회주의 같은 것이 자기들의 메시야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둘째, 가치의 표준이 양심이 아니라, 국가권력, 부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쉽게 표현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구세주라는 생각보다는 세상의 권력이나 돈이 자기들을 구해주고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생각했을 때마다 독일에 비극이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나는 세월호참사 이후 2년 동안, 독일인들이 경험했던 비극적 상황이 우리와 멀지 않다는 무서운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생각은 세월호참사를 대하는 정부나, 국민들, 그리고 교회의 대처내용을 보면서 느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한 생명이 천하보다도 귀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300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엄청난 참사에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무섭습니다. 우리나라가 5천년 동안 비극적인 일을 너무 많이 겪어 오면서 무뎌져서인지 백성들은 ‘그저 늘상 있는 일'처럼 치부하는 것 같아 무섭습니다. 희생자가족을 위로하고 아픔을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것이 이웃으로서 마땅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너무나 건조한 목소리로 "이제 그만하라. 그만큼 했으면 됐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했습니까?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어요.

책임져야 할 자들은 그저 빨리 지워버리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 권력과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매스콤을 이용해 백성을 선동하고, 백성은 그들의 선동에 손발을 맞추고 있는 모습 아닌가요?.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외치고 실천함으로써 세상을 선도해야 할 교회마저도 세월호유족들에게 주홍글씨를 붙이는 모습을 보여 오지 않았습니까?(물론 이곳에 모인 교회나 성도 여러분은 그렇지 않지만 한국교회의 주류라고 자처하는 대형교회와 목사들이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권위주의가 힘을 더해가고 있으며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며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증대되고 있는 비극적인 현상을 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살아있으면, 멸망을 향해 가는 사회라 하더라도 구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오늘 한국교회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한국교회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엠마오로 가는 발걸음입니까? 아니면 예루살렘으로 가는 발걸음입니까?

아픔과 고통이 있는 곳을 피해 자기안일을 위해 가는 것이 엠마오로 가는 발걸음이고, 아픔과 고통이 있는 곳을 향해 가는 것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발걸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통의 자리는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발걸음을 소외된 자, 고통당하는 자들이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힘 있는 자와 부자를 찾아다니지 않으셨습니다. 소외된 자, 병든 자, 절망하여 쓰러져있는 자를 찾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의 발은 항상 아픔이 있는 곳, 눈물이 있는 곳, 탄식소리가 있는 곳에 머무셨습니다.

오늘도 이곳 세월호 안산분향소에는 슬픔보다 더 큰 분노와 절망에 싸여 쓰러져있는 유족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안산시기독교연합회는 여기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예배당 안에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주님께 예배드리는 데, 어디서 예배를 드리면 어떻습니까? 하나님은 어디서나 우리의 예배를 받으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이 어디에 머무르고 있으며 우리의 발이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는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오늘 부활절 새벽에 이곳에 찾아오신 여러분의 발걸음은 복되고 귀하다고 확신합니다. 여러분, 꼭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는가, 여러분의 발이 어디에 머무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의 발걸음이 실의에 빠져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의 발걸음 같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발걸음은 부활의 예수를 만난 자의 발걸음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죽어서 절망했는데, 그 예수님이 부활하신 겁니다. 부활의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마음이 뜨거워졌고, 자기의 안위를 위해 가던 엠마오를 향하던 발길을 예루살렘으로 돌렸습니다.

부활의 예수를 만난 제자들은, 십자가 지고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세상에서 가장 슬펐던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있는 예루살렘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발을 동동구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21세기에 가장 슬픈 엄마.아빠들이 슬픔과 고통과 절망으로 주저앉아 있는 이곳 세월호분향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우리 주님의 뜻에 순종한 것입니다.

또 예루살렘은, 메시야왕국의 꿈을 잃어버린 채 절망하며 두려워 떠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엠마오로 피하여 가던 두 제자는 제자들에게 "과연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우리가 그 분을 만났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열 한 제자들을 만나보니 이미 부활의 주님이 시몬을 만나신 후였습니다. 부활의 주님은 그렇게 슬퍼하고 낙심하고 있던 자들을 찾아와 만나주신 것입니다. 엠마오로 가던 길을 돌이켜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두 제자와 예루살렘에 남아있던 열 한 제자가 공유한 것은 예수부활의 소식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 하나님이 죽음을 죽인 사건입니다. 대제사장들, 로마정권은 예수를 죽임으로 모든 것이 끝나고 자기들이 이긴 것으로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이 죽인 죽임을 이기고 부활하셔서 ‘최후의 승리자는 바로 당신'이었음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전 세월호참사 몇 달 후, 안산지방 10여명의 목사님들과 함께 기독학생 수에 해당하는 76개의 십자가를 깎았습니다.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은,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 반칙과 불법과 편법을 저지른 악한 사람들에 의해 죽임 당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죽음은 세상 모든 사람의 죄를 지고 죽으신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며 십자가를 깎았습니다.

오늘 이 새벽에 우리는 ‘예수부활'의 소식을 공유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예수님은 죽음 권세를 물리치고 부활하셨습니다. 권력으로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교만한 이 세상의 집권자들, 돈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사람의 목숨보다도 돈을 더 사랑하는 자들, 자기 기득권 지키기 이해서는 이웃의 아픔과 슬픔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기득권자들, 때로는 화려한 말로 때로는 거짓말로 백성들의 눈과 귀를 점령해버린 재벌언론들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세월호와 같은 참사는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누구에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세월호유족들이 지난 2년 동안 길거리에서 풍찬노숙까지 하며 싸워온 것을 경외감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족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정부여당이나 수구언론이 왜곡하고 폄훼하는 내용과는 전혀 다릅니다. 단지 아이들을 잃은 슬픔과 분노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보상금 많이 받으려고? ...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벌 받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미어지듯이 아픕니다.

"우리 아이들은 억울하게 죽었지만, 지금 살아있는 다른 아이들은, 그리고 앞으로 이 땅에 태어나서 자랄 후대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겪지 않아도 되는 ‘정의와 사랑'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세월호 유족들이 싸우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교회가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교회가 세월호를 피해 간다고요? 절대로 피해갈수 없습니다. 피해라겨 해서도 안됩니다.

"이제 그만해라." "다 하나님의 뜻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주님의 말씀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하나님이 일으켜서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아닙니다. 탐욕스런 인간들의 죄악이 합하여져서 만들어진 참사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나님의 뜻" 운운하며 그렇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고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이 죄지은 자들에게 가해지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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