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부활절 설교]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라 - 2

안산 화정감리교회 박인환 목사

* 1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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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안산 화정감리교회 박인환 목사.

여러분은 지금 죽을죄도 짓지 않았는데 원인도 모른 채 죽어간 304명의 억울한 희생자의 영정이 있는 세월호합동분향소 앞, 자녀들의 희생으로 인하여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슬퍼하며 절망하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이 모여 있는 세월호합동분향소 예배실 앞에 모여 있습니다. 이곳이 예루살렘입니다.(슬퍼하고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우리의 마음을 두고 우리의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본문에 이은 36절에 의하면 글로바와 다른 제자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열한 제자와 그 제자들과 함께 한 자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고 증언할 때에 예수님이 그 자리에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부활을 제자들에게 확증해 주셨습니다.

부활 주일 이 새벽, 부활의 주님이 오늘 우리와 함께 이 자리에 오셨음을 믿습니다. 오신 주님을 우리 속에 모십시다.

우리가 부활의 주님을 만나면 죽임의 역사를 중단시키고 부활의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죄 없는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죽임 당한 것이니다. 불의한 이득을 탐하는 자들이, 불의한 의도를 가진 권세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에서 떠나 저마다의 우상숭배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이 사회가 죽인 것입니다. 마치 예수님이 타락한 종교권력과 불의한 정치권력에 의해 십자가형에 처해진 것처럼 말입니다.

부활이 없다면 죽임으로 모든 것이 끝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부활하심으로, 죽음으로 끝나고 죽임으로 승리한 것이 아니라고 증명하셨습니다. 부활은 죽임에 대한 예수의 승리였습니다.

세월호에서 죽임 당한 사람 304명과 미수습자 9명의 죽음을 죽음으로 끝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죽었으나 오늘도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있습니다. 묻어버리고 잊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참사 후 오늘까지 책임 있는 사람들, 벌 받아야 할 사람들은 왜곡하고 내리누르고 감추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무덤이 예수님을 가두어 놓을 수 없었듯이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고 진실은 곧 죄인들을 심판할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하고 철저하게 조사하여 책임 질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고, 그렇게 함으로써 온 백성이 회개하고 경각심을 가지게 하고 다시는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살아있는 자의 사명입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죽임의 역사가 아니고!, 살림의 역사, 부활의 역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월호의 죽임에서 부활의 소망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아픔과 눈물, 탄식과 죽음이 있는 자리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예수의 십자가처형이 일어난 예루살렘과 같은 곳입니다.

두 제자는 잊고 싶고 피하고 싶어서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부활의 예수를 만난 후 발걸음을 돌려 다시 고통의 장소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혹시라도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기억할 것은, 이 새벽에 부활의 예수님을 만나는 여러분은 부활의 주님으로부터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라. 죽음이 있었던 고통의 자리로 돌아가라. 그리고 내가 부활했다는 소식,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고 승리했다는 소식을, 진실은 거짓을 이기게 되어있다는 말을 전해라" 하는 명령을 받은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네가 피해 떠나고 싶은 예루살렘에 다시 돌아가라! 십자가의 죽음으로 절망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가서 너의 뜨거운 가슴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아픈 손을 잡아주라!" 주님의 명령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있다면 오늘 부활의 새벽에 부활의 예수님을 만나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

병들어 싸늘해진 우리의 마음은 부활의 예수를 만나면 회복될 수 있고, 슬픔과 절망과 탄식으로 얼룩진, 2년 전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눈물을 다시 기억할 수 있습니다.

눈물이 말랐다고 가슴에 응어리진 슬픔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지워져 가고 있다고 해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이 무디어져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유족 여러분, 사도바울의 말씀에 위로를 받으십시오.:"우리는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는 자들입니다"(고후6:9)

오늘 부활절을 맞이하여 우리는 세월호 참사라는 절망스런 예루살렘에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파하고 절망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손을 붙잡고 연대해야 합니다.

동계올림픽에 6번이나 출전했던 우리나라의 빙상영웅 이규혁선수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끝내 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퇴하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이규혁선수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출발선에 서면서 ‘이길 수 없는 경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슬펐다" - 그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프더군요. 유족중의 누군가가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가슴이 아프더군요.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아닙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기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아니, 하나님이 싸워주시고 이겨주십니다.

죽음의 권세 이기고 부활하신 승리의 주님이 이기게 하십니다. 우리 모두 승리의 주님의 손에 붙잡혀 서로서로 손 붙잡고 함께 걸어갑시다. 여러분의 발걸음을 예루살렘으로 돌리십시오. 아니 이미 여러분은 이 부활절 아침에 여러분의 발걸음을 예루살렘을 향하여 옮겨왔습니다. 이제 그 발걸음이 중단되지 않도록 합시다. 아멘.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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