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여성사역자의 정체성과 소명

강호숙 전 총신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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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
▲강호숙 박사는 여성의 시각으로 기독교계 내부의 현안에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여학우회 ‘두루누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의 여교역자 목사 안수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5일(화) 총신대 강사를 지냈던 강호숙 박사를 초빙해 ‘한국교회에서의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강 박사는 이번 세미나에서 ‘여성사역자의 정체성과 소명'에 대해 설명했다. 강 박사의 강의 가운데 주요한 부분을 편집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장신 신대원에 와서 여러분을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신에서 <현대사회와 여성>, <한국사회와 여성문제>, <칼빈주의와 신앙과 문화>를 강의했던 강호숙입니다.

저는 중1 때부터 합동교단에서 신앙생활했고, 신학은 총신신대원을 졸업한 후 신학석사, 그리고 총신에서 최초로 "교회여성리더십의 이론적 근거와 실천방안 연구"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총신출신의 여성신학자입니다.

제가 이 주제로 박사학위논문을 쓰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부장이 무척 강하셨던 아버지로부터 시작됩니다. 예수 믿으면서 엄청난 핍박도 받았습니다. 집도 쫓겨나고, 등록금을 안 주셔서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할 뻔했으며, 매도 많이 맞으면서 슬프고 힘든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보낸 거 같습니다. 하지만 중. 고등시절은 거의 장학생으로 마쳤고, 대학은 제가 돈을 벌어 다녔습니다. 결혼 후 딸 둘을 낳으면서 아들을 원했던 시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하면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이러다가 죽겠구나 생각하고 6개월 동안 성경을 8시간 정도 읽은 것 같습니다.

그 후 총신신대원에 입학하면서, 당시 총장이 ‘여성안수반대'를 정치적으로 내세우면서 학교는 일명 ‘여성안수주의자'라는 말로 몇몇 교수들의 논문을 심하게 트집 잡아 학교가 살얼음판이었습니다. 남학생들도 "집에 가서 얘나 봐라", "여자 너 때문에 남자 한 명이 떨어졌다, 어디서 여자가 신학해서 남자들 밥줄을 끊으려하냐" 등등의 말을 거침없이 해도 아무 대응할 자존감이나 교육환경이 이미 가부장적, 성차별적 구조였습니다.

그러니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했던 제가 비로소 선택한 신대원에서 느꼈을 절망이 얼마나 컸겠는지 여러분도 가히 짐작하실 겁니다.

저의 근황은 이렇습니다. 2016년도 1학기에 <현대사회와 여성> 과목 강의를 요청받아 지난 1월11일 강사이력서를 제출하고 30일에 수업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수강신청 기간을 며칠 앞둔 2월19일 오후 교양학과 조교로부터 강의가 유보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평생교육원은 2월5일 교과목 담당자로부터 <한국사회와 여성문제> 강의시간을 확정했고 담당교수명이 표시된 시간표가 홈페이지에 게시된 상태였는데, 2월15일 돌연 강의가 폐지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부당해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2015년 12월 총신신대원 여동문 송년회에서 신대원에서 강의하는 여강사가 "여성안수가 이뤄지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고나서, 설교자로 온 총신대 총장이 "여성안수반대는 개혁주의 신앙의 보루이다"라는 설교를 해서 여동문의 분위기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그 후, 총장이 기도한 여교수와 여성학을 강의하고 있는 본인을 강의하지 못하게 지시한 것입니다.

이에 저는 관계 직원, 교수, 교무지원처, 총장비서실의 단계를 거쳐 제가 부당해고된 이유를 물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총장비서로부터 "전임교원 충원때문"이라는 응답을 듣고, 총장에게 2월26일 1차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부당해고 사유와 총신대학교가 여학생들의 처우와 정체성, 진로와 리더십에 모교로서 책임을 다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래도 응답이 없자, 3월2일 2차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요구 사항은 첫째, 총장이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총장은 강사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라는 거짓말을 한 데에 대해 관련 기록이 있으니 학교의 수장으로서 거짓말한 데에 대해 공개 사과할 것 둘째, 총신대에서 박사까지 공부해도 교수가 될 수 없게 만드는 ‘여성안수반대'가 양산하는 남녀불평등과 성차별에 대해 근본대책을 강구하여줄 것을 3월10일까지 답변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어 답변이 납득되지 않을 시에는 언론화와 여성신학회, 여성단체와 연대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아무 반응과 응답이 없어 다수의 언론과 접촉했고, 현재는 국익 신문고에 "총신대의 성차별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다 총신대로부터 "합법적 절차에 의한 것이다, 총신대는 성차별 없다, 여성 신학교 교수도 있다"는 식으로 답이 와 다시 추가 문의해놓은 상태입니다.

저는 근간의 이 일을 당하면서, 영화 <암살>의 명대사가 떠오르더군요.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두 사람 죽인다고 독립하느냐"라고 하자, 안옥윤(전지현)은 "글쎄 모르지, 하지만 알려줘야지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고"라고 받아 칩니다.

그동안 몸 담아온 합동총신으로부터 이런 성차별과 냉대를 몸서리치게 경험해 온 제가 합동총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총신대에 성차별이 심하다'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이라 마음 먹었습니다. 향후, 아니 어쩌면 제 남은 평생을 주님이 주시는 힘과 담대함, 그리고 지혜로 합동총신의 성차별을 해소하는 데 바치려고 합니다. 우선 개혁단체들, 여성단체, 여성신학자들과 연대하여 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여성사역자의 정체성과 소명

여성사역자의 정체성과 소명과 관련해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여성사역자의 정체성과 소명에 대한 고민은 여성 스스로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남성으로부터 듣는 게 아니라, 여성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말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교회사에 나타난 여성들의 공헌과 헌신, 순교 등을 살펴볼 필요도 있어요. 기독교 초기엔 신경쓰지 않다가, 교회가 조직화되면서 여성은 배제됐습니다.

둘째, 남성용 성경이 아니라, 여성용 성경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엔 여성들의 성경해석과 복음에 대한 관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바울의 여성관련 본문(고전11, 14, 딤전 2장, 갈3:28)에 대한 성경해석의 신학적 논쟁이 대두되는 데, 1) 신학자의 성경본문 취사선택과 해석의 문제 2) 성경과 오늘 이 시대의 문화적 간격과 적용에 대한 문제 3) 신학자의 여성관에 대한 문제에 따라 다름을 파악하였습니다.

셋째, 신학적으로는 성과 관련한 하나님의 본성의 문제(신앙과 성의 관련성, 성의 영원성) / 여성이 하나님 형상입음에 대한 의미 / 남녀관계 의미(인간됨, 하나됨의 문제) / 남성 헤드십(남녀질서) 또는 역할론과 직분론(직분과 은사의 관계) 등의 신학적으로 재고될 문제들이 나타납니다. 남성 헤드십(엡5장 - 교회의 머리됨이 어떤 머리됨인지 기독론적 해석)이 여성에게 복음인가? / 정의와 평화, 사랑, 인간됨, 연합이라는 하나님 가치훼손 / 성윤리, 불평등 야기 /여성에게 상처 / 여성의 은사와 사명, 고유성 무시/ 결론적으론 복음전파가 위축시킴

넷째, 여성사역자의 정체성과 소명은 바울의 여성관보다 예수의 여성관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제가 예수의 여성관을 보는 세 가지 틀은 1) 예수님이 선포하신 말씀 2) 예수님의 비유에서 나타난 여성이미지(천국, 마지막 날, 열처녀, 잃은 자, 기도에 대한 비유) 3) 여성들을 만난 사건들에서 보여주는 여성에게 행하신 복음입니다.

사례 질문]

-. 주님은 왜 신적권위를 갖고 있었던 열 두 사도대신에 그 당시 증인도 될 수 없었던 막달라 마리아를 우주적이고 종말적인 예수부활의 첫 증인으로 사용하셨는가?
-. 만일 여성들의 십자가와 부활의 증언이 없었다면 기독교 복음은 어떠했을까?
-. 열 두 제자들은 주님의 복음사역에서 가장 절정인 십자가와 부활의 증인이 되지 못한 걸까?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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