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3일(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기자는 이날 투표참관인으로서 충남 천안을 지역구 ‘△' 투표소에서 참관인 자격으로 선거를 지켜봤다.
오전은 다소 한산했다. 그러나 오후 3시로 접어들면서 유권자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해당 지역구 내 다른 투표소의 경우 밀려오는 유권자들로 인해 선거 사무원들이 식사도 못했다. 전국적인 추세도 비슷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시간대별 투표율이 오전 11시엔 16.1%에 머물렀다가 오후 1시 37.9%, 오후 2시 42.3%, 오후 3시 46.5%, 오후 4시 50.2%로 오후 시간대 투표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 투표소 담당 선거관리원은 기자에게 예년에 비해 약 10% 가량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최종 투표율도 그랬다. 최종 투표율은 전국 평균 58%로 19대 총선 대비 4%p 증가했다.
선거는 매끄럽게 진행됐다. 특히 어린 자녀들을 투표장에 데리고 오는 유권자들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민의가 담긴 투표함도 경찰관 입회 아래 단단히 봉인돼 개표소로 넘어갔다.
현장에서 지켜본 느낌을 적어보자면, 유권자들은 변화를 원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집권여당이 낙승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집권여당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 특히 집권여당의 행태에 염증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특히 경기도 안산 지역구 선거결과가 그렇다. 안산은 단원갑·을, 상록갑·을 등 모두 네 개의 선거구가 있었다. 그런데 모두 네 곳 가운데 세 곳에서 여당이 우세를 보였다. 이를 지켜본 세월호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격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정치는 계속된다
선거결과 및 이후 재편될 정치판 지형도는 일반 언론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선거가 만능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선거에 대한 불신은 뿌리 깊다. 선거때는 한껏 고개를 숙였다가, 선거 끝난 뒤 고압적인 자세로 돌변하는 정치인들을 너무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선거에 참여했다고 해서 민주시민의 도리를 다했다 할 수 있을까? 역시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표를 준 정치인이 국회로 들어가서 자신이 유권자들에게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 혹시 불의한 세력과 결탁해 부정을 일삼지는 않는지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 선거로 뽑힌 정치인이 자신의 할 일을 제대로 하는지 무관심한 건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방기하는 행위여서다.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정치는 끝나지 않았다. 사실 선거는 정치행위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일 뿐이다. 정치가 권력자의 사적 이익 극대화만을 위해 작동하는지, 아니면 다수 국민의 행복증진을 위해 작동하는지 우리 모두는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 특히 그리스도인은 이런 임무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정치가 악해지면 사회적 약자의 고통은 가중되기 마련이고, 그리스도인은 고통 받는 약자를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어서다.
하나님의 공의는 여야 정치구도와 무관하다. 그리스도인의 사명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든, 예수께서 그랬듯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부디 한 표를 행사한 것으로 자신의 사명을 다했다고 자만하는 그리스도인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