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근거로 ‘신이 없다’고 단정지어버린 리처드 도킨스를, 현요한 장신대 교수가 정면으로 비판했다. 현 교수는 “과학과 종교는 서로 ‘다른’ 영역을 말한다”면서, 그러므로 과학이 불신앙이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 교수는 17일 오후 1시 기독교사상연구원 주최로 장신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창조신앙과 무신론적 진화론-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대한 하나의 비판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17일 기독교사상연구원 주최로 장신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현요한 교수가 '창조신앙과 무신론적 진화론'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과학/종교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만들어진 신’에서 도킨스는 자연적이고 물리적인 세계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서도 ‘결국은 그것을 이해하고 자연계 내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현 교수는 “소박한 희망에 불과하다”며 강한 어조로 논박했다. 현 교수는 “미래에 아마도 과학에 의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소박한 희망에 근거한 것일 뿐”이라며 “다시 말해 그러한 주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자연적인 것/초자연적인 것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에 의하면, 초자연적인 신의 존재는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으며, 반대로 부재 또한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현 교수는 “(신의 존재를 믿고 안 믿고는) 과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전제, 세계관, 신념, 신앙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신앙은 ‘합리적’인 과학에 근거한 것이 아니므로 ‘비합리적’인가? 그렇지 않다. 현 교수는 “우리는 과학이나 이성을 희생시키면서 계시적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과학이나 이성이 대답해주지 않는, 아니 대답해줄 수 없는 문제를 계시적 신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킨스의 과학주장에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 있다’
이어 현 교수는 도킨스가 무신론의 근거로 삼고 있는 과학주장에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흔히 유신론자들이 창조주의 설계 가설을 변증하는 근거로 여기는 것들-태양과 지구가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절한 거리에서 원형에 가까운 궤도를 선회함으로 지구상에 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 등, 우주와 지구의 환경이 생명체 출현에 적합하도록 조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도킨스는 오히려 그것이 설계 가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명 출현에 적합했던 환경이었음을 말하며, 굳이 신의 손길이 아니더라도 생명 출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 교수는 “도킨스는 환경의 적합성이 생명체 출현을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중략..또한 이것이 과학적인 설명이 아니며 사변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사실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어쨌든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으니 오랜 옛날에 틀림없이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며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순환논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도킨스가 유신론자들이 신을 창조의 원인자라고 하면서 무한소급을 중지하는 것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자연선택이나 인본원리(Anthropic principle)에 그러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또 진화론이 수많은 비개연성과 우연을 가정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앙은 과학에 영향 받지 않을 수 있다
현 교수는 과학과 신앙의 분리가 바르트의 ‘계시에 입각한 신학’처럼 예전에도 활발히 주장된 바 있다고 말하며, 이제 이러한 논의는 신학계에서 ‘어느 정도 극복되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신앙은 절대로 맹신이 아니다. 과학이 대답해줄 수 없는 문제를 계시적 신앙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과학과 신앙의 분리를 강조하며 강연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