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단원고의 행정 편의주의, 아쉽다

박찬희 서울신학대교수(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둥교회 담임목사)

단원고가 세월호 희생학생들을 전원 제적처리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가족들은 다시 한 번 거리로 내몰렸다. 단원고는 사망 학생 246명 전원을 제적 처리하고, 미수습자 학생 4명에 대해서는 유급 처리했고, 이 같은 사실은 한 유가족이 자녀의 생활기록부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유가족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4·16가족협의회는 5월10일(화) 경기도 교육청에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절차만 놓고 따지면 단원고 측의 처사는 하자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단원고 측의 조치가 지나치게 행정 편의주의적이라는 데 있다. 서울신대 박찬희 교수(기둥교회 담임목사)는 자신의 SNS에 배려 없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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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유가족 측 제공 )
▲단원고가 세월호 희생자 전원을 제적처리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단원고등학교가 지난 졸업식을 기해 세월호 참사 미수습 학생 4명을 유급처리하고 희생학생들을 모두 제적 처리했다. 일반적으로 학생이 사망하거나 장기 결석하면 학칙과 교육청의 조례 그리고 교육법 등의 적법 절차를 통해 제적 혹은 유급처리 할 수 있다. 단원고는 생존 재학생의 졸업이라는 행정절차를 위해 부득의하게 제적 혹은 유급처리를 했다고 발표했다. 교육청은 법적 절차를 지켜 처리하라고 의견을 냈었다는 후문이다. 법률상 하자가 없는 행정처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을 위한 행정, 연민과 눈물이 없는 행정은 결코 바람직한 행정이 아니다. 법과 행정이 단선적으로만 집행될 때 거기에서는 필경 인간이 소외된다. 갈등이 초래된다. 행정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단원고는 재학생들을 졸업대상자로 지정하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유보자로 지정하여 조금 더 기다려줄 수는 없었는가? 물론 이번 같은 예외적 상황에 대한 전례가 없었기에 행정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은 고려될 만한 사항이었음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문제는 아직 종결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인 사안이다. 따라서 희생자의 부모들 대부분은 사망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는 희생 학부모들과 어떤 관련 논의도 시도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제적했다. 이 점에서 교육청의 지시를 자의적이고 자위적으로 해석한 단원고의 단선적 태도는 인간 삶의 보편적 방식과 통념 즉 상식을 벗어난 것이고,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최일선 현장에서 인간의 얼굴은 없고 행정만 있었던 것이고, 인간 되라고 교육하는 곳에서 인간을 배제하고 무시한 것이다.

단원고 희생자 학부모들이 교실 존치문제로 학교 및 교육청과 논의하는 과정에 있었기에 이 사안을 부가했을 때 겪게 될 지도 모를 혼란이 예상되므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학교 측의 입장은 졸렬하기 짝이 없다. 이것은 협의 중이던 교실이전 및 존치문제 마저도 현 재학생 부모들을 동원하여 학교 측의 입장에 맞춰 책상을 끄집어내는 등 강압적으로 밀어 붙이겠다고 시도했던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대화의 단절, 그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대립을 가져온다. 혼자 하는 것은 독백이다. 대화란 무엇인가? 대화는 상대가 있다. 일방의 입장만을 관철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고 고집이다. 어떤 것이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고집은 상대를 소외시키고, 상대로 하여금 대화를 포기하게 만든다. 이 점에서 나는 대화의 결핍이 가져온 오늘의 사태를 우려한다.

대화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전제한다. 배려 없는 주장, 배려 없는 행정은 어느 것이든 막론하고 박수 받을 수 없다. 타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없는 고집,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없는 행정은 어느 것이든 막론하고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만 배려는 강자가 가져야할 기본적 품성임은 명확하다.

어쨌든, 나는 생각한다. 유연성 없는 나무는 강풍에 부러진다. 급기야는 태풍에 뿌리마저 뽑힌다. 대화 없이, 주고받음 없이 어찌 평안이 있을 수 있으며 소를 구하다 대를 잃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주시한다. 진상규명,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으며, 왜 구조가 그리 지리멸렬이었는지, 왜 정부는 이 대참사를 덮으려 하는 지, 포커스를 정확히 맞추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체의 공작을 주시한다.

화살촉을 아무리 예리하게 갈아도 과녁을 보는 눈이 흐려지면 묶어놓은 닭한마리도 못잡는다. 단번에 열 개의 화살을 날린다고 여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살을 모두 날린 장수는 말고삐를 굳게 잡아도 승리할 수 없다. 그리하여 나의 딜레마는 자고 일어나도 풀릴 줄을 모른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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