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남역 부근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한 젊은 여성이 무참하게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개신교 몇몇 목회자들이 지난 22일 주일예배 설교 시간을 통해 '여성 혐오'와 '(약자에 대한)폭력'이라는 시선에서 신학적으로 응답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는 해당 사건에 대해 "그게 '묻지 마 범죄'인지, '여성 혐오 범죄'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범인이 자기보다 약한 여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라며 "사회에 대해 품은 분노와 증오심을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에게 집중시켰다는 사실 앞에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어 "우리 사회는 아주 빠르게 위험사회로 변하고 있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돌봄이 제도 속에서는 어느 정도 구현되고 있지만 우리 의식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부족하다"며 "예수님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버려두고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잃어버린 한 마리를 도외시하고 보살피지 않는 사회는 상황이 바뀌면 그 아흔아홉에 속한 이들 가운데 누구라도 버릴 수 있는 무정한 사회다. 각자도생을 요구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아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폭력 혹은 사회적 증오는 악마적"이라며 "다수의 사람들이 특정한 사람들을 혐오의 표적으로 삼아 자기 속에 있는 공격성을 마구 표출할 때 세상은 혼돈에 빠지고 만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혐오 범죄의 뿌리를 성공지상주의 가르침에 잇대어 들여다 보기도 했다. 그는 "(혐오 범죄의 뿌리는)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출세하라는 세상의 노골적인 가르침에 잇대어 있다"며 "이런 세상에 사는 이들은 누구나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많아진다.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백은 점점 사라진다. 집 밖 세상은 적대감에 가득 찬 공간처럼 생각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김 목사는 "사회적 약자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누군가에게 수치심을 안겨줌으로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이들은 가련한 영혼들"이라며 "우리는 돈이나 우리의 경험 혹은 능력으로 사는 이들이 아니라 (십자가의 도를 믿는)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이 땅에서 미움과 증오가 사라지는 날을 내다보며 오늘도 내일도 주님과 동행하자"고 전했다.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도 강남역 사건에 대해 응답했다. 김경호 목사는 지난 22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넓게는 '여성 혐오', 좁게는 '여성 비하'의 뿌리를 아담과 하와 창조에 대한 왜곡에서 찾았다.
그는 "기독인 중에 여성은 남성을 돕는 존재에 불과하고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남자가 먼저 창조되었으며 범죄할 때 여자가 먼저 남자를 유혹했기에 여자는 열등한 존재라고 말한다. 이것은 창세기 말씀을 오해하거나 왜곡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오히려 "남자와 여자는 동시에 창조되었다. 먼저 지음받은 '아담'(adam)은 '남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인류'라는 뜻이다. 남자는 이쉬(ish)이고, 여자는 이샤(isha)이다. 이러한 남녀의 구분이 성서에 처음 나타나는 것은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고 부를 것이다"(창세기 2:23)라는 대목이다. 여기서 처음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선악과의 잘못이 남성인 아담에게 보다는 여성인 하와에게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따 먹지 말라고 한 명령은 하나님과 남자의 약속이다. 여자는 약속의 당사자가 아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여자에게, 약속 당사자도 아닌 여자에게 온갖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정당한가? 만약 아담을 남자라고 하여, 남성의 우선순위를 고집한다면 적어도 죄의 기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든가, 혹은 그 책임을 물으려면 아담을 남녀 구분 이전의 단순한 '사람'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죄는 여자가 먼저 지었다고 하는데 성서를 보면 "여자가 그 실과를 따 먹고 자기와 함께한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창 3:6)라고 한다. 함께 있던 두 사람이 같이 먹었는데 그 차이가 얼마나 날까? 몇 초 차이가 날까? 그렇게 같이 먹고서 "네가 먼저 죄를 지었고 나를 유혹했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겁하다 못해 추접하다"고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