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신대 학내갈등, 좀처럼 해결기미 보이지 않아

학생에 이어 교수도 경찰 소환 통보 받아…남 모 교수 단식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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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한신대 전경

신임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불거진 한신대학교 학내분규가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양상이다. 한신대 이사회는 지난 5월9일 학생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경찰은 학생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중이다. 31일(화)엔 신학과 13학번 김 모 씨가 화성동부경찰서에 출두해 12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는 교수에게까지 확대돼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인 양 모 교수가 경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은 상태다.

이러자 이 학교 남 모 교수는 31일 단식에 돌입했다. 남 모 교수는 단식에 앞서 낸 성명에서 "이사회가 고소를 취하했다고 하나, 사실상 고소는 3건이었고 2건은 남아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다"며 "남은 2건은 이사회가 아니라 법인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데, ‘학교법인 한신학원'에 이사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법인이 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고 오길승 교수의 타계와 관련해서는 "교육, 연구와 관련된 부분은 건드리지 말라는 교수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진행된 구조조정의 결과"라며 학교 측을 성토했다. 남 모 교수는 그러면서 1) 학생고소, 징계 완전철회 2) 4자협의회 개최, 특위 구성 3) 강의 시수, 학과 조교제도 복원 등 총 3개항의 요구를 밝혔다.

한편 한신학원 이극래 이사장은 인터넷 교계 언론 <에큐메니안>과의 인터뷰에서 "이사회는 정관대로 법을 지켜 이행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도 고소고발에 대해선 "학교당국과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학생들이 피해 받는 부분에 대해서 줄이고 없애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남 교수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단식에 들어가며

3 월 31 일 이사회에서 새로운 총장을 선출한 이후 두 달이 지나갔습니다. 한 학기를 되돌아보면, 이사회의 결정이 있기 전에는 총장 후보 선출을 위해 공청회, 총투표를 진행하며 희망찬 미래를 그릴 수 있었던 시기가 짧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사회의 결정 이후에는 분노, 점거, 농성, 고소, 소환, 징계, 소송으로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아무도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학교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지금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배처럼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사상 유례 없는 교수 학생의 총투표 결과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총장 후보가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총장으로 선출되었다면, 총장 직선제가 초미의 쟁점으로 떠오른 지금 시기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며 ‘역시 한신대가 다르다'는 칭송을 받을 뻔하였습니다. 3월 한 달은 교수 학생 총투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한 교수회의 서면결의, 후보들의 공청회, 교수 학생의 총투표로 63% 의 지지를 받은 총장 후보가 선출되기까지 숨가쁘게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수렴되어 민주적인 총장이 선출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사회가 3 월말 학내 절차를 통해 추천되지도 않은 3위의 후보를 총장으로 선출하면서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이사회 당일 날 분노하여 해명할 것을 요구하는 학생들에 의해 이사들의 귀가가 저지되었고, 법인에 의한 경찰 동원과 물리적인 대치, 학생들에 대한 고소, 징계가 이어졌습니다. 학부모님들까지 항의에 나서고 여론이 악화되자 이사회는 고소를 취하했다고 하였으나, 사실상 고소는 3건이었고 2건은 남아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남은 2건은 이사회가 아니라 법인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데, ‘학교법인 한신학원'에 이사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법인이 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총장 선출과 관련된 논란의 중심에는 이사회가 있습니다. 해명할 것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총장 선출은 이사회의 권한'이라는 말 이외에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권한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이며, 권한이 남용되지는 않았는지, 내려진 결정들이 절차와 내용에 있어 문제는 없는지 등 따져 보아야하는 것입니다. 지금 던져지고 있는 질문은 권한의 소재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그 권한을 사용함에 있어서의 적절함에 대한 질문인데, 이사회 권한이라는 것만 반복하는 것은 사실상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최종 결정권은 이사회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한편 총장후보선출을 주관한 교수협의회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임의 기구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는 학칙에 규정되어 있는 학칙 기구입니다. 교수협의회는 지난 20 여 년간 총장후보선출을 주관하여 왔으며, 이번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규정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다한 것입니다. 평교수들의 대의기구인 교수협의회에 대한 이사회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대화와 토론이 아니라 물리적, 법적인 대치로 치닫는 지금의 일련의 과정들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이사회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했으며, 소통하려 하지 않으려했기 때문에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 지금 이사회는 교회법과 사회법 양쪽에서 총장선출과 관련된 적법성 문제로 소송이 제기되는 등 각종 추문에 휩싸여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지금 어느 때보다 학내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할 것입니다. 교수협의회는 4자협의회를 개최하고 특위를 구성하여 총장 선출 관련 문제, 재정 문제 등 학내 현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으나 학교 당국이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4주체 중 한 주체가 소집을 요구하면 개최해야한다는 4자협의회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엄중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학교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오길승 교수님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으셨다지만, 이번 학기에 오길승 교수님의 수업 부담은 주 16시간에 이르렀고, 주변에 어려움을 호소했었습니다. 이는 강의 의무시수가 년 21시간으로 증가하였고, 학과 조교 폐지 등으로 업무가 증대했기 때문으로 오길승 교수님 뿐 아니라 모든 교수가 고통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교육, 연구와 관련된 부분은 건드리지 말라는 교수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진행된 구조조정의 결과입니다. 재정상의 어려움이 항상 이유로 등장했지만, 우리는 왜 수백억이 넘는 학교 재정이 도서관 4층 휴게 공간, 중앙 냉난방 등 불요불급한 건축 사업에 지출되며 고갈되었는지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총장 권한을 내세우며 진행되었던 일방적인 학교운영의 결과로 학교의 교육은 파탄에 이르고 교수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교협 공동의장직을 2년간 수행하면서 총장 후보 선출 과정에는 새로운 선출 방식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또 그 이전에는 휴먼서비스 대학 선출 학장직을 2년간 수행하면서 일방적인 학내 구조조정에 대해 맞서 학장안을 만드는 과정에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고, 사태가 급박한 만큼 이번에는 긴급하다고 생각되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1. 학생고소ㆍ징계 완전철회
1. 4 자협의회 개최ㆍ특위 구성
1. 강의 시수ㆍ학과 조교제도 복원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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