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한국기독교 과거사 청산 문제 논의의 장 마련됐으면"

신간 <한국기독교 흑역사> 저자 강성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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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한국기독교 흑역사> 저자 강성호 씨

한국 현대사에서 기독교(개신교)는 단순히 종교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승만 대통령의 집권, 더 멀게는 미 군정 시절부터 기독교는 지배세력과 유착관계를 형성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주 4.3사건 당시 기독교에 뿌리를 둔 서북청년단이 잔혹행위를 일삼은 일이나, 기독교에 우호적인 정치세력의 등장을 도운 일 등 우리 현대사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최근 개신교가 드리운 그림자에 빛을 비춘 책이 나와 화제다. 바로 <한국기독교 흑역사>. 제목부터 눈길을 확 잡아 당긴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현대사를 공부한 저자 강성호는 식민지 시절부터 이랜드 그룹의 노조탄압까지 말 그대로 흑역사를 밟아 나간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방대한 자료들이다. 저자는 자료 수집을 위해 2년 가까이 발로 뛰어 자료들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자료들을 근거로 그동안 감춰졌던 기독교의 민낯을 폭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렇게 발로 뛰며 흑역사에 집중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던지고 싶다. 이 책을 집필한 의도는 무엇인가?

강성호(이하 강) : 나는 원래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찬양단 활동도 했고, 고등학교 때는 포항시기독교연합학생회의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선교단체에서 대학교의 대부분 시절을 보냈고, 개척교회도 섬긴 적이 있다. 물론 이러한 외부 활동이 신앙의 신실함을 증명하는 절대적인 요건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여러 가지 질문이 생겼는데, 교회에서는 질문과 토론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면서는 인식의 괴리감이 더욱 커졌다. 책의 서문에도 적었는데, 결정적인 요인은 장로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등장 이후 집약적으로 나타난 한국기독교의 병리적 현상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을까?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병리적 현상의 기원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 말 그대로 흑역사다. 본문도 한국 개신교의 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일전에 한국교회를 비판한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의 경우, 대형교회에서 외압을 행사했었다. 혹시 독자 가운데 거부반응을 보이는 독자는 없었나?

강 : 이제 내 주변에는 거부반응을 보일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을 때 만났던 사람들과 관계를 많이 끊었기 때문이다. 아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직접적인 거부반응은 접하지 못했다. 다만 SNS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볼 때가 있다. 나는 내 책에 대한 비판을 기다린다. 감정적이고 모호한 표현들로 가득한 비난 말고, 어느 부분에서 동의가 안 되고 그래서 내 생각은 이렇다고 얘기하는 비판적 서평을 기대한다.

-. 한국 개신교가 악영향만 끼친 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흑역사에 주목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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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짓다)
▲기독교가 한국 현대사에 드리운 그림자를 조명한 신간 <한국기독교 흑역사>

강 : 지금까지 나온 한국교회사 책들은 긍정적인 영향에 많이 주목해 왔다. 특히 식민지 시절의 민족운동에 한국기독교가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는 이야기는 우리한테 잘 알려져 있다. 내 책 자체로만 보면 부정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그런데 전체적인 양상에서는 오히려 균형을 맞춰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근현대사에서 기독교가 저지른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다. 신사참배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말이다. 2007년 전후에 몇몇 교단에서 죄책 고백문이 나왔지만, 아쉬운 지점이 많다. 나는 내 책을 계기로 한국기독교의 과거사 청산 문제를 깊이 논의하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기독교 혐오현상, 반공주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 기독교는 이슬람, 성소수자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강 : 기독교의 사회참여가 아주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대상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주요 동력으로 작동한다고 여겨진다. 1920년대 이후 한국기독교는 반공주의를 내면화했다. 즉, 한국기독교는 누군가를 증오하는 태도와 사고방식을 아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국기독교의 혐오 현상은 반공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대적 상황과 정세는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지만 말이다.

-. 독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반응을 소개한다면?

강 : SNS에 힘입어 인적 네트워킹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해졌는데, 중학교 때 알았던 교회 형을 내 책으로 인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16~17년 만이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 내 책에 대한 리뷰를 남겨주신 분이 계시는데. 아주 진솔하게 써주셔서 무척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이래저래 관심을 많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 앞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독자, 혹시 책 본문에 불편함을 느낄 지도 모를 독자를 위해 한 마디 해 달라.

강 : 책 제목을 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만약에 좀 딱딱한 제목을 짓게 되면 나는 <한국기독교와 과거사 청산 문제>로 하고 싶다. 그러면 많이 팔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한국기독교 흑역사>가 한국기독교의 ‘과거사 청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사실이다. 일방적인 비난으로 그치는 다른 비판서와 다른 부분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내가 모아온 각종 사료들을 제시했다는 특징이 있다. 근거를 제시하면서 한국기독교의 역사적 과오를 얘기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저자 강성호는 전남 순천에서 책방 ‘그냥과 보통'을 운영하며 집필 활동 중이다. 차기작의 주제로 서북청년단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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