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기도하고 행동해 주세요”

[현장] 세월호 특조위 종료 앞두고 거리로 나온 세월호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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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며 홍익대 정문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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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에서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주최로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 활동 시한 연장을 위해 세월호 유가족들이 강행군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25일(토) 무더위에 아랑곳 없이 홍익대학교 정문을 출발해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한 유가족들은 바로 이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이어 27일(월)부터 30일(월)까지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여의도 국회의사당, 새누리당 당사 등을 돌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어 7월1일(금) 오전 서울 중구 저동 특조위 사무실에서 특조위 강제해산 중단과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유가족들이 연일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정부가 6월30일로 활동 종료를 못박아서다. 세월호 특별법은 특조위 활동을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 다만 이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활동 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2015년 1월1일 특조위가 꾸려졌고, 그래서 6월30일 활동을 끝내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유권해석이다. 그러나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측은 "특조위가 구성을 마친 날은 특조위가 인적 재정적으로 구성을 마치고 활동을 시작한 2015년 8월 초"라며 활동 시한이 2017년 2월이라는 입장이다.

특조위 활동 종료시켜도 좋을만큼 진상이 밝혀졌는가?

쟁점은 특조위 활동을 중단시켜도 좋을만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졌느냐다. 세월호 2주기이던 지난 4월16일,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은 국가정보원(국정원)과 세월호 사이에 모종의 유착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 방송 내용은 새삼스럽지 않았다. 이 같은 의혹은 참사 직후 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었고,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를 정리해 보도한 것이다. 그럼에도 반향은 컸다. 세월호 무관심층 조차 방송을 본 뒤 ‘그 정도일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달 15일엔 또 하나의 대형 의혹이 불거졌다. 세월호 침몰 당일 제주해군기지로 향하는 철근 400톤이 세월호에 실렸다는 사실이 <미디어오늘> 단독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특조위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세월호 특조위는 세월호에 적재되었던 화물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2,215톤이 적재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세월호가 최대 987톤의 화물 적재를 승인 받았으나, 1,228톤을 과적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또한 세월호에는 410톤의 철근이 실려 있었음이 확인되었는데, 기존 검경합동수사본부(이하 검경합수부)가 수사기록을 통해 적재 철근이 286톤이라고 파악한 것은 124톤을 누락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정부가 정한 특조위 활동종료시한인 30일(목) 다시 한 번 초대형 이슈가 세상에 나왔다.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홍보수석이던 이정현 현 새누리당 의원이 KBS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보도에 개입한 녹취파일이 공개된 것이다. 이 의원의 녹취록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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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25일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자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을 출발해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했다.

"지금 이 저기 뭡니까. 지금 이 전체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그 배에 그 배에 있는 그 최고의 전문가도 운전하고 있는 놈들이 그 뛰어내리라고 명령을 해야 뛰어내리고 지들은 뛰어내릴 줄은 몰라서 지들은 빠져나오고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놔두고 그러는데 그걸 해경을 두들겨 패고 그 사람들이 마치 별 문제가 없듯이 해경이 잘못이나 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몰아가고."

"지금 그런 식으로 9시 뉴스에 다른데도 아니고 말이야. 이 앞의 뉴스에다가 지금 해경이 잘 못 한것처럼 그런 식으로 내고 있잖아요. 지금 이 상황이 나중에 이쪽 거 한 열흘 뒤에 뭔지 밝혀지고 이렇게 했을 때는 해경이 아니라 해경 할애비도 하나씩 하나씩 따져가지고 다 작살을 내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 의원의 음성은 절박했다. 그런데 이 절박함은 한 명이라도 더 구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아니었다. 그보다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공영방송의 보도마저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절박함이었다.

최근 불거지는 일련의 일들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만 증폭시켰다. 또 세월호 참사에 국가권력이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와중이라면 특조위 활동을 연장시켜서라도 의혹을 규명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행태는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정부의 앞잡이 노릇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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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416연대)
▲경찰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무리한 공권력을 집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경찰은 28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들고온 피켓을 빼앗아 훼손해 유가족과 시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이 지점에서 경찰이 세월호 유가족에게 자행한 행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정부종합청사 농성 첫 날인 26일 경찰은 세월호 노란리본과 차양막을 철거하겠다며 농성장에 난입했다. 다음 날엔 유가족들이 농성장을 비운 사이 바닥깔개를 강제로 빼앗아 달아났다. 28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는 경찰이 유가족이 탄 버스가 부근에 도착하기 무섭게 달려들어 피켓을 탈취하다시피 가져갔다. 여기에 방송으로 '정치 구호 없는 순수한 기자회견을 하라',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집회와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니 해산할 것을 명령한다'고 했다.

순수한 기자회견이라니, 언론 종사자들조차 뜻을 모를 말이다. 특조위 활동 연장을 위해선 관련법인 세월호 특별법을 고쳐야 한다. 법을 만들거나 고치는 건 정치권의 고유 업무다.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는 유가족들이고 따라서 국회에 와 정치권에 이런저런 주문을 하는 건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순수한 기자회견을 하라'는 경찰 말대로라면, 이 같은 정치행위 자체가 불순한 행동인 셈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경찰이 국민의 당연한 권리에 불순함의 잣대를 들이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공권력 앞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저 무기력하기만 하다. 지켜보는 시민들도 같은 마음이다. 지난 4월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세월호를 비롯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용 등 현 정권의 실정을 바로 잡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현 상황은 실망스럽다. 그럼에도 아직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일단 153명의 의원이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새누리당의 반대로 본회의에 상정이 안되고 있을 뿐이다. 특조위 위원들도 1일 사무실에 출근해 "진실규명의 그날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관심과 참여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유가족들을 음으로 양으로 돕는 이들이 많다. 그리스도인들도 이 가운데 섞여 있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고난 당하는 약자를 돕는 일은 종교인의 의무다. 특히 그리스도교는 십자가의 고난을 짊어진 종교다. 그래서 유가족과 함께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절실한 어조로 어려움 당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중 두 사람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총선 이후 국민의 뜻이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었다. 그 뜻이 살아 있는지를 가늠할 시금석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 그리고 특조위 강제종료 사태일 것이다. 선거 때 투표하는 일을 넘어 우리의 표심이 살아 있게끔 행동해야 한 다는 걸 지금 현실에서 목격한다."

-. 이윤상 목사 성야고보교회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2년 동안 함께하고 있다. 그동안 밝혀진 것도 없고 30일자로 특조위 강제종료한다고 하니 참담한 심정이다. 국민의 힘 밖에 없는 것 같다. 여소야대가 되어 기대를 많이 했는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유가족들이 의지할 곳은 국민밖에 없다고 본다. 이 문제는 유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은 바람이 있는 분들은 이제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 아니라, 유가족들과 함께 기도하고 함께 행동했으면 좋겠다."

-. 광화문 서명지기 조미선 씨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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