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 파키스탄에서 양성 평등을 집요하게 주장하며 유명세를 탄 20대 여성이 친오빠에게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이하 현지시각) 파키스탄 경찰은 찬딜 발로치(26·Qandeel Baloch)라는 이름의 이 여성이 지난 15일 펀자브주 물탄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나빌라 가잔파르 경찰 대변인은 "그녀의 부모에게서 발로치의 오빠가 잠자는 그녀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부검의인 무시타크 아메드는 "발로치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질식사지만, 최종 사인은 독극물 검사가 나와야 확정할 수 있다"면서 "목이 졸리기 전 독극물을 복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발로치의 오빠인 와심 아짐은 17일 검거됐으며, 범행의 일체를 자백했다. 와심 아짐은 경찰 조사에서 "가족의 명예를 위해 동생에게 약을 먹이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명예살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명예살인'은 이슬람권의 병폐와 같은 관습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명예살인'은 주로 '가족의 명예를 지킨다'라는 명목으로 친가족을 상대로 벌어져 왔다. 기독교 등 타 종교로 개종한 경우 혹은 여성이 강간을 당하는 등 경우도 명예살인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한편 발로치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눈길을 끄는 행동과 발언들을 공개하며 보수적인 파키스탄 사회에서 유명인이 됐다. 그녀의 트위터 팔로워는 4만 명, 페이스북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는 70만 명이 넘는다.
발로치는 얼마 전에도 자신의 SNS 계정에서 여성 평등에 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녀는 특히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떨어질 위험이 없다"면서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 하나 있다면 (이슬람 관습 아래에 있는)한 소녀로부터 자기 의존적 여성으로 가는 여정은 매우 쉽지 않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건 발생 당일에도 그녀는 SNS에 "아무리 그만두라는 협박을 받더라도 나는 싸울 것이며,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명예살인으로 희생된 여성이 1,09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