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의 조직 축소를 강행하려는 행정안전부에 대하여 긴급논평을 냈다. 논평에서 인권위는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장관은 일방적인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방침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이 기구의 기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독립성’을 행정부가 침해했다며, “(축소 방침은) 유엔의 파리원칙 등 국제인권규약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독립성’의 심각한 훼손이다”고 밝혔다. 또 행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8조를 근거로 인권위의 직제를 조정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주장은 직제변경 권한 행사를 통해 인권위의 실질적 독립성을 침해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독립성’이야말로 “지난 8년간 인권위가 본연의 기능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특히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전체 진정사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정부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은 인권위의 존립을 위한 필수조건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축소방침으로 인해 업무 공백이 예견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1개 본부에서 각각 수행하던 정책과 교육업무를 각 1개과 수준으로 축소해 업무 공백이 예견된다”며 “정책 업무가 마비되면 국가인권정책 전반을 감시하는 기능이 중단되며, 인권교육이 축소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인권의식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행정부의 이번 방침이 집행될 경우 “한국이 국제인권 분야에서 공들여 쌓아 올린 성과를 일거에 허물게 될 것”이라고 심각성을 표명했다. 또 “한국은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재선된 나라다. 한국 인권위는 현재 ICC 부의장국이자 내년 초 의장국 합의추대가 유력하다”며 “(정부가) 국정과제로 인권외교 강화를 내걸고 국가브랜드위원회까지 만들어 국가의 품위를 높이고자 한다면, 인권위 조직 축소는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 조직개편이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는 절차와 과정의 범위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합리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국가인권위원장과 국무총리 및 행정안전부 장관의 긴급 면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