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새롭게 하는 힘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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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 정병오 담당 : 정병오 대표(019-251-1633, jungpaul@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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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울시 관악구 봉천4동 1568-1번지 3층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파악하고, 개별 아이들의 꿈과 특성에 맞는 맞춤식 지도를 위해 선생님이 아이의 가정을 직접 찾아갑니다
▲ 어려운 경제 형편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아이들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지원을 위해 좋은교사운동 소속 3,500명의 교사들, 3월 23일부터 4월 30일까지 가정방문 실시
▲ 가정방문을 통해 파악된 가난하고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일대일 결연 운동’, ‘시스테마 아카데미’, ‘지역아동센터와 종교단체를 통한 지원’ 등 준비
▲ 가정방문을 통해 학교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개별 학생들에 대한 꿈과 특성을 발견하고, 학부모들과 소통
IMF 구제금융 시절보다 더 어렵다는 경제적인 한파의 영향이 학교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학기 초 학비 지원과 급식비 지원 신청을 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하는 아이들의 어두운 얼굴을 볼 때마다 교사들은 마음이 미어짐을 느낍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여러 가정 사정으로 인해 서류상으로는 학비나 급식비 지원 대상이 아니지만 실제로는 학비나 급식비 지원 대상 아이들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처한 아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비나 급식비 지원은 받지만 기구할 정도로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학비나 급식비 문제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고 가난과 돌봄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좌절감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접할 때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난하고 좌절감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좋은교사운동은 2001년부터 가정방문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때는 IMF 한파의 후유증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 해체 현상이 많이 일어났던 시기였습니다. 이 때 좋은교사운동 소속 선생님들은 학급에 속한 전체 아이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는 가운데, 학교의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았던,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 각 가정의 형편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들은 아이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뿐 아니라 아이들을 가슴으로 만나는 경험들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학급의 모든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일은 교사들로 하여금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학급에서는 30명 중의 한 명으로 존재하던 아이들이 각 가정에서는 유일무이한 사랑받는 존재이며, 수업 시간에 잠만 자던 아이들도 어릴 적 자기 나름의 꿈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교사들이 발견 못했던 재능을 부모님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학교의 문턱을 높게만 생각했고, 자녀의 부족함이 부끄러워 교사들에게 자녀의 문제를 놓고 마음껏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했던 부모님들이 가정방문을 통해 교사와 소통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됨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올해도 좋은교사운동은 2009년 3월 23일부터 4월 30일까지 좋은교사운동 회원 3,500명을 중심으로 가정방문운동을 펼칩니다. 가정방문은 먼저 학부모에게 편지를 통해 가정방문의 취지 설명과 함께 어떠한 음식 준비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원하는 날짜를 신청받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의 퇴근한 이후인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날짜를 잡고 이루어집니다. “10번 상담하는 것보다 1번 가정방문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는 학교 현장의 격언 같이 가정방문은 학생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를 얻는 통로가 되고, 이는 이후 1년 동안 교사와 학생 관계, 교사와 학부모 관계를 좋게 하고 신뢰 가운데 아이들을 지도하는 촉매 역할을 합니다.
가정방문을 통해 파악된 아이들 가운데 경제적으로 혹은 가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교사가 ‘일대일 결연’을 맺고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좋은교사운동에서는 <일대일 결연 기금>을 조성해 일대일 결연 운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능에 대한 관심과 소질을 갖고 있지만 어려운 경제 형편으로 인해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시스테마 아카데미’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학교 주변의 지역아동센터, 종교단체 등과 연대해서 효과적인 지원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좋은교사운동 가정방문 홈페이지(www.goodteacher.org/home)에서 선생님들의 가정방문 동영상 및 감동적인 후기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한 선생님이 올해 가정방문을 하기 전 학부모님께 보낸 가정통신문과 작년에 가정방문을 했던 선생님이 쓴 후기 첨부합니다.
첨부1. 가정방문 전에 보낸 가정통신문
______________ 학부모님께
안녕하세요? 이번에 2학년 1반 담임을 맡게 된 김영식이라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 키우시고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제 위기 속에 우리 아이들의 가정은 더욱 어려워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저 댁내 두루 평안하시기만 바랄 뿐입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참 분주하게 지낸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과 적응하기 위해 정신없이 2주가 지났네요. 아직 아이들과 만나는 일에 있어 잘 통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제가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나, 아이들이 제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의 사이에 있는 벽을 허물 수 있을지 많이 고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아이들과 담임인 저와의 사이에 있는 벽을 허물고 좀 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가정방문을 하고자 합니다. 학교에서 보는 아이와 가정에서 보는 아이는 많이 다릅니다. 학생의 가정 상황을 정확히 모르면서 그 학생을 깊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정 방문에 대해 많은 학부모님께서 선입견과 불편함을 느끼십니다. 그런 점을 잘 알면서도 제가 해마다 가정 방문을 하고자 하는 것은, 가정 방문을 하면 학생과 교사 사이에 일대일의 깊은 관계성이 생기고, 이 관계성은 그 학생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정 방문에 임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가정 방문은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을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하루에 3-4가정 정도 방문하고자 하는데, 한 가정에 20분 정도 머무릅니다. 부모님 퇴근 시간에 맞춰서 가고자 하오니 미리 시간만 저에게 알려 주시면 됩니다. 학생이 공부하는 방을 볼 것이고, 아이의 학교에서의 모습에 대해 제가 간단하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가정에서 아이의 모습, 성장 과정에서 있었던 일, 담임으로서 아이에 대해 알아야 할 일 등 제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둘째, 담임이 온다고 음료나 다과를 준비하시는 학부모님이 계십니다. 부모님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며 감사하지만, 가정방문의 취지가 끝까지 유지되기 위해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절대 음료나 다과를 준비하지 말아 주십시오. 혹 식사시간이라 할지라도 이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이 규칙을 따라 주시지 않으면 가정방문을 학급에서 지속적으로 할 수 없게 됩니다.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립니다.
셋째, 부모님이 집에 계시면 좋겠지만 맞벌이로 집에 계시지 않더라도 자녀만 집에 있다 하더라도 가정방문이 진행됩니다. 가정 방문의 목적이 가정의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가정에서 아이와 단 둘이 이야기하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댁내에 평안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2009년 3월 17일 담임교사 김영식 올림
▶ 3월 30일~4월 18일 사이에 부모님 편하신 요일(월~토)과 시간을 적어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저와 직접 통화하기 원하시는 분은 아래 전화번호로 보내 주시면 되겠습니다.
-------------------- 회 신 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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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1반 번 학생 성명 :
담임 김영식 학교 직통 번호 02-3158-4896 휴대폰 010-5412-0929 |
첨부2. 2008년 가정방문 후기
벚꽃 흩날리는 날에
일단 3월 첫날 보내는 통신문에 가정방문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리 이야기를 안 하면 나중에 결심이 흐려질 것 같아서 ‘일단 저지르자!’라는 심정으로…. 가정방문을 계획하면서 크게 걱정이 된 사항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학교에서 트집 잡기 좋아하시는 학부형의 자녀가 우리 반이 되어서 뒷말이 나올까 싶은 마음, 다른 하나는 새로 부임해 오신 교감 선생님의 반응. 그러나 다행히 그 학부형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고, 교감 선생님께서도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셔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3월 20일 학부모 총회 때, 다시 한번 가정방문을 가겠노라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방문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짜별로 방문 일정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보내고 혹시 그 날 안 되시는 분은 원하는 날과 시간을 알려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그 결과 여섯 분께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하셨고, 다른 여섯 분은 날짜를 바꾸기 원하셨다. 날짜와 시간을 조정하고, 부모님의 시간이 안 되는 가정은 그냥 아이들 방만 들여다보고 오기로 했다.
처음 하는 가정방문에 긴장이 되어서 전날엔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예상 방문 시간과 일정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집으로 보냈다. 가정방문은 첫날과 마지막 날이 가장 힘들었다. 두 날 모두 10시에 끝났는데, 첫날은 긴장을 많이 해서 그랬고, 마지막 날은 주택가라 집을 못 찾고 많이 헤매서 그렇다. 특히 마지막 날의 가정방문이 제일 인상 깊다. 그 전까지는 아파트라서 금방 찾을 수 있었는데 마지막 날은 주택가라 주소만 보고는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미리 집 앞에 나와 있으라고는 했지만 참 많이 헤맸다. 그리고 일반 주택가에 사는 아이들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 비해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마음이 아파서 혼났다. 가정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이 아이들은 하나님이 주신 귀한 아이들이란 생각이 밀려들었다. 집집마다 귀하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알고 보면 한 사람 한 사람 나쁜 아이가 없는데, 학교에서는 이리저리 시달리며 눌려 있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 아팠다.
가정방문을 하면서 아이들의 새로운 면을 많이 알게 되었다.
성호네는 가정방문 전날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집이 너무 누추해서 안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성호네는 아버지께서 실직 상태이고 어머니께서는 행상을 하시면서 단칸방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집이다. 어머니와 성호를 계속 설득해서 결국 잠깐만 들리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방문일이 되자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다니지 않고 혼자 가정방문을 하는 것으로 했는데, 성호네는 주택가라 번지만 가지고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성호가 집 근처로 마중을 나오기로 했는데, 길이 엇갈려 버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성호는 핸드폰도 없고 집에 전화도 안 된다는 것. 전화 요금을 못 내서 전화가 끊겼다는 것을 미리 체크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동네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다들 모른다고 하고, 성호도 내가 안 온다고만 생각하고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서 결국 헤매다 포기하고 다음 집으로 향했다.
영수는 학교에서 참 밝고 예의바른 학생이다. 모둠일기에서 보이는 재치와 유머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아이다. 그런데 집에 갔을 때 어머니께서 놀랄 만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작년에 영수가 사춘기를 너무 심하게 앓았다는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계속 직장생활을 하시다가 영수가 중학생이 되면서 그만 두셨는데, 직장생활로 바빠서 그동안 영수와 대화가 부족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영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어느 날 영수의 낙서를 발견했는데 엄마에 대한 원망과 불만이 쓰여 있었다고 하셨다. 그 내용이 너무 심해서 내가 아들에게 이런 존재밖에 되지 않나 싶은 마음에 어머니께서는 며칠 동안 눈물이 나셨다고……. 어떻게든 잘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영수와 엇나가서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으셨다고 하셨다. 1년 6개월 정도 영수와 함께 상담센터에 다니며 치료를 받으셨다고, 그래서 지금은 영수와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었고 이제는 영수를 믿는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지금의 예의바르고 온유한 모습의 영수에게서 그런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때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녀석도 쑥스러운지 웃었다. 사춘기의 열병을 심하게 앓은 영수와 그 고통의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신 어머니. 이제는 어머니께 잘할 거라고 이야기하는 영수를 보면서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미희네는 부모님께서 바쁘셔서 미희와만 상담을 했다. 미희에게는 초등학교 1학년인 여동생이 있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미희가 주로 동생을 돌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집에서 본 미희는 무척 어른스러웠다. 미희는 심장이 약간 돌출되어 무리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 체육시간에 힘들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뭐라 할까 싶어서 사람들에게는 아프다는 이야기를 안 한다고……. 또한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한 경험이 있어서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친구들 사이에서 겉돈다는 느낌이 있지만, 사람에 대해 믿지 못하는 마음이 있어서 쉽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주려고 하다 보니 자신에게도 무리가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우는 미희를 보면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 부모님께 짐이 되지 않으려고 바로 직업 전선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미희. 말로는 사람을 못 믿겠다고 하면서도 내면에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이 있는 미희. 그런 미희가 안쓰러워 미희를 꼭 껴안아주고는 집을 나섰다.
가.정.방.문. 처음에는 그 이름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한집 한집 방문하면서 몸은 힘들고 마음은 부담스럽지만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방문을 다녀온 후 아이들이 참 다르게 보인다. 아이를 보면 그 집안의 풍경이 저절로 그려진다. 교실 안에서만 봤을 때는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한 번의 가정방문으로 아이들을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아이들에 대해 전에 없었던 애틋한 마음이 생겨난다. 학부모님들도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하셨지만 내 얼굴을 보고 나서는 참 좋다는 말씀들을 하셨다.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이 새로운 눈과 마음으로 서로를 볼 수 있게 하는 가정방문, 서로 신뢰할 수 있게 해주는 가정방문. 그 매력에 취하여 아마 내년에도 가정방문을 가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