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흡영 강남대 신학과 교수 ⓒ베리타스 DB |
인간배아줄기세포연구에 있어서 핵심적인 쟁점은 인간배아가 생명이냐, 물건이냐 하는 것이다. 우선 대부분의 과학자들과 배아줄기세포연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배아는 어머니의 자궁벽에 착상하기 이전이고 분화를 위한 원시선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생명이 아니고, 하나의 세포덩어리에 불과한 물건이라고 주장한다. 배아는 물건에 불과하므로 실험실에서 그것을 실험재료로 가공해서 사용하고 폐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로마 가톨릭교회와 보수적인 기독교회들은 이 견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다. 그들은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인간생명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인간배아는 이미 완전한 인간이다. 따라서 배아에게도 인간에 상응하는 존엄성과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내부 세포덩어리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해 배아의 영양막을 파괴하는 인간배아줄기세포연구는 살인행위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두 입장들은 분명하지만 너무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하여 온건한 중도적 견해는 다양하고 다소 모호한 점을 가지고 있다. 인간배아는 인간생명의 한 형태이지만, 아직 완성된 한 인간생명 또는 인격주체가 아니다. 한 인격체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배아는 결코 하나의 물건이 아니다. 따라서 일반 실험재료와는 달리 소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수정한 후 14일이 경과되기 전의 아직 분화되고 개별화되지 않은 배아를 개체성을 가진 완전한 인간생명이라고 간주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불치병 치료 등 인류 건강과 복지를 위한 공리적 유익을 위한 특수한 경우에는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락할 수 있다. 여기에서 모든 조직세포로 다분화될 수 있는 전형성능(totipotent)과 생명체는 형성하지 못하지만 다양하게 분화될 수 있는 다형성능(pluripotent)이라는 좀 복잡한 구분을 사용하기도 한다. 전형성능적 배아세포는 하나의 잠재적 인간이므로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다형성능적 줄기세포는 잠재적 인간이 아니므로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
배아가 생명이냐 세포덩어리이냐 하는 논쟁은 아직 진행 중인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태아에 대한 생명존중의식이 선진국에서 최하 수준이라는 한국사회에서 배아의 생명성에 관해 논한다는 것이 시기상조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 선진국, 윤리 후진국'이라는 우리를 향한 해외언론의 라벨을 떼기 위해서라도 이것은 알아두어야 한다. 배아는 잠재적 인간이므로 세포덩어리에 불과한 물건이 아니다. 동시에 그것은 아직 개체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한 인간생명이라고 볼 수도 없다. 배아는 잠재적 인간이긴 하지만 아직 미완성의 중간적 존재인 것이다. 난치병 치료 등 의료적 혜택을 위해 인간줄기세포연구를 허락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서라도 인간배아는 하나의 잠재적 인간이므로 소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 김흡영 교수
- 학력
1992, 박사, Graduate Theological Union, 철학/신학(Ph.D)
1987, 석사, 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 신학(Th.M)
1986, 석사, 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 교역학(M.Div)
1971, 학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항공공학(BSE)
1967, 경기고등학교
- 현재
철학박사
강남대학교 제 1대학 신학부 교수 (전공 : 조직신학)
한국과학생명포럼 대표
한국종교과학연구소 소장
세계과학종교학회(ISSR) 창립정회원
아시아신학자협의회(CATS)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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