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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되짚어 보기] 목회자의 성범죄, 그 이후

목회자의 교권주의, 소통부재 해소 시급해

라이즈업무브먼트(아래 라이즈업) 이동현 전 대표의 성추문이 불거져 나왔다. 제법 큰 규모의 청소년 단체를 이끌었던 그였기에 파문은 컸다.

이 전 대표의 성추문은 아주 전형적이다. 카리스마 강한 ‘남성' 리더가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접근해서 이런저런 감언이설로 농락해 영혼과 육체를 파괴했다. 피해를 당한 여성들 가운데 몇몇은 이 사실을 알렸으나, 내부에서는 이를 덮어 버렸다. 피해자와 지근거리에 있던 여성들조차 남성 리더의 편을 들며 ‘회개'를 압박했다. 라이즈업의 경우는 아니지만 목회자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이 ‘정신이상자' 혹은 ‘이단에서 보낸 꽃뱀' 등으로 매도당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사태전개는 조직의 크기와는 무관하다. 아주 작은 교회조직에서도 사태는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다. 문제는 ‘구조'다.

먼저 목회자나 기독교계 단체 리더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특히 조직 구성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리더의 권한은 하나님과 동급으로 인식된다. 카리스마 강한 목회자가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만나자고 했을 때, 쉽게 뿌리칠 여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수락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전 대표에게 피해당한 여성 역시 처음엔 이 전 대표가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증언했다.

두 번째, 침묵의 카르텔이다. 한국 교회에서 목회자는 절대적인 성역이다. 그 어떤 비판도, 그 어떤 문제제기도 금기시된다. 목회자의 범죄가 드러났을 때 침묵의 카르텔은 더욱 강력하게 작동한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돌로치라'는 말씀을 들이대면서 말이다.

이 밖에도 몇 가지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점만 제대로 꿰뚫기만 해도 향후 비슷한 사례에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본다.

목회자도 죄성 지닌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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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성추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라이즈업무브먼트 이동현 전 대표.

무엇보다 목회자들도 인간이다. 돈과 성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연약한' 인간이라는 말이다. 그가 별 볼 일 없던 교회를 수십만 규모의 대형교회로 키워 냈다고 하더라도, 이 점이 인간 존재에 내재한 죄성을 없애주지 않는다.

오히려 대형교회 목회자일수록 죄악을 저지를 가능성은 이전에 비할 수 없을 지경까지 확대된다. J 목사를 보라. 그는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는데, 횡령액이 600억이다. 일반 서민은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돈을 J 목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주무른 것이다. 목회자는 단지 교회 운영과 신도들의 종교활동을 위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직업인 정도일 뿐이다. 섣불리 ‘영적 아비'하는 종교적 권위를 부여하지 말자.

두 번째, 막힌 언로를 뚫는 일이 시급하다. 교회 안에서 언론행위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여기서 언론행위란 언론사 소속 기자가 기사를 쓰는 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교회가 됐든 기구가 됐든, 모든 내부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단체 활동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유로이 말하고, 드러내는 일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소통'이다.

사실 어느 교회를 막론하고 내부구성원이 담임목사나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릴 주제를 공개 언급하면, 그것이 사실이어도 거친 태클이 들어온다. ‘전도의 문이 막힌다', ‘믿음 약한 초신자(교회 갓 나온 성도)가 들으면 시험에 들 수 있다', ‘덕이 안 된다'는 식이다. 이 전 대표는 교회에 팽배한 소통부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네가 입을 뻥긋하면 사탄이 그 말을 이용해서 우리 사역을 망친다. 그러니 고통스러운 걸 참아라. 너 한 명만 참고 견디면 성령을 훼방하지 않게 된다"는 피해자의 증언은 무척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을 땐 통제가 쉬웠다. 그러다가 블로그, 카페, SNS 등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교회의 속살 역시 세상 밖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러자 대응방식도 진화했다.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어느 성도가 자신의 블로그에 담임목사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담임목사가 그 글을 봤나보다. 주일 설교에서 그 블로그 내용을 언급하며 신도들에게 입막음을 주문했다. 신도들은 거의 맹폭하다시피 공격했고, 해당 성도는 블로그를 폐쇄해야 했다. 이 같은 소통부재는 목사 혹은 단체 지도자의 절대권력화란 파국을 불러온다.

이 전 대표의 성범죄 역시 내부에서 소통이 활발히 이뤄졌다면 지금보다 더 일찍 세상에 알려졌을테고, 그렇다면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들은 ‘각서' 따위로 덮었고, 이 와중에 피해여성의 상처는 더욱 깊어졌다.

이 지점에서 여성들에게 당부한다. 만약 교회나 기독교계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남성 목회자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즉각 사법기관에 신고하라고 말이다.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사례를 보라. 치리권을 가진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전 목사와 한 몸처럼 움직였다. 성범죄는 형법에서 아주 위중하게 다루는 중범죄다. 그럼에도 평양노회 목회자들은 아무런 심각성도 느끼지 못했다. 이런 불감증이 어디 평양노회 목회자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일까? 목회자들의 자정에 기대기에는 한국 교회의 타락이 너무 심각하다.

끝으로 섣부른 용서는 금물이다. 이 전 대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뜻을 전해왔다. 내려놓다니, 이 무슨 말장난인가? 그의 목사 자격은 자신이 운영하던 단체에 속한 여성에게 음욕을 품었던 그 순간 사라졌다. 사회법에서는 음욕을 실제 행동에 옮기는 순간 죄가 성립되지만, 성경의 법은 음욕을 품는 것조차 죄악으로 규정한다는 점을 이 전 대표는 정녕 모른단 말인가?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의 범죄행각에 공소 시효가 아직 남았다고 하니, 피해여성이 부디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를 소망한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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