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보수 기독교계가 광복절을 전후로 일제히 공세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보수 기독교계 가운데 가장 먼저 사드 배치 찬성입장을 밝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지난 10일(수) 발표한 광복절 메시지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최소한의 방어요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존권에 직결되는 문제"라면서 거듭 사드 배치에 찬성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부를 향해 "소통의 채널을 넓히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조일래)의 입장은 다소 모호하다. 한교연은 8일(월) 발표한 광복절 메시지에서 사드가 ‘북한의 무력도발로 촉발됐다'고 전제하며 "이 문제로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남남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분단 현실에서 나라를 지키는 안보는 이념이 아닌 생존권의 문제"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교회언론회(아래 언론회)도 사드 배치 논란을 두고 ‘남남갈등이요 갑론을박'이라고 규정하면서 "국가안보는 결코 정치적 재단으로 끝날 문제가 아닌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고 적었다.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샬롬나비)은 훨씬 적극적이다. 샬롬나비는 지난 3일자 논평을 통해 "북핵의 위협에서 우리가 확실한 핵억제력을 갖지 못했을 때, 우리의 국가안보는 커다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남한의 핵억제력 확보를 주문했다.
보수 기독교계의 입장을 요약하면 사드는 국가안보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교연과 언론회는 사드 대신 ‘안보'라는 낱말을 사용하며 사드 배치에 우회적으로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가장 우려스러운 곳은 샬롬나비다. 샬롬나비는 "평화는 힘을 바탕으로 확실한 전쟁억제력을 갖추었을 때 주어지는 선물"이라면서 "방위문제 해결을 위해 핵억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 결정이 나오면서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엔 북핵을 보다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선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사드 보다 핵보유가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샬롬나비의 주장도 이런 목소리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핵무기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불가역적'으로 파괴하는, 반기독교적인 전쟁도구다. 따라서 보수 기독교를 참칭하는 샬롬나비의 핵억제력 주장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배반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