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 되짚어보기] 여자배구 대표팀 처우 논란

열악한 지원에도 선전한 여자배구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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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주공격수이자 주장인 김연경 선수가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리우 올림픽이 한국시간으로 22일(월) 오전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늘 뉴스를 쏟아냈다.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몰고 온 선수(혹은 팀)이라면 단연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에이스 김연경 선수를 앞세워 내심 메달까지 넘봤다. 첫 경기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자 이 같은 바람은 곧 현실화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한국시간으로 16일(화) 열린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게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대포알 같은 서브를 내려 꽂으며 한국 선수들의 서브 리시브를 무너뜨렸다. 선수들은 망연자실했고, 감독 역시 서브 리시브 때문에 고개를 내저었다.

승부는 이길 수도, 또 질 수도 있다. 문제는 다른 데서 불거졌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4차례에 걸쳐 나뉘어 귀국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애초에 선수단을 파견할 때 여자배구협회가 출입카드(AD카드) 부족을 이유로 감독, 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그리고 선수 12명까지 단 16명 만 보냈다. 이뿐만 아니다. 2014년 여자배구 대표팀이 인천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김치찌개로 회식한 일마저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격분했고, 여자배구협회를 집중 성토했다.

협회가 할 일은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사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협회는 선수들의 현지 의사소통을 도울 통역, 그리고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해줄 팀 닥터조차 붙이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김연경 선수가 영어 구사가 가능했고, 그래서 통역 노릇까지 도맡아야 했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 경기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김 선수가 힘이 부쳐보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팀 주공격수라는 중책에 속된 말로 ‘팔자에도 없는' 통역까지 도맡아야 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열악한 처우를 감수하면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건 그야말로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꼴이나 다름 없다. 그렇기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지원마저 등한시한 협회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올림픽이나 각종 국제대회만 열리면 관심은 온통 한국 선수들이 몇 위를 차지할까에 쏠린다. 그러나 여자배구 선수들의 열악한 처우는 이 같은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의 땀방울, 메달 색깔로 평가할 수 없어

솔직히 이번 올림픽은 아무 관심이 없었다. 언론은 금메달 10개와 10위 이내 진입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여론몰이에 나섰지만, 태평스럽게 스포츠 경기에 몰두하기엔 이 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위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대표선수들이 금메달을 싹쓸이 해온 들 그 금메달이 언제 어디서 대형참사가 벌어질지 몰라 불안해 하는 이 나라 사정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가?

그러나 여자배구 대표팀만은 예외였다. 남자 선수들이 국내 프로리그의 인기에 매몰돼 기량향상을 등한시 하는 사이 여자 선수들은 당당히 실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열악한 처우에도 승승장구 했어서다. 그래서 내심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오기를 바랐지만 8강에서 만난 네덜란드는 너무 강했다.

네덜란드는 아예 한국의 서브 리시브를 무너뜨리겠다고 작심하고 경기에 임한 것 같았다. 보조 공격수 박정아 선수와 리베로 김해란 선수는 네덜란드의 강서브를 번번이 놓치고 망연자실해 했고, 그 모습을 보면서 안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주눅들지 않고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김연경 선수는 뜰 때 마다 블로커가 세 명이 따라 붙었지만 그 벽을 뚫고 강타를 성공시켰다.

올림픽은 끝났다. 그러나 열악한 지원에도 아랑곳 없이 자신들의 기량을 펼친 여자배구 선수들의 경기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제 금메달 수자 따라 나라별로 줄세우는 일도 그만했으면 좋겠다. 사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순위를 메기지 않는다. 그리고 금메달 수자로 순위 메기는 경우는 한국에서는 관행으로 자리잡았지만 나라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한국처럼 금메달 수자로 순위를 메기는가 하면 금은동 상관 없이 획득한 메달 수자로 순위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땀방울은 메달 색깔로 줄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여자배구 처럼 열악한 처우는 개선하지 않고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을 강요하며 메달을 요구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4년 후 도쿄 올림픽은 평온한 분위기에서 부담 없이 즐겼으면 좋겠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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