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대형교회의 새로운 얼굴: 4개 대형교회의 창조적 혁신

"혁신적 초대형교회가 더 나은 종교적 경험을 제공해"

편집자 주] 서강대학교 바오로관에서 8월25일(목)-26일(금) 양일간 개최되는 국제회의 "종교적 경쟁과 창조적 혁신"에서 서원대 김성건 교수가 한국의 대형교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혁신에 성공한 대형교회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종교의 집중화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 교수의 동의를 얻어 발제문의 요약본을 전재한다.

김성건
(Photo : ⓒ 이인기 기자)
▲“종교적 경쟁과 창조적 혁신” 학술대회를 조직한 김성건 서원대 교수.

그동안 세계기독교사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던 한국 개신교회가 최근 들어(1990년대 중반 이후) 침체 혹은 하락세에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부 초대형교회의 각종 스캔들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개신교 전체의 사회적 공신력이 급속도로 저하되고 있다. 반면에 가톨릭은 최근 성장세에 있다. 이런 문제적 상황에서 초대형교회에 대한 공격과 비판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본래 1990년대에 거대도시(megacities)의 출현과 초대형교회(megachurches)가 거의 동시에 등장한 미국의 경우에서도 물론 일부 초대형교회가 세습, 목회자의 부정, 재정 문제 등으로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기는 했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오늘의 미국에서 이른바 "종교의 집중화"(religious centralization)라 불리는 교회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 반면에, 대다수의 초대형교회는 일부 세간의 비판과 달리 순항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현재 초대형교회에 관한 한 가장 대표적 학자로 일컬어지는 종교사회학자 스캇 써마 교수(Scott Thumma, Hartford Seminary)와 저명한 종교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 교수(Rodney Stark, Baylor 대)를 비롯하여 본래 목사 출신으로서 최근에 종교사회학자로 변신한 제임스 웰만 교수(James Wellman, Washington 대) 등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내용, 곧, "초대형교회가 중소형교회보다 교인들에게 영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종교적 경험(체험)을 제공한다"라는 주장이 현 한국의 초대형교회에 과연 얼마나 부합되는 지를 체계적, 경험적으로 조사할 필요를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2.

이러던 차에 미국 템플턴 재단으로부터 "종교적 경쟁과 창조적 혁신, LA와 서울"이라는 연구주제로 연구비를 수혜받게 되어 본인은 이번에 아래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1) "한국의 초대형교회들 중에서 현재 계속 성장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비교적 평판이 좋은 사례가 과연 있는가?"

(2) "만약 이런 교회들이 있다면 이들은 다른 초대형교회들과 달리 어떤 측면에서 독특한 창조적 혁신을 이루었는가?"

(3) "한국의 일부 호평을 받는 초대형교회들이 보여주는 특징적 성격을 외국(미국)의 초대형교회의 그것들과 비교했을 때 양자 간에 어떤 동질성과 이질성이 있는가?

3.

본 연구 프로젝트가 두 거대도시(서울과 LA)를 비교하는 것이어서 시간과 경비 등 제약을 안고 있는 본인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약 20개월 간 서울광역권에 있는 약 20개의 초대형교회들 중 최종적으로 4개 교회 - 서울 강동 소재 오륜교회, 서울 강남 소재 주님의 교회, 분당 소재 분당우리교회, 일산 소재 거룩한빛광성교회 - 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당초 본 연구자가 접촉한 몇몇 교회는 교회 사정으로 인해서 본 연구자가 요청한 설문조사의 실시를 결국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위의 4개 교회는 전체 교인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설문조사에 아무런 조건이나 단서를 달지 않고 기꺼이 적극적으로 바로 응해 주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본 연구자는 이 4개 교회가 위의 질문(1)에 부합되는 사례들에 가깝다고 재인식하게 되었다. 질문(2)와 질문(3)과 관련하여, 이들 4개 교회를 대상으로 직접 예배에 참석하여 관찰, 설문조사 (약 800건), 심층인터뷰(약 40건), 그리고 교회의 주보 등 각종 유인물과 웹사이트를 통해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아래와 같은 창조적 혁신의 주요한 측면들을 밝혀내게 되었다.

(1) 오륜교회:

-전통적 예배를 현대 문화의 흐름에 맞게 열린 예배로 과감하게 혁신한 것

-(국내외의 수백 개 형제 교회가) 동시에 참여하는 "세이레(21일간)기도회"(매년 11월 개최)

-찬양, 중보기도와 치유, 안수기도 등으로 이름난 금요기도집회

-회사 빌딩 같은 모습의 교회 건물

-획기적인 교육시설(특히 유아 및 아동대상)

(2) 주님의교회:

-교회건물이 없이 강당(정신여고)을 예배당으로 사용

-담임목사(10년)와 장로(7년)의 1회 임기제

-"12단계수요성경공부"(온라인, 오프라인) 실시: "하나님의 나라"의 관점

-교회 재정의 절반은 교회 내부에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지역사회를 위해 씀

(3) 분당우리교회:

-미셔널처치(missional church)의 목표 아래 "1만성도파송운동" 전개

-교회 창립 20주년을 맞은 2012년부터 교회 간 수평이동 성도는 더 이상 받지 않고 사실상 초신자만 새가족으로 수용

-초대형교회로서 스스로 사이즈를 축소하는 운동(Slimming) 전개

-교회 재산 무소유(송현고등학교 강당에서 예배 실시)

-담임목사의 철저한 "강해설교"(cf. 주제설교)

(4) 거룩한빛광성교회:

-사회선교(social ministry)의 목표를 갖고 교회개혁의 모델을 지향

-상식이 통하는 교회, 민주적 의사결정, 평신도중심 교회 실현

-매일 밤(9시) 성도들의 치유를 위한 중보기도회 실시

-지역 내 소교회들 중 재정이 어려운 교회를 인수하여 파송할 목회자를 현 부교역자들 중 성도들이 투표로 결정하도록 함

-현 담임목사가 조기 은퇴를 하면서 교회를 4개 정도로 분할할 계획

4.

본 연구가 조사한 한국의 초대형교회들의 혁신적 측면을 미국의 초대형교회와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비슷한 점 - 양자 모두에서 우선 교인들의 70-80%가 수평이동을 했고, 교회는 교파 소속을 겉으로 밝히기보다 최근 포스트모던 문화의 흐름을 반영하여 지역공동체교회(community church)의 이름을 쓰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작은 교회와 비교할 때, 미국과 한국의 메가처치는 모두 규칙적인 십일조를 내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종교적 체험(예배, 설교 등) 측면에서도 긍정적 답변이 많고, 고학력 전문직 중산층의 비율도 높으며, 전도와 교회출석 빈도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현재 출석하는 초대형교회에 교인들이 계속 남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담임목사(설교와 인격)이고 그 다음으로 예배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합해져서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현재 교회 간에 부익부빈익빈 곧, 집중화가 나타나고 있다. 곧,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큰 종교 공동체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2) 다른 점 - 미국의 초대형교회들 중에서 분당우리교회의 사례처럼 스스로 교회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주님의 교회(분당우리교회 포함)처럼 처음부터 교회가 재산을 소유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아울러 한 교회의 발전에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 담임목사의 임기를 10년 단임제로 한정하여 교회의 사유화를 방지하는 시도를 주님의 교회에서 설립 초기부터 제도화한 것은 미국에서는 다소 생경한 것이라고 사료된다. 그리고 철저한 문자주의에 기초하여 오로지 강해설교를 펼치고 있는 분당우리교회의 이찬수 목사 같은 사례 역시 현재 미국의 초대형교회에서 주제설교 쪽으로 거의 기울고 있는 경향과 사뭇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양국의 문화의 차이에서 어느 정도 기인한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문자와 해석을 전통적으로 중시하는 유교문화의 영향을 교회 내부에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신구약 성경쓰기라든지 성경통독 등과 같은 것이 한국교회 내에서 장려되고 있는 현상을 새삼 주목할 수 있다.

성경에 대한 문자적 해석을 강조하는 것과 근본주의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중생의 체험과 교회집회에의 참석빈도 등이 규칙적인 십일조와 연관된다는 것이 본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초대형교회에서 규칙적인 십일조를 한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67%나 되는 것은 미국의 그것(약 40%)보다 한층 높은 것으로서 이는 무엇보다도 한국 개신교의 특징으로 거론되는 성서적 문자주의(Biblical literalism)에서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의 초대형교회와 한국의 초대형교회를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또 다른 중요한 차이로서 한국의 경우 치유를 향한 범교회적인 중보기도가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측면이다. 이 같은 중보기도는 참여하는 신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섬기는 교회를 하나의 공동체로서 좀 더 강하게 인식하게 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5.

본인이 연구한 한국의 수도권에 자리 잡은 4개의 초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볼 때, 이런 교회들이 개신교 내 일부 성직자들이나 사회 내 세속주의자들이 말하듯 "교회 주식회사" (혹은 "일종의 주식회사 같은 교회")라든지 "이익집단"이라고 간단히 비판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이 교회들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실현한다는 숭고한 목적 아래 하나님의 말씀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하나님과 신자들의 관계를 한층 심화시키는 데 혁신을 하고(성서적 문자주의에 기초한 강해설교), 하나님께 신앙공동체 내 다른 신자들의 건강과 질병을 위해 이타적인 기도를 함께 드리며(중보기도를 통한 치유사역), 복음을 전파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고(수평이동 신자를 받지 않으면서 교회의 규모를 줄임), 세상의 소유와 권력을 갖는 것을 지양하고(교회 재산을 소유하지 않고 담임목사의 임기제를 실시) 있다. 끝으로, 본 연구자는 초대형교회에 대한 세간의 비판에 직접적으로 답하고 있는 바로 이 같은 혁신으로 인해서 이런 교회들은 현재도 한국사회에서 성장하고 있고 계속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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