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 되짚어 보기]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더 무더웠던 이유

전기요금 폭탄, 그리고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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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각 주택가마다 게시된 전기요금 누진제 안내문. 이번 여름 국민들은 가정용 전기에 징벌적 누진요금을 부과하는 현행 요금체계에 거세게 반발했다.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였던 무더위가 싹 물러갔다. 그것도 하루 사이에. 마치 칼로 두 동강 내듯 기온이 하루 만에 뚝 떨어지니 먼저 몸이 적응을 못한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8월 평균기온은 34.3도로 1907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가장 무더웠다던 1994년보다도 1.7도 더 높았다고 하니 실로 올해 더위는 말 그대로 살인적이었다. 그러나 이 더위가 무덥게 느껴진 이유가 비단 높아진 온도에만 있지는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올 여름은 유난히 논란이 뜨거웠다. 일반 국민의 피부에 가장 직접적으로 와 닿았던 걸 꼽으라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일 것이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유독 가정용 전기에 대해서는 누진제를 적용한다. 누진제 적용 취지는 kWh당 단가를 높게 책정해서 절약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요금을 살펴보자. 100kWh의 전기를 사용했을 경우 전기요금은 7,350원이다. 계속해서 150kWh-15,090원 / 200kWh-22,240원 / 350kWh-62,900원으로 400kWh 이하는 비교적 무난한 수준이다. 그러던 것이 400kWh-78,850원 / 500kWh-130,506원 / 650kWh-257,690원 등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요금은 폭탄이 되어 돌아온다.

문제는 이런 요금체계가 산업용, 일반용에는 적용되지 않고 가정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가정이 기업보다 전기 사용량이 많으면 모르겠다. 한전의 종별 전력 판매 명세에 따르면 산업용과 일반용으로 소비된 전력은 각각 55.3%와 21.8%다. 반면 주택용 소비 전력은 14%에 불과하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불만이 안 나올 수 없다. 날은 덥지만 불합리한 전기요금 때문에 가정에서 에어컨 키기가 부담스러워, 에어컨을 자린고비 고사에 나오는 굴비에 빗댄 우스개소리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비난여론을 의식해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2200만 가구에 대해 전기요금을 평균 20%까지 할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우선 실효성이 의심되는데다, ‘누진제 폐지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정부가 돌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전기세 한시적 인하방안은 박근혜 대통령과 신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만남에서 결정됐다. 대통령과 신임 여당 대표와의 회동 직후 관련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기본골격은 유지하되 7~9월 한시적으로 누진제 경감방안을 시행하기로 확정하고 8월 말 배부되는 7월 고지서부터 소급해 적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체적인 모양새를 보면 국민들이 제기했던 불만엔 요지부동으로 일관하던 산자부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말을 바꾼 셈이 됐다. 그러니 가뜩이니 더위에 지쳐가던 국민들의 짜증은 더욱 들끓을 수밖엔 없었다.

우병우 스캔들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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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스캔들은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과 임명직 공직자들이 직무를 유기한 국기문란으로 볼 수 있다.

이 더위를 더욱 무덥게 만든 또 하나의 사건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비리의혹이다. 사실 우 민정수석의 비리의혹은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 매체를 뒤덮고 있는 최대 현안이다.

우 수석의 의혹과 사태 전개과정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우 수석을 필두로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유력 신문인 <조선일보>가 전면에 등장하고 청와대가 막후에서 관전하다 중요한 국면에 나타나 결정권을 행사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조선일보>를 지칭해 특정 부패 기득권세력이라는, 근래 보기 드문 원색적 표현을 사용해 비난하면서도 우 수석은 감싸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우 수석은 졸지에 현 정권의 명운을 쥔 인물로 의미가 격상됐다. 세상천지 어느 소설가나 시나리오 작가가 권력 흑막을 소재로 이토록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구상해낼 수 있을까?

가히 스캔들이라 할 우 수석의 비리의혹을 이 지면에 되풀이해 적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 가지는 지적하고 넘어가려 한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 수석은 사실상 대통령을 대리해 통치를 하고 있고, 특히 대통령이 우 수석에게 약점을 잡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 파다하다.

우 수석은 처음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있다가 2015년 1월 민정수석으로 영전했다. 2014년 12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정윤회 문건' 파문을 처리하면서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민정수석 자리를 꿰찼다는 후문이다. 정윤회 문건 파문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비선실세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우 수석이 이 파문을 수습하면서 대통령의 치부와 관련된 정보를 획득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대통령은 선출직이고, 청와대 민정수석은 임명직이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은 자신에게 국가의 최고권력을 위임해준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한다. 이런 책임원칙은 자신을 도와 국정을 운영해야 할 임명직 공직자 선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 수석 스캔들은 이런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부적절한 인사의 장관 기용으로 ‘인사참사'라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사만 골라 중용했으며, 그 어떤 의혹이 불거져 나와도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했다. 자신에게 칼끝을 겨누지 않는 한 말이다. 우 수석은 이런 대통령을 뒷배 삼아 온갖 전횡을 저질러 왔다.

요약하면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할 대통령과 임명직 공직자가 그 책임을 거스른 것이 우 수석 스캔들의 본질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국기문란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 못하는 모양이다. 우 수석을 감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뜩이나 무더운 데 더더욱 무덥고 짜증이 몰려온다. 그런데 어디 이뿐인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때문에 경북 성주와 김천은 난리가 났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2년이 지나도록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야당마저 무기력하자 급기야 유가족이 제1야당 당사로 들어가 단식 농성을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더위가 한 풀 꺾이니 그나마 살 것 같다. 어지럽기만한 이 사회도 한 순간 평온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의식적인 노력이 개입될 때 비로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더위가 물러갔으니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자. 작은 촛불 하나가 세상을 밝히는 법이니까 말이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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