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학내 구성원 대표하는 총장 선출까지 싸우겠다”

한신대 교수 일동, 성명 통해 이사회 거세게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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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한신대 교수일동은 31일 성명을 내고 학내 구성원을 대표하는 총장이 선출될 때 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월 기장 총회 본부를 찾은 한신대 학생모임.

한신대학교가 총장 선임을 둘러싼 학내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31일(수) 이 학교 교수 24명은 성명을 내고 학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강인철 교수 등 교수 일동은 성명에서 이사회가 "학내의 현안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 수렴을 하지 않고 공권력에 의지해 해결하려 했다"고 한 뒤 "학기말인 6월 16일 4자협의회에서 특위를 구성하여 학내 현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4자협의회를 열자는 교협과 총학의 공식적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방학 내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이사회를 성토했다.

교수일동은 이어 이번 학내갈등이 수년간 이뤄졌던 대학구조조정과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학내 민주주의 파괴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성명 중 한 대목이다.

"학교 당국은 다른 어떤 대학보다도 앞장서서 취업 위주의 학제 개편, 정원 감축, 학과 조교 폐지, 강의 의무시수 확장 등 구조조정에 나섰고, 이는 번번이 교수회의, 대학평의회 등 공식 회의에서 부결되었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학교 당국은 교수회의 의결권, 학장 및 징계위원 추천권, 대학평의회 위원 추천권 등을 박탈하여 학내 민주주의를 파괴하였고, 이는 교수 학생의 반발을 샀으며, 결국 총장 사퇴로 이어졌던 것이다."

교수 일동은 끝으로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이사회의 구성, 명실공히 학내 구성원을 대표할 수 있는 총장 선출이 이루어 질 때까지 우리 교수들은 함께 싸워 나갈" 방침을 천명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총회장 최부옥)는 오는 9월27일(화)부터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리조트 신텍스 컨벤션센터에서 제101회 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총회엔 강성영 총장서리의 인준이 이뤄지게 되는데, 학내 반발이 거세 인준 과정에서 불상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래는 교수일동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성명서

독단적인 이사회의 전면적인 개편, 민주적 총장 선출은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다!

우리 한신대 교수들은 지난 총장 선출을 전후하여 야기된 문제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우선 언급해야 할 사실은 방학 중에 두 가지 사안이 새로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1) 4자협의회 특위는 열리지 못하였다.
2) 교수협의회 대표인 양춘우 교수와 26명의 학생이 검찰로 송치되었다.

1) 지난 학기 초부터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학내 갈등은 학기말인 6월 16일 4자협의회에서 특위를 구성하여 학내 현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4자협의회를 열자는 교협과 총학의 공식적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방학 내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수년간 전체 교수회의를 위시한 공식적인 회의의 의결 사항을 무시해오던 학교 당국의 행태는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2) 한편에서는 26명의 학생들과 교수협의회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가 끝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었다. 총장 선출 과정에 이사회의 독단적인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던 교수 학생들은 이제 기소되어 사법 처리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검찰로 넘어 가자 이사회는 학생들이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면 합의서를 써 주겠다고 나섰다가 학부모들의 지탄을 받기도 하였다.

학내의 현안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 수렴을 하지 않고 공권력에 의지해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한신대의 문제는 이화여대 사태와 닮은꼴이다. 총장, 이사회 등 학교의 운영진이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학내의 중요 사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이에 반발하는 학생들은 해명을 요구하며 점거를 통해 의사를 표현하였으며, 학교 당국자들은 이를 공권력을 동원해 억누르려 했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한신대의 경우에는 이사회가 직접 나서 2차례에 걸쳐 경찰에 학생 연행을 요청하였고, 수백 명의 경찰을 학교 내외에 끌어들였으며, 26명의 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학교 당국은 학생들을 사찰한 정보를 경찰에 넘겨주기까지 하였다. 소위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총장, 이사회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경찰을 동원하고 교수, 학생을 사법 당국에 넘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주의와 진보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는 한신대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들에게는 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수년간 진행되었던 일방적인 대학 구조조정과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학내 민주주의의 파괴, 그리고 이에 직면하여 벌어졌던 학교 당국과의 대립들의 연장선 속에서 전 총장이 급작스레 사임하였음을 알고 있다. 학교 당국은 다른 어떤 대학보다도 앞장서서 취업 위주의 학제 개편, 정원 감축, 학과 조교 폐지, 강의 의무시수 확장 등 구조조정에 나섰고, 이는 번번이 교수회의, 대학평의회 등 공식 회의에서 부결되었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학교 당국은 교수회의 의결권, 학장 및 징계위원 추천권, 대학평의회 위원 추천권 등을 박탈하여 학내 민주주의를 파괴하였고, 이는 교수 학생의 반발을 샀으며, 결국 총장 사퇴로 이어졌던 것이다. 새로운 총장 선출은 따라서 교수회의에서 총장 후보를 정하고 이사회가 선임해 왔던 이전의 규정을 살리면서 민주적으로 진행되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 학생 총투표로 어느 때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총장 후보가 일거에 이사회에서 묵살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지금의 한신대 사태는 단순히 총장 선출 과정의 파행을 넘어 교육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학문의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령을 다시 세우는 문제와, 한신대가 역사 속에서 지켜 왔던 민주주의, 진보의 가치를 이어 나가는 문제에 맞닿아 있다.

다행히 한신대 문제에는 교수, 학생 등 학내 구성원 뿐 아니라 동문, 학부모, 사회 각계의 민주인사 등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 함께 해결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이사들을 파송하고, 총장을 인준하는 기장 총회에서도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말 이사회에서 학내 구성원의 의사에 반해 총장을 선출한 이래, 이사회를 둘러싸고 선출 과정에서의 불법 시비, 추문이 끊이지 않고 파행이 계속되고 있으며, 학교 당국은 지난 시기의 잘못된 정책 기조,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사회 총사퇴'와 ‘강성영 총장 서리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던 우리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이사회의 구성, 명실공히 학내 구성원을 대표할 수 있는 총장 선출이 이루어 질 때까지 우리 교수들은 함께 싸워 나갈 것이다.

2016년 8월 31일
한신대학교 교수 일동

강인철 고갑희 김대오 김동식 김성기 김영선 김예랑 김윤성 김항섭 김형교 남구현 류성민 류장현 박기현 박설호 신광철 양춘우 여협구 윤평중 이남규 이세영 전춘명 정해득 조성대 조태영 조창석 최두석 최수철 홍선미 홍성찬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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