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교회 과거보다 에큐메니컬적이지 못해”

이범성 교수, WCC 유치에 회의적 반응

26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교훈련원(원장 이근복) 주최로 열린 ‘한국교회와 에큐메니컬 선교’ 심포지엄에서 NCCK가 추진 중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차기 총회 유치가 비에큐메니컬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참석한 에큐메니컬 활동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발제에 나선 이범성 교수(실천신학대학원)는 ‘에큐메니컬선교의 방향과 실천적 대안’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운동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던 중 “요즈음 에큐메니칼의 총산인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차기 총회를 대형교회의 힘을 동원해서 한국에 유치하려는 비에큐메니칼적인 태도를 반대한다”고 했고, 한술 더 떠 “한국교회가 세계교회협의회의 차기 사무총장을 꼭 배출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 NCCK 선교훈련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이범성 교수는 NCCK가 추진 중인 WCC 차기 총회 유치에 대해 비에큐메니컬적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지수 기자 

앞서 이범성 교수는 현재 한국교회가 에큐메니컬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는 에큐메니컬하지 못하다”면서 “한국교회는 교회일치 관점에서 볼 때 과거보다 오히려 후퇴한 상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운동은 19세기 말엽 외국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국에서 상주하며 활동한 외국 선교사들이 ‘선교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교파간의 연합운동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이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운동의 시초가 된 것.

특히 20세기 초에는 장로교와 감리교의 연합활동이 문서선교, 구락부활동, 선교지 분할 등으로 나타났고, 4개 장로교단이 연합해 하나의 장로교회를 출범시키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에큐메니컬적 출발과는 다르게 20세기 중엽에 들어서며 에큐메니컬 활동은 소강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범성 교수는 “50년대의 한국교회는 에큐메니컬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하는 문제로 대규모의 분열을 초래했다”며 “이 문제는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여서 많은 교회들이 이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운동가들과 반대자들 중에 많은 수가 에큐메니컬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에큐메니컬에 대한 바른 이해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 교수는 에큐메니컬이 오해를 산 문제의 핵심으로 “에큐메니컬 주제가 편협하게 정의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들어 한국에서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는 교회와 교인들을 에큐메니컬이라고 했고, 독일에서는 '신구교간의 화해'를 도모하는 교회와 교인들을 에큐메니컬이라 한다. 이 교수는 “다들 각자의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히 인정해야 할 것이지만, 에큐메니컬의 드넓은 영역과 그 핵심이 단지 기독교인의 사회주의운동 정도로 취급 받는 현실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범성 교수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실천적 대안으로 몇가지 제언을 했다. 그는 특히 “세계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을 한국교회가 선두지휘해야한다는 한국교회의 오만한 생각에 나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견해에 기초해 이 교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세계교회협의회(WCC) 차기 총회 유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몇몇 특출한 에큐메니컬 인사가 한국교회에 혹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교회는 에큐메니컬 세계의 헤게모니를 잡는 일에 혈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애써온 서구교회의 노력들을 제 3세계를 동원하여 흠잡거나 폄하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도 그는 오늘날 에큐메니컬의 문제로 에큐메니컬은 좌파적 성향으로 복음주의는 우파적 경향으로 단순 도식화 되고 있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필자는 에큐메니칼운동이 하나님의 선교개념을 동반하여 일어난 20세기를 기독교사에서 ‘가장 의미있는 세기’라고 부른다”고 말한 이범성 교수는 “이 에큐메니칼 운동은 종교개혁운동이나 복음주의의 연속선상에 있으나 종교개혁운동이나 복음주의의 선교 이해를 훨씬 뛰어넘는 '하나님의 선교'신학을 제시한다”고 했다. 또 이런 에큐메니컬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복음주의와의 위험한 절충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진정한 에큐메니칼을 논하고자 한다면, 우리 사고의 출발점이 에큐메니칼 운동과 신복음주의의 절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에큐메니칼은 신복음주의와 전혀 다른 신학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범성 교수는 이어 에큐메니컬 운동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로마카톨릭교회의 단일성에 한국교회가 감탄만할게 아니라 교회 연합의 반면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 교수는 “로마가톨릭교회의 단일성이 만드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서 감탄만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세계의 교회는 더 큰 의미에서 하나라고 하는 에큐메니컬 통일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개교회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능력을 통해서 사회성을 인정받을 것이 아니라, 경쟁사회의 낙오자들 곁에 함께 있음으로써 그 사회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개교회주의적 과다 경쟁으로 인한 출혈을 최소화하는데 한국교회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밖에도 에큐메니칼 운동을 하는 교회들은 환경문제에서도 창조신학적인 입장을 가지고 사회적 이슈를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 다른 분야보다 환경문제를 기독교적 시각으로, 즉 창조질서를 볼 수 있는 안목으로 세계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면서 “현재 가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적 지구화는 경쟁적 비전인 반면에 에큐메니칼운동은 연대성의 비전”이라고 했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이 교수는 “에큐메니칼 선교구조를 갖춘 교회는 종말론적으로 현재 오고 있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희망 때문에 현실에 만족할 수 없다”며 “비록 현실을 개선하는 일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할지라도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그럴수록 더욱 희망을 꽃피우게 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이범성 교수(실천신학대학원)의 주제강연에 이어 서성환 목사(제주 사랑하는교회)가 ‘도시지역 에큐메니칼선교’, 김성률 목사(지리산함양제일교회)가 ‘농촌지역 에큐메니칼선교’, 이영 신부(외국인이주노동협의회)가 ‘다문화사회를 세우는 에큐메니칼선교’, 김현수 목사(들꽃피는마을)가 ‘청소년과 함께 하는 에큐메니칼선교’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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