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선진화재단과 좋은정책포럼이 공동개최한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 학술심포지엄이 26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작년 11월에 열린 '한국의 보수를 말한다'에 이은 두번째 이념논쟁 심포지엄으로, 주최측은 “진보의 자기성찰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베리타스 |
김윤태 교수(고려대)가 '한국진보의 비교사적 고찰', 홍성민 교수(동아대)가 '한국진보, 그들은 누구인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주대환 대표(사회민주주의연대)가 '한국 진보에 미래는 있는가', 신정완 교수(성공회대)가 '한국진보, 성장을 어떻게 볼것인가', 유종일 교수(KDI)가 '한국진보, 글로벌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김근식 교수(경남대)가 '한국진보, 북한과 통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의 진보가 침체기에 있다고 진단하고, 새로운 진보운동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특히 주대환 대표는 진보운동이 과거의 민족민주운동의 경험에 갇힌 후진국형 진보의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고 했으며, 뉴레프트(NewLeft)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윤태 교수는 민주화 운동이 성공한 1987년부터 진보진영의 목표가 사라졌다고 지적하며, 이제 한국에서도 새로운 진보주의에 관한 본격적인 논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새로운 진보는 비판과 반대만이 아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행동만이 아닌 확실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발표 주요내용 요약.
▲김윤태 교수 =<새로운 진보에 관한 본격적 논쟁이 필요하다> 한국의 진보주의 운동은 분단체제의 형성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매우 적대적 지형이 형성되었다.
진보진영은 사회와 정치의 억압이 사라지자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목표가 사라졌다. 진보의 위기는 노무현 정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이 성공한 1987년 직후부터 시작되었는데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진보진영은 여전히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만 높일 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이 진보진영의 위기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점이다.
진보의 가치는 새로운 시대적 조건에 따라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다. 새로운 진보주의의 과제는 △전지구적 차원의 경제위기 △권위주의와 인권유린 △사회적불평등의 심화 △세계의 빈곤 △기후변화 등이다.
한국에서도 새로운 진보주의에 관한 본격적인 논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보수주의 정치세력의 독선과 무능으로 고통을 겪는 일반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진보주의 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필요하지만 서로 연결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확실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모이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현실적 대안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새로운 진보주의는 △현금급여를 통해 빈곤을 사후에 감소하기보다 사전에 개인의 능력을 키워 빈곤에 빠져들지 않도록 도와야 △단순히 경제적 수준의 개선만이 아니라 더 높은 도덕적 이상을 지향해야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더 높은 차원의 평등주의를 실현해야 △ 평등과 사회정의, 개인의 자율성의 확대, 사회적 통합과 연대를 추구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주목해야 △시장, 경쟁, 효율성만 강조하는 보수주의의 가치와 철학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이 꽉 찼다 ⓒ베리타스 |
▲주대환 대표=<한국진보에 미래는 있는가> 지식인 사회가 대체적으로 공감하기로는 한국의 진보가 침체하고 있다고 보는 편인 것 같다.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던 또 하나의 진보 역시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 민주당의 침체 속에서도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전무하다. 사고의 경직성으로 인하여 국민과의 소통능력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스로 분열까지 되고 말았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진보 , 차세대 진보가 등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리고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조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곧 등장할 새로운 진보에게는 미래가 있다.
지금까지 진보는 '먹고 사는 문제에 무관심한 혹은 무능한 진보'였다. 그것은 진보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었다. 그러나 분명히 그런 모욕을 당할만한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후진국형 진보, 이른바 민족민주운동 시절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한 탓이다. 머리로야 진보였을지 모르지만 몸으로는 민족민주운동에 몰두하다보니 그 경험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나 민족주의도 민주주의도 이제 별 호소력이 없다. 왜냐하면 이미 국민들이 느끼기에 민족주의 운동의 목표와 민주주의 운동의 목표가 달성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최근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자 당장 그 의미를 과대평가해 파쇼 독재의 귀한을 경고하는 진보파들이 많다. 그런행동을 통해서 그러내는 것은 바로 자신들이 여전히 후진국형 민족민주운동의 진보라는 사실이다. 그런 시절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며 진보파 자신인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그런 싸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뉴레프트 운동이 필요하다. 진보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을, 대학진학률 85%인 나라의 국민을 감히 가르치려 했던 자세에 있었다. 또 일종의 도덕적 우월감이 있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명제를 세우고 뉴레프트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작년부터 주장했다. 1)뉴레프트는 도덕절 우월감이 없는 좌파를 지향한다, 2)뉴레프트는 대한민국을 긍정한다, 3)민족주의는 좌파이고 세계주의는 우파라는 거꾸로 선 인식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4)민주주의를 가슴을 열고 받아들이며 민족주의를 우리의 이상 실현의 길로 인정한다, 5) 시장의 실패를 교정할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며 그런 의미에서 국가주의를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지나친 개인주의를 배격한다.
새로운 진보는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중심과제로 삼아야 한다. 진보는 이제 '밥 먹여주는 민주주의'를 해야만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상호관계도 중요하다. 진보와 보수가 환골탈태하고 성숙, 발전하여 함께 국민통합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유종일 교수=<한국진보, 글로벌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글로벌화는 경제적 차원뿐만 아니라 정치적 차원, 문화적 차원 등 다차원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다. 개인의 자유와 기회를 확장하는 것은 근본적인 진보적 가치이므로 글로벌화 또한 기본적으로 진보적 가치에 부합한다.
오늘날 경제적 글로벌화가 낳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글로벌화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적인 오류가 낳은 문제다. 진보적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시장통합은 사회통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적으로는 물론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에도 이러한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또 현재의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에 내재되어 있는 비대칭과 불공평을 개혁해야 한다.
▲김근식 교수=<한국 진보, 북한과 통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남북관계를 둘러싼 남한내부의 갈등의 문제는, 대북관과 통일관을 둘러싼 논란이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으로 비화되고 대립하면서 감정적, 적대적 대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반북주의는 북환사회의 현실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결론을 전제한다. 친북주의 입장은 가능한 한 북한의 형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둘다 문제점 안고 있다. 둘다 객관적 접근보다는 감정적 접근이나 선험적 편견에 따라 과대비난과 과대애정으로 치우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체제를 이해하고 실체로 인정한다고 해서 북한사회를 무조건 따르거나 신비화할 경우 그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해한다는 것이 곧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 용인한다는 것은 아니며, 실체로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곧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델로서 따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북포용정책은 봉쇄하되 고립시키지 않으면서 개입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관찰하고 체제동질성을 확보하면서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정책이다. 대북포용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1)포용을 통해 과연 북한이 변화했는가, 2)정책 추진과정에서 상호주의가 제대로 관철되었는가, 3)결국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한 것이 아닌가 이다.
향후 대북 포용정책은 구조적 포용으로 진화해야 한다. 구조적 포용정책은 △다방면에 걸쳐 접촉과 교류협력이 균등하게 구조화됨을 의미하고 △북한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전략적 개입을 의미하며 △화해협력과 교류중진의 단계를 넘어 명실상부한 평화공존과 북한변화 단계로 진화하는 것을 내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