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인터뷰] 그 밥의 그 나물. 아동센터에 양념치다!

청소년 문화공간 희망오름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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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김진한 기자)
▲청소년 문화공간 '희망오름'의 장남수 목사

봉천동 중앙시장 언덕을 한참 오르다보니 조그만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청소년 문화공간 희망오름! 요즘 지역아동센터가 워낙 많고, 그 운영 방식이 때론 식상해보일 때가 많았기에 필자는 별반 기대를 하지 않고 그곳을 찾아갔다. 그래도 희망오름은 무언가 특별한 꿈을 간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그것이 무엇일까 작은 궁금증은 있었다.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희망오름을 10년 넘게 지키고 있는 장남수 목사를 만나보았다.

"희망오름은 75년경 사당에서 빈민목회의 비젼을 품고 희망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지요. 당시에는 지역아동센터가 아닌 빈민들을 상대로 한 순수한 교회였어요. 하지만 90년대 후반 IMF가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지요. 당시에 희망교회의 목표는 아주 단순하고 분명했는데 그것은 '먼저 먹이자!', '그리고 입히자!'였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는 일에 집중하다보니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다. 그것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소외만큼이나 심각한 문화적 소외였다고 한다. 그래서 2004년 2000만원의 전세자금을 후원받아서 지금의 이름인 <청소년 문화공간 희망오름>이 세상에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문화활동의 기회를 주는 일을 시작하고 보니 SK와 같은 대기업의 후원도 받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우리 희망오름을 모델로 해서 전국에 지역아동센터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2010년까지는 후원도 나름 풍성히 받다가 그 이후로는 후원이 많이 줄었습니다. 아마도 지역아동센터가 너무 많아진 탓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 외로 지역아동센터를 밥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이 조금은 부정적 인식을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이후에 희망오름은 법제화된 기관이 되고 운영비는 이제 정부와 지자체에서 받고 있다고 한다. 장남수 목사님의 말에 의하면 그 후원은 그리 녹록치는 않다. 우리가 흔히 알듯 운영자인 장남수 목사님을 비롯한 센터 선생님들의 복리후생은 열악했다. 그리고 어떠한 사업을 하기 위해 예산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관료화되어 버려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꽤나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고위 관료가 국가예산을 사용할 때는 지나치게 느슨하고 힘없는 우리들이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는 지나치게 까다롭고 아니꼬운 것이 하루 이틀이었던가? 하지만 예산과 관련해 공무원과 실랑이를 했던 이야기들을 듣던 중간에는 화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다.

"그래도 운영비가 있어서 아이들과 문화활동을 할 수 있고 많지는 않지만 선생님들 급여도 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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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김진한 기자)
▲청소년 문화공간 '희망오름'의 장남수 목사

장남수 목사의 말 끝에서 덤덤함이 묻어 나왔던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그 느낌을 뒤로 하고 희망오름에서 해왔던 문화교육이 궁금했다. 희망오름이 추구하는 문화교육의 기본정신은 무엇일까?

"우리는 새로운 어른 상에 아이들을 노출시키는 것을 기본정신으로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문화교육의 기본은 아이들을 여러 좋은 경우들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단체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가장 직접적으로는 우리 선생님들 스스로가 좋은 어른의 모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 교사들은 많은 인원이 아니기에(장 목사님을 비롯해서 세 분의 선생님이 계시다) 우리들만으로는 다양한 어른상을 제공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역량을 활용하곤 합니다. 자원봉사하시는 선생님들 중에 정말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뿐만 아니라 우리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어른상, 새로운 자신의 미래상을 꿈꿀 수 있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을 통해 스스로 밴드를 구성할 수 있게 하고, 직접 곡을 만들고 연주할 수 있게 가르쳐 왔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길거리 공연까지 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음식을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서 지역 어른들게 드리기도 하고, 독서모임이나 지역 축제에 참여하기도 했지요."

이렇게 희망오름이 해왔던 문화 교육을 떠올리며 장 목사님의 입술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장 목사님은 한 가지를 강조했다.

"요즘 아이들은 건강하지 못한 순발력이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핸드폰 게임을 정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 게임을 하려면 순발력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그 게임 순발력이 사람을 쉽게 판단해버리는 순발력이 되어버릴 때가 많아요. 전 아이들이 우리 센터에서 문화 활동을 하면서 이웃들에 대해 점점 더 느리게 판단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 활동이 조금은 식상해 보이기도 해서 나는 희망오름만의 특별함은 무엇인지 조금은 짖굳게 물었다.

"우리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요. 1년에 한 번씩 큰 여행을 기획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1년의 활동 계획을 그 여행에 초점을 맞추고 세워가는 것이지요. 가령 우리가 국내여행을 기획한다면 그 여행이 풍성해지기 위해 우리는 1년간 그 여행을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여행 후에는 가까운 국외 여행을 계획해서 언어 교육 및 역사, 문화 교육을 병행한 뒤에 여행을 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활동이 싸이다 보면 우리들만의 노하우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또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적지만 경제적 소득을 만들 수도 있고, 삶의 의미도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리고 이러한 계획들을 실현해갈 수 있는 힘을 그동안 쌓아왔다는 것이 우리 희망오름의 고유함이 아닐까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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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김진한 기자)
▲청소년 문화공간 '희망오름'의 장남수 목사

장 목사님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내심 오랫동안 작은 지역아동센터의 한 자리를 지키며 겪은 어려운 점들이 궁금해졌다.

"부모님들이 우리 센터에 아이들을 보내시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한마디로 형편이 넉넉지 못해서 학원을 못 보내고 우리 센터로 아이를 보내는 죄책감 같은 것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볼 때 가장 어렵고, 마음이 아프고, 또 한편으로는 도전이 되곤 하지요!"

마지막으로 센터 운영자인 장남수 목사님은 주일에 희망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담임목사이기도 하기에 센터가 기독교의 색채를 얼마나 띠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일말의 기독교에 관련된 이야기도 하지 않습니다. 교회를 나오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기독교적인 것을 주입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진정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기독교 정신을 보여주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가랑비 같은 방법으로 말입니다. 기독교 정신은 드러낸다고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말없이 함께 할 때 드러난다고 믿거든요. 사람들은 우리 희망오름이 전혀 교회와 관련이 없는 곳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교회에서 출발했고, 아직도 교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희망오름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향해 그저 드러냄 없이 기독교 정신을 전파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거면 되지 않겠습니까?"

2시간 넘게 희망오름에 대해서 장남수 목사님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니 희망오름은 그 밥에 그 나물 지역아동센터가 아닌, 그 무언가 양념을 곁들인 지역아동센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설프지만 맛깔나게 연주하는 10cm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를 들으며 아이들의 아름다운 꿈과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분명 희망을 향해 오르고 있는 중이리라!

장효진 객원 anasynthetic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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