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는 영화 "자백"을 9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6>으로 선정했다.
"자백"은 국가정보원의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과 간첩조작사건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뉴스타파>(시민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독립 언론)의 최승호 PD가 감독했다. 최PD는 지난 2012년 MBC에서 해직되기 전 'PD수첩'을 연출하면서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스폰서 검사'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큰 파문을 던진 바 있다.
한편, 언론위가 "자백" 이외에 심의한 <시선 2016>의 대상들은 한국의 왜곡된 청년 취업 시장 구조를 보여주는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현상, 백남기 청문회에 등장한 증인 가림막, 지진으로 난간석이 내려앉은 경주 다보탑, 최은영 전 한진 회장의 눈물, 여성민우회의 '포스트 잇 거리액션' 캠페인, 마이클 무어의 다큐 <다음 침공은 어디>등이다.
아래는 선정이유와 해설이다.
다큐멘타리 "자백"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의 간첩조작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국정원의 내사로 2013년 1월 간첩 혐의로 긴급 체포된 유우성 씨는 그해 2월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등으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는데, 그 과정에서 중국 공안당국의 관인이 찍힌 '북한 출입국 서류'가 국정원에 의해 위조된 것으로 밝혀져 작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바 있다. 그 위조 경위를 밝혀내는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바로 <뉴스타파>의 최승호PD가 했었다. 이 영화는 대외적으로 철저히 차단된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상상하기 힘든 인권유린을 통해 만들어낸, 소위 '자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파헤친다. 그리고 이 사건 말고도 또 다른 조작사건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물론 국정원에서는 탈북자들 중에 간첩 용의자들이 있어서라고 주장하겠지만, 유우성씨 같은 사람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행태가 용납돼서는 안 된다. "자백"은 지난 70~80년대의 중앙정보부 및 안전기획부에 의한 수많은 간첩조작사건들도 이런 식의 '자백'을 근거로 조작한 것이었음을 보여줌으로써 현재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이 역사적으로 어디서 기원하는지를 얘기해준다. 과거 정보기관의 인권 유린이 반독재반정부 운동에 대한 탄압이었다면 지금은 그 대상이 탈북 주민들에게로 옮겨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봉돼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으나 본격적인 개봉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다. 이런 영화를 선뜻 받아들일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지난 8월까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관객과 자금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오는 10월 13일 개봉 예정이다. 현재 시사회가 진행 중인데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NCCK 언론위원회는 특히 다음 몇 가지 점에 주목하여 영화 "자백"을 9월의 <시선 2016>으로 선정하였다.
첫째 영화 "자백"은 국가정보원 개혁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국정원에 대한 감시가 얼마나 필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국정원과 검찰 등이 왜 무리하게 간첩조작 사건을 만들려고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좋은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반향을 불러 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곤 하는데, "자백"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이 시대의 위축된 언론인들에게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몰입하게 하는 뛰어난 작품성, 전직 정보기관 수장들과 공안 검사들, 합동신문센터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취재... 사실 현재 "대한민국 언론이 죽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만큼 언론인들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영화 "자백"은 '환경 및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얼마나 치열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MBC에 의해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 최승호PD, 하지만 이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집념과 성실함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셋째, <뉴스타파>가 지난 8월에 방송했던 "훈장과 권력" 4부작(취재·연출: 최문호, 박중석)과의 연관성 및 계속성이다. "훈장과 권력"은 수많은 친일인사들과 반민주 행위자들이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은 사실을 치밀하고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2005년 KBS 탐사보도팀(현재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가 당시 팀장)에서 방송한 '최초공개 누가 일제의 훈장을 받았나'의 후속편으로 애초에 KBS의 최문호 기자 등이 '훈장 2부작'으로 준비했지만 사측의 방해와 반대로 제대로 방송될 수 없었던 프로그램이었다. 결국 최기자는 지난 3월 KBS에 사표를 내고 뉴스타파로 이직했다.(당시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를 지키기 위해 사표를 던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 나가던 탐사기자 최문호씨는 이 기사를 지키기 위해 KBS를 그만뒀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영화 "자백"은 해직 언론인 최승호PD의 올곧은 언론관과 "훈장과 권력" 4부작을 만든 <뉴스타파>의 치열한 독립정신이 빚어낸 역작인 것이다. 이번 '9월의 시선' 선정회의에서 한 위원은 "'자백'을 받아낸 자들이 '훈장'을 받았는데, 이제 '훈장'을 받았던 자들이 '자백'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NCCK 언론위원회는 이 영화가 앞으로 한국에서 제대로 상영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만일 현 정권이 간첩조작사건들을 많이 만들어야만 유지되는 정권이라면 이 영화는 큰 탄압과 방해를 받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자백"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난 8월까지 짧은 기간 동안 4억 원 넘게 모금됐는데, 이는 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지지의 표현이다. NCCK 언론위원회는 이 영화가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상영돼서 한국 사회의 인권의식을 한 단계 더 성숙시키고 반민주적 권력의 속성에 대한 성찰을 불러 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지지를 보내는 의미에서 9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6>으로 선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