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총회 총평] 제101회 총회,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

한신대 학내갈등 해결단초 마련, 김해성 목사 성추문은 아쉬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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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한국기독교장로회 제101회 총회가 30일 막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달 27일 계회예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101회 총회가 지난 달 30일(금)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는 교회 안팎의 위기 상황에서 열렸다. 기장 교단은 유난히 올해 심각한 내홍에 시달렸다.

최부옥 직전 총회장이 경찰 소환 통보를 받는,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가 불거졌고 기장 교단 목회자 양성소인 한신대학교는 신임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또 한기장복지재단 산하 남원 평화의집에선 충격적인 인권유린이 자행돼 사회적 지탄을 받았으며 총회 개막 직전 터진 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목사의 성추문은 기장 교단의 위상을 송두리째 흔들만한 악재였다.

아무래도 총회의 핵심 쟁점은 한신대 학내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총회 참석한 대의원들은 강성영 총장 서리의 인준을 부결했다. 이어 한신대 이사회 구성은 노회별 1명 씩 파송해 개방이사 포함 26명으로 확대구성하기로 가결했다. 현 이사회 이사, 감사 자진사퇴 촉구결의안도 통과됐다.

그동안 한신대 학내 구성원들은 학내갈등의 원인제공자로 이사회를 지목했다. 총회 결의는 구성원들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나 다름없다. 이와 관련, 박승렬 목사(서울노회장)는 아래와 같은 입장을 전해왔다.

"인준거부는 강성영 교수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비민주적 운영을 한 이사장과 이사들에 대한 거부로 봐야 한다. 특히 경찰을 학교로 불러들인 일에 대한 책임 추궁의 성격이 강했다. 경찰을 불러 들인 건 한신과 기장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처사다."

교단 내 각 노회도 갈등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한신학원 이사회 이사, 감사 자진사퇴 촉구, 한신대 총장선출 결의 무효 및 총장 서리 자진사퇴 결의 등 관련 헌의안만 31건이 올라왔다. 신임 권오륜 총회장 역시 취임 일성으로 한신대 개혁을 꼽았다.

아쉬움 남긴 김해성 목사 성추문 처리

한신대와 달리 김해성 목사 성추문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회 직전 사건이 불거졌기에 총회 차원에서 사과나 가해자인 김 목사에 대한 처벌의지를 밝히지 않겠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총회 개막예배에서도, 회무처리 과정에서도 공식 언급은 없었다. 총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이 문제를 언급하는 일 조차 꺼렸다.

다만 신임 권 총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해성 목사 일로) 기장 교단에 대한 실망감을 드렸다면, 교단 대표로서 사죄드린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그나마 총회 마지막날인 30일(금) 기타 안건 토의 시간에 여성 총대의원 54명이 낸 ‘성윤리 강령제정, 성폭력 예방 및 대책 법, 제도 마련 청원의 건'이 만장일치로 결의된 점은 다행이었다. 여성 총대의원들이 총회 첫날 총회장 선거 이후 모임을 갖고 ‘성 정의' 쟁점을 논의하는 등, 김 목사 성추문이 안건으로 상정되도록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인데 따른 결과였다.

청원 통과에 따라 양성평등위원회는 ‘교단 성윤리 예방, 법과 제도 마련 방안' 초안을 작성하고, 헌법위원회는 이를 받아 연구하게 됐다. 연구결과가 총회 실행위원회에 보고되면 실행될 예정이다.

한편 기장 총회는 총회원 일동 명의로 낸 폐회사에서 "여성과 소수자, 이주민과 노동자들에 대한 모든 부당한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는 모든 세력과 투쟁할 것이며, 하나님의 형상을 통해 드러내신 창조 의지를 실현해 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쟁점 현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성 정의'란 용어로 관련 언급을 피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총회는 폐회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 따라 교회 내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을 뿌리 뽑아 오직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머리되심을 확고히 할 것입니다. 교단과 교단 내의 모든 교회 그리고 교육의 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요소들을 제거하여 온전한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어떠한 특권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스스로 낮아서 섬기는 종이 될 것을 선언합니다."

내홍이 심했던 제100회 총회를 뒤로하고 제101회 총회를 맞이하는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과연 이 같은 의지를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침 김해성 목사가 속한 서울남노회는 오는 18일(화) 정기노회에서 김 목사 관련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서울남노회 정기노회는 기장 교단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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