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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족

김해성 목사 성추문 대하는 기장 교단, 보수 교단과 차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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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 제101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사족, 뜻 그대로 뱀발로 불필요한 그 ‘무엇'을 일컫는 말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사족을 달아야겠다. 사족을 달 몸통은 김해성 목사 성추문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가 지난 달 30일 막을 내렸다. 총회 마지막날 ‘성윤리 강령제정, 성폭력 예방 및 대책 법, 제도 마련 청원의 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성윤리 강령제정은 중국동포교회 김해성 목사의 성추문이 계기가 됐다.

목회자의 성추문이 불거지면 덮기에 급급한 게 한국교회, 특히 주류 보수교단의 일반적인 행태다. 마침 기장과 같은 기간 총회를 진행했던 예장합동은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성추문 관련 재판을 열지 않기로 했다. 이때 전 목사 재판 기각을 지지하던 한 목사의 말이 참으로 기막히다.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죄를 지은 것 가지고 하나님을 욕되게 해도 되는 거냐. 그걸 자꾸 파내서 욕되게 할 수 없다."

그나마 진보교단이라는 기장은 조금 나아보였다.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성윤리 강령이 마련될 근거가 마련됐고, 총회 총대의원 일동이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 따라 교회 내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을 뿌리 뽑아 오직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머리되심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결의했으니 말이다.

기장 교단은 진보인가?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꼭 나아 보이지도 않는다. 기자는 총회 기간 동안 누구든 붙잡고 '김해성 목사의 성추문에 어떤 입장이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크게 두 부류였다. '언급하고 싶지 않다', 혹은 ‘김 목사가 사죄의사를 밝히지 않았느냐? 언론이 그를 과도하게 괴롭힌다'였다.

무엇보다 기장 교단은 김 목사의 성추문에 그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신임 권오륜 총회장이 투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죄'를 언급하기는 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어조는 해당 사건보다, 이 사건에 따른 교단 위신 실추에 더 무게가 실리는 측면이 강했다.

한 총대로부터 마지막 날, 폐회사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교단장의 언급이 있으리라는 언질을 받았다. 그러나 끝내 공식 입장표명은 없었다. 그저 ‘성 정의'라는 포괄적인 언어로 매조지됐을 뿐이다.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과 사과 한 줄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기장은 진보교단으로 꼽힌다. 그런데 무엇이 진보일까?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기 무섭게 반대 성명을 내고 정부를 규탄하면 진보인가? 물론 진보는 혹시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건 아닌지 면밀하게 감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게 진보의 본질이 아니다.

무엇보다 진보의 핵심은 약자에 대한 배려다. 가난한 자들, 억눌린 자들의 편이 되어 주고, 그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에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장 교단이 김 목사의 성추문을 대하는 태도는 명백히 진보와 거리가 멀었다. 교단 전직 총무가 가해자인 김 목사를 감싸고 나선 것부터 그렇다. 더욱 심각한 건 제도적 허점이다.

김 목사가 속한 서울남노회 쪽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과정에서 김 목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A성도가 고발장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절차상 성도가 노회에 목사를 고발할 경우, 곧장 노회 임원회가 고발장을 받아주지 않고 당회장에게 고발장 날인을 받아야 접수가 가능했다. 즉 A 성도가 김 목사를 고발하려면, 김 목사에게 도장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A 성도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부전지, 즉 간단한 의견을 적은 쪽지를 붙여 노회에 고발장을 내야했다. 결국 진보 교단 안에서도 여성을 배려할 제도적 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총무에서 물러난 배태진 목사가 김 목사를 감싸는 설교를 해 논란을 부추겼다. <오마이뉴스> 4일자 보도에 따르면 배 목사는 지난 2일 "중국동포교회 성도님들은 반드시 김해성 목사님을 정한 기간 내에 다시 불러 써주실 걸로 믿고, 그 날이 빨리 오기를 인내하면서 간절히 기도하기를 바란다"고 설교했다.

담임 목사가 성추문 등 물의를 일으켜 잠시 강단을 비우면 대개 측근 목사나 부목사들이 설교를 통해 복귀 여론을 조성한다. 만약 내부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면 담임 목사가 측근들을 규합해 교회를 쪼갠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배 목사가 설교로 김 목사의 복귀 희망을 내비친 건, 군불 떼기 아니냐는 의심은 충분히 가능하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뒀을 때,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자리를 지키고 예수의 최후를 지켜본 이들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교회 역사에서 여성은 늘 주변적인 위치에 머물러야 했다. 김해성 목사 성추문을 대하는 기장 교단을 보니, 진보 교단이라고 해서 여성의 위치가 타교단 보다 나아보이지는 않는다.

사족이 너무 길었다. 거창하게 불의한 권력에 맞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교단 내에서 벌어진 목회자의 성범죄에 상식적인 태도로 접근해 나가기만 바랄 뿐이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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