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예장통합, 고 장공 김재준 파면 결의 철회 공문 전달

12일 오전 기장 총회 찾아 화해의 손길 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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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공동취재단)
▲예장통합 총회장 이성희 목사(오른쪽)가 故 김재준 목사 면직 결의 철회와 관련된 공문을 기장 총회장 권오륜 목사(왼쪽)에게 전달하고 있다.

2016년 10월12일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권오륜 목사)에겐 뜻 깊은 날로 기억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 위치한 기장 총회를 방문해 ‘고(故) 장공 김재준 목사 제명 결의'를 철회하는 공문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예장통합은 지난 달 제101회 총회에서 장공 제명 결의를 철회했다.

예장통합은 1952년 4월 대구 서문교회에서 열린 제37회 총회에서 장공 파면을 결의했다. 이어 장공이 세운 신학교육기관인 조선신학교 졸업생들에게는 일체의 교역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결의는 표면적으로는 장공이 축자영감설, 즉 "성경의 모든 글자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돼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해석을 거부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실제 장공은 신약성서의 무오설에 대해 "‘하나님의 구속의 경륜을 수행하신 역사적 계시'로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본문에 대하여' 정확무오하며 계시적 권위를 갖는 것이지, 성경의 문제 하나하나를 절대불변의 신탁적 문서로 받아들이는 것은 도리어 성경의 신적 계시의 권위와 절대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장공 제명을 결의한 근본이유는 해방이후 한국 교회 재건 주체성을 둘러싸고 보수주의자들과 장공의 대립이었다. 북한에서 소련 군정과 공산주의자들의 탄압을 피해 내려온 보수주의자들은 남한 교회 재건의 주도권을 쥐려 했다. 반면 장공은 해방직후 송창근, 한경직과 더불어 조선신학교 재건을 추진하는 동시에, 해방 직후 장충동에 지성인들과 학생들을 위한 특수교회를 세웠다. 장공은 처음엔 ‘야고보교회'라고 했다가 교회 소재지의 이름에 따라 교회명을 경동교회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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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공동취재단)
▲예장통합 총회장 이성희 목사(오른쪽)가 故 김재준 목사 면직 결의 철회와 관련된 공문을 기장 총회장 권오륜 목사에게 전달한 후 부둥켜안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장공이 주도권을 쥘 것을 우려해 ‘신신학자', ‘자유주의자'로 매도했고 결국 총회에 제명 결의를 관철시킨 것이다. 이에 맞서 장공은 1953년 호헌총회를 개최하고 "총회는 한 당파의 편협한 고집에 의하여 교회로서의 충성된 의사반영을 거부함으로서 말미암아 그 도의적인 존재 근거를 상실했다"고 선언했다. 이 호헌총회는 기장 교단의 출발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장공, 하늘에서도 기뻐할 것"

예장통합은 지난 해부터 특별사면을 검토해 왔다. 그러다 지난 달 27일(화) 열린 제101회 총회에서 장공 파면, 철회가 총대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기장 총회를 찾은 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은 "당시 신학과 사회의 저항으로 말미암아 김재준 박사를 그렇게 대했지만, 지금 장공신학에 대해 시비하는 것도 없고 시대변화에 따라 모두가 함께 모이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장 권오륜 총회장은 "예장통합 제101회 총회 결의를 기쁨으로 받고 함께 연대하게 되어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38회 총회에서 나뉘었고 63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지만, 지난 세월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였다"며 "마치 바나바와 바울이 나뉘어 복음을 전했지만, 하나 되어 하나님의 교회를 세운 것과 같다"고 전했다. 장공기념사업회 이사장인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도 예장통합의 결의에 대해 ‘중요하고 의미 있는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한 뒤, "총회든 노회든 회의하는 지도자들이 인간이기에 잘못 결정한 역사적 시대적 산물을 말끔하게 해결한 것 같다. 장공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 같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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