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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되짚어 보기] 보수 기독교계의 친정부 행보

쟁점현안 마다 정부편향 드러낸 보수 기독교, 죄악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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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지난 해 11월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시국기도회'. 역사학계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입장을 표시했으나 보수 기독교계는 쌍수 들어 환영했다.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군림하며 국기를 뒤흔든 최순실이 지난 달 31일(월)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현 정권의 국정운영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달 1일(화) <내일신문>이 여론조사회사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11월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9.2%를 기록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 경북의 지지율은 평균에도 못 미치는 8.8%에 그쳤다. 사실상 지지기반의 궤멸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박 대통령을 지지해왔던 기독교계, 특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 등 보수 기독교계는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3년 8개월의 박 대통령 집권 기간 내놓은 정책은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지난 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역사 교과서 국정화, 12.28한일 위안부합의, 개성공단 폐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민감한 쟁점현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때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는 기다렸다는 듯 환영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단순히 찬성의 뜻을 넘어 정부가 내놓은 논리를 답습했다. 사실상 정부와 한 몸 처럼 움직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동안 보수 기독교계가 정부를 어떤 식으로 측면 지원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1) 역사 교과서 국정화
2015년 10월 교육부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우리 역사를 올바르고 균형있게 가르치겠다"며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때 한기총과 한교연은 즉각 환영입장을 내놓는다.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드는 좌편향적 역사교과서가 판을 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국정교과서가 아닌 검인정 교과서를 채택한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산업화 과정을 자본가들의 착취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식 사회주의로 미화한 현재의 검인정 역사교과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 양병희 한교연 대표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진보주의, 자유주의 물결을 막고 한국교회의 복음, 보수신앙을 지켜나가야 하는 목적이 있으며, 한국사회와 가치를 무너뜨리는 이단, 동성애 등에 단호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또한 기독교를 폄하하고 좌편향된 교과서로 우리의 자녀들을 가르치게 해서는 안 된다. 좌편향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

한기총과 한교연이 내놓은 입장에서 '좌편향'이라는 낱말이 눈에 띤다. 정부, 여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존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는 논리에서였다. 한기총·한교연의 입장은 이 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이다.

2) 한일 위안부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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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 12.28한일 위안부 합의는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계는 위안부 합의를 반겼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뒤이은 12.28한일 위안부 합의로 여론은 다시 한 번 요동쳤다. 합의 직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을 비롯한 20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아래는 공동성명 중 일부다.

"비록 일본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일본군'위안부' 범죄가 일본정부 및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은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관여 수준이 아니라 일본정부가 범죄의 주체라는 사실과 '위안부' 범죄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또한 아베 총리가 일본정부를 대표해 내각총리로서 직접 사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독사과'에 그쳤고, 사과의 대상도 너무나 모호해서 '진정성이 담긴 사죄'라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계는 위안부 관련단체들의 유감 표명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언론회는 박 대통령을 공공연히 찬양하기도 했다. 한기총과 언론회의 논평을 아래 인용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만에 한일 관계의 최대 난제였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양국이 합의를 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결단을 내리고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격려한다. 이번 합의가 양국이 상생과 도약의 미래 50년을 만들어 나가는 기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 것과 군의 관여를 인정한 것은 외교적 합의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일본 정부 예산으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대한 배상의 외교적 방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합의의 세부적 내용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답보 상태를 거듭해 온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풀어갈 단초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진일보된 결과인 것이다." - 한기총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타결했다고 선언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과거 일본군의 관여 하에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 처음으로 아베 일본 총리의 사죄와 반성, 그 이행 조치로 10억 엔의 기금 조성 등을 들 수 있다. (중략)

이번에 이런 타협이 맺어지기까지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처 온 것으로 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의 '집요하리 만큼 집중력 있는 외교적 추궁에 의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지난 1992년부터 시작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1,200회가 넘는 집회와, 이를 지지하는 우리 국민들과, 이를 받아들여 일본을 꾸짖는 국제 사회의 역할들이 주효했다고 본다." - 언론회

3) 개성공단 폐쇄
올해 2월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취했다. 당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 조치와 관련,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한기총·한교연·언론회는 정부입장과 사실상 동일한 입장을 내놓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정부가 불가피하게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북한이 남북화해교류협력 및 남북경제협력의 목적으로 세워진 개성공단을 북한 주민의 삶과 안정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주민의 인권은 철저히 배제한 채 군수물자 및 핵, 미사일만을 개발해온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 한기총

"남북간 협력의 마지막 연결고리인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조치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모든 책임은 평화노력을 핵개발로, 화해협력을 미사일 발사로 응답한 북한에 전적으로 있음을 지적한다." - 한교연

"지난 12년간 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금액은 대략 6,000억 원 정도가 된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이 회당 3,00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에 상당히 많은 금액이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갔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우리 정부가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다지기 위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 것은 남북한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제재를 기대했던 중국과 러시아는 오히려 북한을 편들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유엔안보리의 북한 제재 방안은, 비토권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제적 상황 하에서 한미일 공조와 함께,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뿐이다." - 언론회

4)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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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7월 한미 양국이 성주에 사드 포대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성주 군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때 보수 기독교계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다가 광복절을 전후해 찬성입장을 내놓았다.

사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도 심각한 파장을 몰고 온 쟁점 현안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7월 북핵 대응을 내세워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고, 즉각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무엇보다 배치 예정지로 선정된 성주 군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에 대해 보수 기독교계는 한기총을 제외하고 처음엔 말을 아꼈다. 그러다 광복절을 즈음한 시기에 조심스럽게 입장을 내놓는다. 이들의 어조는 '국론분열을 끝내고 사드 배치를 수용하자'는 쪽으로 모아진다.

"북한은 현재까지도 국제사회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미사일 발사 시험도 강행하였다. 자신들의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무력시위에 불가피한 방어책으로 사드 배치를 선택하게 한 것은 오로지 북한의 책임이며 이는 한반도의 안정과 국제평화를 위한 안보적 고려 차원의 선택이었음을 천명한다." - 한기총

"대한민국은 북한의 무력도발로 촉발된 사드배치 문제로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남남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분단 현실에서 나라를 지키는 안보는 이념이 아닌 생존권의 문제입니다. 강대국의 눈치를 살피거나 경제적 이해득실에 연연하면 나라를 지킬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한교연

"북한의 집요하고 무모한 핵개발로 인하여, 이제 우리나라의 힘만으로는 북한의 핵위협을 감당할 수 없게 되리라는 두려운 생각과 함께, 시간은 그 공포의 미래로 빠르게 움직여 가고 있다. 또한 그 위험을 대처할 시간조차 그리 많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중략)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배치 반대론자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하여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이 없고, 사드 배치뿐이라고 해도, 그 일을 왜 반대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답을 내놓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그런데 왜 답을 내놓지 않고 반대만 외치고 있는가?" - 언론회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보수 기독교계는 민감한 쟁점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어김없이 정부를 편들었다. 그러나 최순실이 개성공단 폐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한겨레신문>을 통해 제기됐고, 또 <중앙일보>는 1일자에서 그가 무기거래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제 정부를 두둔해왔던 보수 기독교계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국기문란 정국에서 갈 길 잃은 보수 기독교계

불행하게도 보수 기독교계는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한기총은 지난 달 27일 '시국현안에 대한 입장'을 통해 "1987년 이후 약 30년 만에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던 개헌이 최순실이라는 이름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은 이 또한 정쟁의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금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단순히 정쟁으로 치부하고, 오히려 개헌에 더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반면 최순실의 아버지인 고 최태민이 목사로 불리는 데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언론회는 "기독교 '성직'이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은,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선을 그었다. 한교연도 최태민을 "한국교회의 바른 신앙과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유교, 불교, 무속에 기독교를 혼합한 사이비성 '영세교'를 창시해 교주로 활동하면서 국가권력을 이용해 국정을 어지럽히고 사리사욕으로 범법행위를 한 사악한 자"라고 규정하며 "언론에서 기독교 성직자의 호칭을 근거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기독교계의 거리두기와 무관하게, 국가는 물론 지역정세까지 심각한 영향을 줄 주요 국정현안에 보수 기독교계가 정부의 우군을 자처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국정개입 스캔들로 현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와중이니만큼 보수 기독교계가 취한 행태는 기독교 신앙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스라엘의 다윗왕은 자신의 참모인 우리야의 아내 바세바를 범했다. 다윗은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우리야를 최전방에 보냈다. 사실상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현명하게도 구약성서 <사무엘기> 저자는 이 같은 다윗의 죄악을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고, 덕분에 후손들은 이 전승을 통해 그의 죄악상을 어제 일처럼 기억할 수 있게 됐다.

위에 적은 보수 기독교계의 친정부 행보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후손들이 이들의 죄악상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 죄악상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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