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회복불능의 지경까지 이른 가운데 시민, 사회단체들, 그리고 종교·사회·정치 원로들은 2일(수)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갖고 현 시국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원로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국가권력 사유화와 국기문란으로 인식하는데는 일치했으나, 실천 방안에는 약간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먼저 원로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지도력과 도덕성은 상실되고 국정운영의 신뢰와 정당성은 붕괴됐다. 국가의 품격과 국민의 자부심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유화된 국가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리고,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회복하고 통합해 총체적인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이자 최우선의 길"이라며 거국내각의 신속한 구성을 제안했다. 이어 새누리당과 야권에 거국내각 구성에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야권을 향해선 "하야나 탄핵으로 국정의 공백을 초래하는 것은 국가의 불행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4.16연대, 민주주의국민행동,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백남기투쟁본부 등 시민단체가 꾸린 비상시국회의는 박 대통령의 퇴진이 전제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상시국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규명과 국기를 바로세우는 출발점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라며 "계속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서 결국 제2의 6월 항쟁과 같은 불같은 심판에 직면하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거국내각, 그리고 이날 박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 조치에 대해서도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이 같이 선언했다.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거나 청와대 비서 몇 사람 잘라낸다고 해서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민적 분노가 희석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큰 오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 국정농단과 민주헌정질서 파괴, 그리고 각종 추악한 불법․비리의 몸통이 박근혜 대통령인데, 몸통을 가만히 두고 깃털 몇 개를 뽑아낸다고 해서 이 비상한 시국이 수습될 리가 없고 범국민적으로 솟구치는 분노가 사그러들 일이 아닌 것이다."
이 같은 온도차와 무관하게 향후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개각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박원순 서울 시장은 성명을 내고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막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도덕적, 현실적 상황이 아니"며 "일방적으로 개각명단을 발표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등도 시국선언에 나섰다.
한편 오는 5일(토) 오후 4시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 행동'(범국민 문화제)가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서 2시엔 지난 9월 숨을 거둔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이 광화문에서 엄수된다.
비상시국대책회의는 각계 각층에서 시국선언을 더 발표해줄 것과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버튼, 스티커, 현수막 달기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아래는 비상시국대책회의가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즈음한 전국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문
"박근혜 정권, 흔들림 없이 국정운영하겠다고? 흔들림 없는 더 큰 퇴진의 물결을 보게 될 것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각종 불법, 비리들은 사상 초유의 헌정파괴행위이자 민주공화국의 신성한 주권을 부당하게 찬탈한 범죄행위입니다. 이로 인해 지금 이 나라는 연일 비상시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득권 세력 일각에서는 이를 혼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주권자인 국민들은 정반대로 이를 희망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도 없다", "박근혜-최순실과 공범들이 대통령의 자리에, 국정운영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 오히려 가장 큰 혼란이고 불안이다"라는 절규와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려는 국민들의 거국적인 행동에서 오히려 희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비상시국을 하루빨리 종식시키는 길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연인원 5만여명의 국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들었고, 지금 전국에서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과 집회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방방곡곡이 시국선언 중'이라는 기사까지 나왔겠습니까. 박근혜 퇴진과 모든 책임자들의 전원 사퇴,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벌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수습될 수 없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각계각층의 국민모임들은 이 비상한 시국에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가는 동시에 강력히 행동하는 전국 비상시국회의(가칭)를 결성하여 한목소리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쳐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민주주의의 가치, 상식의 가치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박근혜 정권의 즉각적인 퇴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합니다.
박근혜-최순실과 함께 국민을 기만하고 탄압하기 바빴던 새누리당이 지난 30일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하였습니다. 전형적인 물타기요, 진실은폐용, 사태 무마용 제안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제안에도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더욱 떨어지고 있고, 대통령 탄핵 또는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는 것만 봐도 우리 국민들은 이제는 더 이상 새누리당에 속지 않겠다는 의지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할 것입니다.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거나 청와대 비서 몇 사람 잘라낸다고 해서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민적 분노가 희석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큰 오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경고합니다. 국정농단과 민주헌정질서 파괴, 그리고 각종 추악한 불법․비리의 몸통이 박근혜 대통령인데, 몸통을 가만히 두고 깃털 몇 개를 뽑아낸다고 해서 이 비상한 시국이 수습될 리가 없고 범국민적으로 솟구치는 분노가 사그러들 일이 아닌 것입니다.
심지어 그제 최순실씨가 국내에 들어왔는데도 검찰은 그를 체포하지 않고 건강 운운하며 하루가 넘는 시간을 벌어 주었습니다. 소환을 미뤄가면서까지 국기문란 사범들이 서로 입을 맞추는 시간을 벌어준 것입니다. 검찰은 아예 수사의지가 없는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최순실 세력에게 증거은폐, 사실은폐, 말맞추기의 시간을 벌어주고, 적당히 최순실을 구속한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전혀 사그러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건의 몸통이자 최고 책임자는 분명히 박근혜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정권에 의해 철저히 장악되어 있고 사유화되어 있는 검찰이 결국 국정농단, 국기문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은폐하고 꼬리자르기만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실제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계속해서 수사와 진실규명을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드러난 온갖 실정과 잘못된 정책만으로도 범국민적 심판이 불가피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 온 국민을 아연실색케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일으켰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당장 퇴진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런데, 버젓이 수사 방해에 진상규명까지 방해하고 있으니 대통령이 즉시 물러나야할 이유가 계속 추가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규명과 국기를 바로세우는 출발점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입니다. 계속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서 결국 제2의 6월 항쟁과 같은 불같은 심판에 직면하고야 말 것입니다. 오늘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한 전국의 1천여 시민사회단체들과, 나라를 걱정하고 분노하는 국민들 일동은 향후 범국민운동을 효과적으로 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비상시국대책기구도 곧 발족시켜 나갈 것입니다.
언론에도 당부드립니다.
이번에 언론이 용기내지 않았다면 희대의 국정농단-헌정유린은 드러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오늘, 모든 언론인들은 역사와 진실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사명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아직도 이 추악한 게이트의 진상은 다 드러나지 않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은 여전히 상당부분 은폐되어 있습니다. 또 얼마나 많은 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잘못들이 있었습니까? 언론이 이를 국민의 편에 서서 끝까지 밝혀내야 합니다. 이런 시국에서도 권력과 결탁해 진실 보도를 방해한 자들은 국민이 결코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위대한 주권자인 국민들께 제안드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일은 국정원 대선개입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시키는 일이며, 한반도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는 것입니다. 노동자․서민은 죽이고 재벌만 배를 불리는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며, 백남기 농민에 가해진 국가폭력의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 그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 민생을 되찾고, 평화를 지켜야 할 절박한 상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라도 더 저 청와대에 남아 있는 한 우리 국민들은 오늘도 불안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삶의 현장 곳곳에서 퇴진을 위한 행동을 이어가 주십시오.
각계와 전국 곳곳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해주십시오. 생활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현수막 걸기, 버튼달기, 온라인서명하기, 경적울리기 등의 다양한 시위 방법에 함께 해주십시오. 그리고 11월 5일, 광화문에서 개최되는 故백남기 농민 영결식과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으로 모입시다. 손에 손마다 스스로 만든 손피켓을 들고 참여해주십시오. 가능하다면 크고 작은 시민모임과 함께 참여하거나 이참에 만들어서 함께 해주셔도 좋습니다. 주권자들의 무서운 힘을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줍시다. 민중을 개돼지로 생각하는 저들에게 민중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대단한가를 보여줍시다. 11월 12일에도 전국의 국민들께서 다시 한번 서울로 모여주십시오. 신성한 주권자인 국민들의 힘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기어이 만들어냅시다.
2016년 11월 2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즈음한 전국 비상시국회의 참가자 일동/전국의 1천개 시민사회단체(연명)/나라를 걱정하고 박근혜 정권에 분노하는 시민들의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