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하는 시국선언이 각계 각층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다. 7일(월)엔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의장 장기용 신부)과 나눔의집협의회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한편 ‘현장과 함께하는 그리스도교 공동 시국 선언문과 시국 기도회'(아래 시국 기도회)를 제안했다.
정의평화사제단은 시국 기도회 추진배경에 대해 "천주교, 성공회, 개신교 단위가 함께 참여하는 ‘범(汎) 그리스도교 공동 선언이나 행동'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현장에서 함께하던 그룹들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 네트워크'의 복원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11일(금)까지 연명을 받고 12일(토)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현장과 함께하는 그리스도교 공동 시국 기도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7일 기준 연명에 참여한 단위는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나눔의집협의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빈민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기독교평신도시국대책위, 생명평화연대,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등이다.
아래는 정의평화사제단과 나눔의집협의회가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그들의 나라는 가고, 정의와 평등의 나라여 오라!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루가 4:18-19, 공동번역개정판)
이제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동안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과 족벌 체제 재벌/언론 권력이야말로 국기문란 사범이고, 국가 사유화의 주범이며, 국가를 비정상적으로 운영한 공범이다.
그들이 떠들던 "통일은 대박"은 일방통행식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을 통해 ‘쪽박'이 났다. 그들이 부르짖던 "혼이 비정상"은 군사독재 정권 미화를 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무리한 한일 위안부 협상 강행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추진, 공공성이 생명인 언론과 교육 시스템의 붕괴와 불공정 무한 경쟁 등을 통해 ‘사실'이 됐다.
우리는 박근혜-새누리당 정권과 부역자들의 무능으로 저 차디찬 바다에 수장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한다. 아직까지도 차가운 광화문 광장에서 싸우고 있는 희생자/실종자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정권들로부터 지금까지 더 늘어난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통은 쌓여만 가고 한숨은 깊어만 간다. 그 사이 국가와 가계부채는 끔찍할 정도로 늘었고, 국가 신뢰도와 언론 자유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은 심각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 참담한 현실 앞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과 족벌 체제 재벌/언론 권력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저 대통령 최측근인 최순실과 주변 인물을 비롯한 몇몇의 "개인일탈"로 몰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를 사실로 만든 그들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참 나쁜 대통령"을 뽑아 ‘불행해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책임의 공범들이 모두 책임지고 물러날 때까지 싸울 것이다.ᅠ
박근혜 없는 최순실 있을까. 새누리당 없는 박근혜가 있을까. 족벌 체제 재벌/언론 권력 없는 새누리당 있을까. 우리는 이 따위 체제와 작동 방식을 그대로 둔 채 선수만 바꾸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아무리 우아하고 인간적인 미소로 포장해도 ‘살아남는 자만이 살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사회'를 유지시키는 체제와 작동 방식은 변혁되어야만 한다.ᅠ
이에 우리는 깊이 반성하고 회개한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서로의 탓만 하는 이 시대에 우리부터 뼈저리게 반성하고 회개한다.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부터 ‘헬조선, 각자도생'의 시대에 동조하고 있었다. 아니,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었다. 우리는 예수의 물음과 정신 그리고 삶을 따라가는 척만 하고 있었음을 반성하고 회개한다. 그리고 헬조선, 각자도생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불공정 무한 경쟁 체제와 작동방식의 변화를 위해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나아가겠다.
그가 말했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간절히 원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부정부패, 비리무능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은 속히 물러나라. 그들 뒤에 숨은 족벌 체제 재벌/언론 권력을 변혁하고 실질적으로 민주화시키자. 더 가진 자들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행정/사법 권력은 헌법 개혁을 통해 뿌리부터 다시 세우자.
이제 우리 다함께 국가의 재구성을 시작하자. 우리는 미친 운전사와 같은 그들에게 한순간이라도 더 국가를 맡길 수 없다. 우리는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퇴진과 더불어 주권자인 우리 모두가 ‘정의에 입각한 평등과 평화'라는 인식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만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정의와 평등의 나라를 맞이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의 말처럼 "꼼꼼하게 챙겨 보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요구한다. 우리는 이러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치열하게 성찰하며 끝까지 행동할 것이다.
- 우리의 요구와 행동 강령 -
하나. 국가문란, 국가사유화의 주범이자 공범인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은 국가 운영에서 즉시 물러나라
-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 직을 유지할 수 없는 박근혜는 당장 퇴진하고 법적 책임을 져라!
- 수많은 중대 범죄 의혹에 공조⋅묵인, 무능으로 일관한 새누리당은 꼬리 자르기로 책임을 피하지 마라!
둘. ‘정상의 비정상화'에 동조하고 침묵한 공동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변혁시키자!
- 부당하고 무책임한 행정/사법 권력의 독점력을 개혁하고 실질적 민주화로 이끌어 나가자.
-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세력 이용한 족벌 체제 재벌/언론 권력을 경제 민주화로 바꿔가자.
-공공성이 생명인 교육/의료/교통 체계의 무책임한 민영화와 불공정 무한 경쟁을 재고하자.
셋. 야당은 변혁의 순간에 거리와 광장의 외침을 귀담아 듣고 함께 행동하라!
-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닌 선거제도와 정치 구조 개혁에 앞장서는 야당이 되라.
- 변혁의 순간에 단물만 취하려는 태도는 결국 변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마라
넷. 모든 종교인,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부터 거리와 광장의 모든 단위와 연대하자!
- 이 시대, 이 순간에 우리가 누구의 편에 서서 어디에 있어야 할 지 예수에게 묻고 함께 행동하자.
- 교회 지도자들은 그럴듯한 곳에서 권력자들을 만나 조언자로 행세하는 광대 짓을 멈춰라.
-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작금의 사태가 골방의 기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자. 우리의 기도가 ‘정의에 입각한 평등과 평화'를 편드시는 주님과 일치되도록 행동하는 기도를 하자.
- 부당한 권력이 운영하는 국가를 잠시라도 멈추는 것이 시위다. 현장과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하자.
현장과 함께하는 그리스도교 공동 시국 선언문
2016년 11월 7일 현재 연명 단위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 나눔의집협의회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빈민사목위원회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 기독교평신도시국대책위 / 생명평화연대 /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