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을 내고 집회를 열어 현 사태를 개탄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져가는 상황이다. 기독교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총회장 권오륜 목사)는 11일(금) 오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시국기도회 설교를 맡은 교회와사회위원회(교사위) 위원장 김경호 목사는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박 대통령 2선 후퇴나 책임총리 방안 등등은 박 대통령의 퇴진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의 설교 중 일부다.
"즉각적인 퇴진만이 답이다. 책임 총리는 법에 규정돼 있지도 않다. 있는 법도 안지키고 헌법을 위반하고 국정을 농단해 왔는데 법에 없는 총리를 어찌 만든다는 말인가? 이는 촛불이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꼼수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의) 퇴진 없는 어떤 방안도 용인이 되지 않는다. 만약 야당이 이에 손들어 준다면 이는 야합일 뿐이다. 지금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분노는 단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누적된 실정에 억눌렸던 분노가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두려움에 떨지 말고 불의한 권력을 심판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눈앞에 죽음을 두려워하여 죄와 타협하는 것이 정말 죽음이다. 부활은 우리를 굴복시키고자 하는 죽음의 세력 앞에서 꺾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심판하고자 하는 꿋꿋한 의식이 부활이다. (중략)
우리 안에 있는 두려움을 내어쫓고 30년 만에 주어진 역사의 기회 앞에 떳떳하게 행동하자. 철저하게 갈아 엎어 새로운 세상이 되게 해야한다. 묵은 땅 갈아 엎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설교를 마친 뒤 연대발언 순서가 이어졌다. 연대발언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 그리고 박근혜퇴진기독운동본부 이종건 공동대표가 맡았다. 이 공동대표는 특히 투쟁목표가 단지 박 대통령 퇴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보다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공동대표의 말이다.
"우리가 만드려는 것은 단지 박근혜가 아닌 세상이 아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 다름이 부끄럽지 않고 자랑이 되는 세상, 차별과 배제없는 세상, 국가폭력으로 농민이 죽지 않아도 되는 세상, 자본논리에 의해 아이들이 죽지 않인도 되는 세상, 소수의 정치인과 그 뒤에 가려진 정체모를 힘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주신 주권으로 평범한 이 한명 한명이 권리를 행사하는 세상, 바로 하나님나라를 위해 우리는 교회에서 거리에서 기도하고 싸우고 있다.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맘몬의 체제에 십자가를 세우는 사역의 첫 단추인 박근혜퇴진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
시국기도회를 마친 목회자와 신도들은 행진에 나섰다. 행진은 향린교회를 출발해, 고 백남기 농민 추모의 벽이 마련된 종로1가 보신각을 지나 대원교회 철거 시공사인 대림산업, 정부종합청사에서 각각 준비한 기도순서를 진행한 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마무리됐다.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행진하면서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