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의 대표적 여성 인물인 사라(Sarah)는 오랫동안 믿음이 부족하고 질투심이 많은 여성으로 이해되어 왔다. 특히 창세기 18장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듣고 웃은 사건은 사라를 불신앙의 인물로 규정하는 대표적인 근거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박지온 교수(한신대학교 초빙특강교수, 구약학)는 최근 「신학사상」에 발표한 「사라의 (비)웃음」이라는 논문에서 이러한 전통적 해석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라를 보다 주체적이고 신학적으로 중요한 인물로 재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성서 독자들은 대체로 사라의 웃음을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한 비웃음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저자는 아브라함 역시 동일한 약속을 들었을 때 웃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사라의 웃음만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특히 저자는 사라가 단순히 '아브라함의 아내'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사라는 하나님의 언약과 약속을 함께 받은 인물이며, 이스라엘 민족 형성의 핵심 주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라는 남성 중심적 해석 속에서 주변 인물로 밀려난 것이지, 본래부터 주변 인물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논문은 또한 현대 여성신학과 페미니즘 해석이 사라를 권력자 또는 억압자로 규정해 온 경향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하갈과 이스마엘 사건을 중심으로 사라를 가해자로만 보는 해석은 본문 전체의 신학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대교 전통 속에서 사라가 여예언자(prophetess)로 이해되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일부 랍비 문헌은 사라를 하나님의 뜻을 통찰하는 예언적 인물로 묘사하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사라가 네게 말하는 것을 들으라"고 말씀하신 대목 역시 그녀의 영적 권위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논문은 사라를 단순히 불신앙에서 믿음으로 성장한 인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함께 받아 이루어 간 이스라엘의 공동 창시자이자 신앙의 주체로 재평가한다.
박 교수는 결론적으로 사라의 웃음은 오랫동안 오해되어 왔으며, 그녀는 믿음 없는 여인이나 갈등의 유발자가 아니라 창세기 안에서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위대한 여성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연구는 성서 속 여성 인물들에 대한 기존의 남성 중심적 해석을 재검토하고, 사라의 신학적 위치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