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오는 28일(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전국 102개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561명은 15일(화) 오후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국정교화서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역사학자들은 교육부가 "권력의 주문에 따라 온갖 무리와 편법을 거듭해가며 맹목적으로 그것을 추진하였고, 지금은 교과서의 내용을 보아 달라는 말로 본질을 가리려 한다"며 "국정 역사교과서는 그 내용을 놓고 토론을 시작할 만한 최소한의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 교과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과도적 조치로 현재 사용되는 검정교과서를 이용하면 된다"며 현장검토본 공개 취소를 촉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추진 시점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고, 불똥은 국정역사교과서에 튀었다.
국정역사교과서의 운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지난 주말 대의원회를 열어 국정교과서 수용 불가 방침을 정했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아래는 전국 102개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561명의 연명이 담긴 성명 전문이다.
[역사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
유사 이래 최대 인파의 함성에서 확인되듯이 국민의 명령은 내려졌다. 역사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는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무도한 세력이 헌정을 유린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정부 시스템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 폐허에 가득한 허위와 기만, 그리고 부패와 폭력 사이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한다.
특정 정권이 국가권력을 동원해 만든 단일한 역사교과서를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 그 자체가 오랜 세월 시민들이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 그리고 상식 있는 시민들이 그동안 수없이 외쳐 온 그 자명한 사실을 여기서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국정화의 과정 또한 민주주의와 교육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였다. 2013년, 정부와 여당은 친일과 독재를 두둔하고 수많은 오류로 점철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라고 관권을 동원해 교육현장을 다그쳤다. 그런데도 그것이 국민들에게 거부당하자 그들은 느닷없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왔다. 그것을 뒷받침한 것은 ‘혼이 비정상'이라느니 ‘책의 전체 기운'이 어떠니 하는 대통령의 무분별과 ‘대한민국 국사학자의 90퍼센트가 좌파'라는 여당 지도부의 근거 없는 선동이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실행해서도 안 되고 실행될 수도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권력의 주문에 따라 온갖 무리와 편법을 거듭해가며 맹목적으로 그것을 추진하였고, 지금은 교과서의 내용을 보아 달라는 말로 본질을 가리려 한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는 그 내용을 놓고 토론을 시작할 만한 최소한의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하였다.
교육부는 11월 28일로 계획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공개를 취소하라. 새 교과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과도적 조치로 현재 사용되는 검정교과서를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역사 전문가들의 압도적인 반대를 억누른 채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자의적으로 작성한 2011년 이전으로 돌아가서 역사과 교육과정을 새로 구성하게 하라. 이와 같이 정당하고 현실적인 방안이 있는데도 시간이나 절차를 핑계로 국정화를 고집한다면 교육부는 시민과 역사 앞에서 존재근거를 부정당할 것이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처음부터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서 추진된 것임은 당시 교육부 장관이 공언한 바와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정화 문제의 해결을 애써 역사학과 역사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역사교사 및 시민들과 더불어 국정교과서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정부・여당은 즉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를 선언하고 그에 따른 법률적・행정적 후속조치를 마련하라.
국정교과서 제작에 앞장선 역사학자와 역사교육자들, 관련 기관들은 자신들이 오늘날 국가적 혼란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와 전문가 본연의 위치로 돌아올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에 귀 기울이라.
전국 102개 대학의 561명 역사·역사교육 교수들은 대한민국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역사학계 사상 최대의 일치된 목소리로 외친다.
우리의 요구
하나. 교육부장관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 폐기를 선언하고, 11월 28일로 계획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취소하라!
하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추진한 당국자와 정치세력은 반민주주의적 정책을 강행하여 국가를 혼란에 빠트린 데 대해 사죄하라!
하나. 새로운 역사과 교육과정의 구성과 자유로운 교과서의 집필을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에게 일임하라!
2016년 11월 15일
전국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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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102개 대학의 역사・역사교육 교수 56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