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토) 서울 도심 광화문 광장엔 또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아래 퇴진행동)은 이날 "광화문에서 전국으로!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 전국동시다발 4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촛불집회엔 주최측 추산 60만 명(경찰 추산 17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얼핏 참여인원은 100만이 참여한 12일(토) 제3차 범국민행동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차 범국민행동이 서울 한 곳에서만 열린 것과 달리, 이번 4차 범국민행동은 부산, 대구, 광주, 아산, 제주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주최측은 100여 개 지역에서 35만 명(경찰 추산 65곳 7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4차 범국민행동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특히 18일(금)엔 정상업무에 복귀해,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와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4차 범국민행동에 앞서 "예의주시하면서 지켜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3차 범국민행동을 앞두고 "국민의 준엄한 뜻을 아주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앞서 강원도 춘천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17일(목)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 광화문의 집회 열기는 청와대의 엄포와 김 의원의 발언을 무색하게 할만큼 뜨거웠다. 특히 김 의원의 지역구인 춘천의 경우 1만 명의 시민이 모여 박 대통령과 김 의원의 동반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춘천에서 1만 인원 규모의 집회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청와대의 공세 모드와 김 의원의 지원사격은 오히려 시민들의 공분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된 셈이다.
5종단 종교인들, "정권이 정의 버려"
이날 범국민행동엔 천도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5대 종단 종교인들도 함께 했다. 5대종단 종교인들이 꾸린 ‘박근혜퇴진 5대 종단 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는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시국기도회는 원불교, 천주교, 천도교, 불교, 개신교 순으로 진행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반대해 온 원불교는 시국기도회에서 현 정부에 날을 세웠다. 원불교 강해윤 교무의 말이다.
"원불교는 성주, 김천 시민들과 함께 평화체제 구축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드배치 전면 철회를 외쳐왔다. 원불교는 사드배치 철회를 통해 평화를 만들고, 현 정권을 끝장내는데 함께 하겠다."
이어 발언에 나선 천주교, 불교, 천도교 측은 "이 정권이 정의를 포기했다"며 "종교인들이 나서서 현 정권 퇴진에 힘을 모으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표기도 순서를 맡은 개신교 측 오세요 전도사(예수살기 간사)는 이렇게 기도했다.
"우리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철로 안에 들어가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죽임당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틀 전에 수능이 있었습니다. 입시 스트레스로 자신의 삶의 무게를 이겨낼 수 없었던 학생들의 죽음을 기억합니다. 우리가 더욱 화나는 이유는 저렇게 죽으면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종교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약한 사람의 삶의 무게를 비웃는 저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약한 이들을 두번 죽이고,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에 대못을 꽂아넣기 때문입니다. (중략)
주님, 주님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이제 이곳에 섰습니다. 주님의 새 생명을 입은 자녀들이 더이상은 이런 죽임의 체제를 두고볼 수 없다며 이곳에 섰습니다. 주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박근혜만 사라진다고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근혜조차 내쫓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에 변화의 가능성이라곤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선으로 악을 이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시옵소서."
기도회를 마친 종교인들은 범국민행동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해 집회에 참여했다. 퇴진행동은 오는 26일(토)에도 재차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