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속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22일(화)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박근혜 정권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리더십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더구나 검찰이 20일(일) 박 대통령을 미르·K스포츠 재단 비리와 대기업으로부터의 자금강탈,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실질적 주범으로 박 대통령을 지목하고 입건 방침을 밝힌 와중에 협정을 강행한 것이다.
정권 위기 와중임에도 협정이 강행된데 대해 일본 유력 일간지인 <요미우리> 신문은 14일(월) "한국 측이 군사보호협정 체결을 서두르는 데에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먼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뼈대부터 짚어보자. 이미 한일 양국은 2009년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국방부와 일본 자위대 사이에 군사교류를 활발히 하기로 합의했다. 이때부터 2, 3급 군사기밀이 오가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어도 교환이 가능한 비밀등급은 2, 3등급으로 한정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 협정의 핵심 뼈대는 양국간 기밀교류를 비밀에 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일 양국의 군사정보는 보다 활발해지게 된다.
한일 군사협정, 미국의 MD체제 구축의 핵심 연결고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과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4일(금) 육군협회 주최의 조찬강연에서 "사드 포대의 한국 배치는 한미동맹의 강력한 표현이다. 향후 8~10개월 내로 배치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 시기를 2017년 말로 잡았다. 따라서 브룩스 사령관의 발언은 사드 배치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사드와 이번 협정이 무슨 상관관계일까?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시사iN> 제478호에 기고한 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MD(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의 주장은 이렇다.
"한국에 배치하게 될 사드 레이더의 탐지 능력은 일본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와 미국 본토의 MD체제 와도 통합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면 사드 레이더뿐 아니라 한국의 자체적인 탐지 추적 정보도 MD체제와 통합된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가 자국의 MD체제에 편입되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런 불만이 해소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선 한일 양국이 협정 체결을 서두를수록 이득이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가 리더십 위기에 처한 이상, 정권교체 전에 기정사실로 굳힐 필요도 있다. 저간의 상황을 볼 때 국방부가 16일(수) 오전 사드를 경북 성주군 롯데 골프장에 배치하는 대신 경기도 남양주시 국유지를 롯데에 제공하기로 합의한 점도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추론이 가능하다.
한일 국교정상화, 그리고 군사정보보호협정
미국은 1961년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를 통해 최고권력자로 급부상하자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가 1948년 여순반란 당시 육군사관학교 내 공산주의 세포조직 지도자 혐의로 체포된 전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박정희를 지렛대 삼아 전략적 이익을 관철시키기로 마음 먹는다.
우선 케네디 행정부는 박정희에게 민정이양 압력을 가했고, 이에 박정희는 1963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올랐다. 미국은 박정희를 계속 압박해 한국전쟁 이후 숙원이나 다름없었던 한일 국교정상화를 관철시켰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일본과의 국교정상화에 부정적이었다. 주미 대사를 지낸 함병춘은 1964년 이렇게 적었다.
"일본과 경제 협력을 하면 불가피하게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의 부속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함병춘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은 한일 국교정상화란 실익을 챙겼던 반면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의 부속물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군사적 측면에서 한국을 일본의 부속물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일 양국은 지난 해 7월 자위대의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활동을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주변'이라는 문구에 주목해 보자. 일본 정부는 줄곧 이 문구가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주장에도 일본 주변이 한반도를 의미한다는 점은 너무나도 명약관화하다.
이런 가운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 일본은 한국을 통해 인적정보(휴민트), 영상정보, 신호정보, 전자정보를 얻게 된다. 일본 자위대는 한국에서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일본 주변'에서 효과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미국이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번 협정은 자위대 활동에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이번 협정을 강하게 반대해 온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기독교계 역시 한일간 협정에 반대 목소리를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미 지난 10월 논평을 내고 이 협정이 사드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로 귀결되고,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안보 불안을 증폭시켜 종국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칠 뿐이라며 반대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평화통일위원회도 이번 달 10일(목) 논평을 통해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될 시, 결과적으로 자위대를 공식인정하여 전범국가로서 군대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일본평화헌법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일본의 역사 왜곡문제를 용인하여 한일관계가 심각하게 왜곡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23일(수)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한일 양측이 최종 서명 절차를 밟으면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협정이 그대로 기정사실화 될지는 미지수다.
외교는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정부끼리 이뤄지는 정치행위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박 대통령은 지금 피의자 신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의 조사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 연속 5%에 그쳤다. 사실상 국민의 지지를 상실한 식물정부라는 말이다. 이런 정부가 체결한 국제협약이 과연 효력이 있을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2년에 추진됐다 여론의 반발에 막혀 무산된 바 있었다. 국정동력을 상실한 박 대통령이 협정에 서명한다고 해봐야 여론이 반대하면 휴지조각일 뿐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도 "최순실 국정개입으로 내정이 혼란해 최종 서명에 이를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협정은 박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할 이유를 하나 더 제공한 셈이다. 마침 오는 26일(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5차 범국민행동이 예정돼 있다. 온 국민이 합심해 이 정부에 ‘아니오'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