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어지럽다. 그런데 이때마다 교회에서는 권위에 순종하라는 설교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리더십 위기에 처하자 이런 설교가 곳곳에서 보인다. 과연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 성경적인 것일까? 주함께교회 오찬규 목사(예장합동)는 자신의 SNS에 로마서 13장 1절 말씀의 맥락을 풀이하면서 "국민을 무서워 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가장 상위 권력인 국민의 뜻을 거스림은 그 권세를 정하신 하나님을 거역하는 죄"라고 결론짓는다. 오 목사의 양해를 구해 전문을 싣는다. 오 목사는 히브리어 원문 성경 해설서인 <하나님의 보물창고>를 내기도 했다. 편집자 주]
시국과 관련된 어떤 정치적 사건이나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 소위 성경대로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로마서 13장 1절 말씀 때문에 큰 갈등에 빠진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롬13:1)
이 구절에서 "위에 있는 권세들"을 위정자들 곧 대통령·수상·왕 등 권력자를 떠 올리게 된다. 과연 그럴까?
헬라어 원문으로 ‘위에 있는'은 [후페레코]이고 ‘권세'는 [엑수시아]이다. 후페레코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것'을 의미하고, 엑수시아는 ‘권력'을 뜻한다. 이 단어를 NIV 성경에서는 ‘통치 권력'(governing authorities)라고 번역했다.
대한민국에서 통치 권력은 무엇이고 누구에게 있는지를 정해 놓은 최고 상위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헌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3.1 운동으로 세워진 임시정부에서 시작하고,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전문에서 선언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3.1운동에서 기인한 임시 정부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통치 권력은 4.19민주 이념에 터 잡아야 한다.
이를 거부하거나 딴소리를 하는 것은 ‘위에 있는 권세들'을 거부하며 불순종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장 총강 제1조 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말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본질인 헌법은 대한민국의 최고 ‘위에 있는 권세들'은 국민이라고 정의한다. 만일 국민이 그 권력을 위임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헌법은 그 권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성경 로마서 13장의 ‘위에 있는 권세들'은 타락한 왕이나 대통령이나 수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구나 무슨 국무위원이나 국회의원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지금의 현실에 컨텍스트라이제이션(부합시킴)을 하자면 대한민국의 ‘위에 있는 권세'는 헌법이고, 그 헌법은 모든 권력의 출처는 국민이라고 확정한다.
성경은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
이 말씀은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인 국민의 뜻을 거스리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다. 그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초하게 된다.
이 말씀을 엉뚱한데 적용해 타락한 권력과 정부에 아부하고 성경에 무지한 자들을 선동하는 기독교 지도자는 성경 앞에서 자기를 돌아봐야 한다. 하나님은 결코 불의한 분이 아니시다. 정권을 이용하여 포학을 일삼는 것을 눈감아 주지 않으신다.
국민을 무서워 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가장 상위 권력인 국민의 뜻을 거스림은 그 권세를 정하신 하나님을 거역하는 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