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한신대학교를 찾았다. 이 시장은 한신대 국제관계 학부의 초청으로 23일(수) 오후 경기도 오산캠퍼스 유사홀에서 ‘대한민국 혁명하라'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근 이 시장은 지지기반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이 시장은 여론조사기관 ‘알앤서치'가 지난 16일(수) 발표한 11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UN사무총장과 나란히 대선후보 빅3에 처음 진입했다. 무엇보다 이 시장은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자 대선 후보군 가운데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광장으로 나가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강연이 진행된 370석 규모의 유사홀은 학생들 및 학교 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이 시장은 강연을 시작하면서 ‘불평등'을 화두로 던졌다. 이 시장의 말이다.
"지금 보다 나중이 나을 것이란 희망이 있으면 삶의 열정이 생긴다. 부모세대들은 자녀를 많이 낳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면서도 진짜 행복해했다. 자식들이 모두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 이래로 ‘나' 다음 세대는 나을 거라 믿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 내 자식들은 ‘나보다 더 나쁜 삶을 살겠구나', ‘나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빠지겠구나'라고 생각이 일치한다.
이렇게 된 원인은 간단하다. 경제, 정치,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불공평해졌기 때문이다. 출발점이 다르다. 누구는 고급 승용차 타는데 누구는 맨발로 뛴다.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 그나마 기회가 불평등한데 경쟁 체제도 매우 불공정하다. 특정 소수가 너무 많이 가져서 이렇게 됐다."
이 시장은 특히 불공정 경쟁이 만연한 데에는 정부의 직무유기가 한 몫 했다고 보았다. 다시 이 시장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사회는 95년 이후 국가 생산성이 올라 경제는 줄곧 성장했다. 문제는 노동에게 돌아갈 몫은 일정하게 유지된 반면 증가분의 대부분이 기업들에게 돌아간데 있다. 이러니 결과적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은 떨어져 버렸다. 노동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몫이 적어졌으니 상대적으로 점점 가난해 진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기업편을 든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이 꿈일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정치권 인맥으로 특채되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이 시장은 현 시국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시장은 현 시국이 자유롭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 기회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소위 기득권을 가진 지배자들은 ‘이 나라의 주인은 나' 믿음이 있다. 이들에게 국민은 지배대상일 뿐이다. 이따금씩 국민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들고 일어날 때 잠깐 피해 시간을 벌면 언제든 권토중래해서 지배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왜? 이제까지 계속 그래왔고 지금도 그러니까.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말을 뒤집은 것도 시간을 끌면서 되치기할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자유롭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대한민국의 첫 출발이다. 지금 이 나라는 건국 중이다. 민주 공화국을 회복하는 게 아니라 민주 공화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공정하고, 공평한 나라를 만들어야 이 나라가 산다. 특히 미래가 암담한 젊은이들이 미래를 여는 길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나라, 거저 얻어지지 않아
이 시장은 ‘자유롭고 공정한 나라'를 위해선 불평등한 체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불평등한 체제를 탓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이 시장의 주장이다.
"불공정하고 말도 안되는 시스템으로 득 보는 사람들은 1%라고 보면 된다. 이 1%가 나머지 99%를 지배한다. 그렇다면 왜 이 1%는 99%에게 피해를 끼치는 의사결정을 할까? 악의와 공작이 개입해서다. 기득권 세력은 돈, 권력, 언론 등 모든 걸 갖고 있다. 이들은 정치 혐오를 조장해 나머지 99%를 포기시키려 한다. 또 노동자들의 단결을 막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사람들을 편 가른다. 때론 일부를 매수해 이익을 나눈다.
이런 세상을 바꾸면 우리의 삶은 좋아진다. 그런데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지 않으려 한다. 나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일은 이론적으로 오천만 분의 일이다. 그래서 이기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한 명이 살인현장을 목격하면 신고한다. 그러나 100명이 보고 있으면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책임감이 백분의 일로 떨어져 공적 문제에 무관심해져서다. 그러나 나는 성격이 다소 거칠고 고집세고, 집요하면 오천만 분의 일이 아닌 수십, 수 백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았다. 이에 난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는 물론 인스타그램까지 하고 있다. 세상은 생각하고 행동하고 참여하는 몇 사람에 의해 방향이 바뀐다."
이 시장은 강연을 마치면서 학생들에게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추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필요한 역량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건 중요하다. 나쁜 환경이라도 잘 적응해 능력 키우고 높은 자리에 오르면 더할 나위 없다.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는데 조금만 투자하면 엄청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불합리해서 바꾸지 않으면 여러분의 미래는 아무리 노력해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여러분의 미래를 희망 있게 만들려면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의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만, 즉 하루 5분에서 10분만 세상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기 바란다. 그러면 여러분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세상은 확 바뀌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