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갈릴리복음 성서학당
(하나님과 창조세계)
제3강 주제- 성서의 하나님과 한민족이 경외해온 하늘님 신앙
Ⅰ. 오늘 공부주제의 문제의식
1. 한 민족의 종교문화사에서 시대를 초월하여 변함없이 지속되어온 한민족의 종교적 영성의 본질, 즉 숭앙되어온 하느님 이해과정에서 본질적 특징은 무엇인가?
2. 새 종교의 전래는 전통종교의 신관에 대한 전적 교체인가 신관의 창조적 확대심화인가?.
그리스도교의 한민족에게 전래 이후, 특히 대부분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그들의 하나님 신앙은 한민족 조상들이 경외하던 하늘님과 전혀 다른 셈족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기를 스스로 계시하신 야훼 하나님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에로 개종이란 한민족의 하늘님 신앙을 성경적 하나님 신앙으로 교체 혹은 대체한 완전한 개종인가? 아니면 하느님이해에서 신관의 종교문화사적인 지평융합적 승화 및 신관의 확대심화인가?
3. 그리스도교의 전래를 통하여, 한민족이 성경에서 새롭게 만나고 경험한 하느님 신앙의 특징들은 무엇인가? 그러한 요소들은 한민족의 문화사회 공동체 형성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Ⅱ. 한민족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 원형(元型, 原型, archetype)처럼 이해되는 가장 기본적인 ‘종교적 영성의 특징’이 있는가? 그 특징으로서 ‘’ 영성의 특징은 무엇인가?
1. 한국의 종교문화학자들은 한민족이 동북아시아북단지역(산동반도 동북부, 만주, 한반도)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면서 수만 년 지나오는 동안, 인종적 요소․기후지질풍토적 요소․언어적 요소․생산양식과 분배요소․정치통치적 요소 등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영향을 받으면서, 한민족이 경험해온 ‘초월적 신앙체험’에 공통적 특질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2. 한민족의 고대사를 알 수 있는 대표적 고대 문헌자료로서「삼국사기」,「삼국유사」,「환단고기」등이 있으나 한민족의 집단적 영성을 ‘풍류도’(風流道)라고 명명한 신라 학승은 고운 최치원이었고(三國史記, 신라본기, 第四, 진흥왕조), 배달민족의 종교적 사상을 압축한 경전으로서「천부경」이 전해온다.
3. 고대 조선족(한족) 삶의 풍속을 전하는 중국고대문헌들(魏書, 後漢書, 山海經, 三國志 등)과 단군신화 등 문헌자료에 근거하여 최남선․이능화․양주동․김경탁․이병도․안호상․함석헌․유동식 등 여러 학자들은 한민족의 종교적 영성의 우리말 표현인 하느님(하눌님)신앙 이라고 본다.
4. ‘하느님’ 신앙은 어원적으로 고찰 할 때, ․․불(夫婁), 불거내(弗炬內), 부르칸(Burkhan), 한(韓), 간(干)과 모두 관련된 태양의 밝고 환함․높고 넓음․공명정대․생명육성․대동적 삶․열정적 생동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본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자연 천체물체인 ‘태양’을 하느님 신앙의 상징일 뿐, 태양을 직접숭배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특정한 조형적 상징물을 만들려하지 않았다.
5. 한민족의 종교적 표현을 고대부족국가들의 제천의식(祭天儀式)과 추수감사제 등에서 그 원형적 모습을 흔적으로 찾아 느낄 수 있다. 유동식은 그의 ‘풍류도 신학’에서 한국인의 종교적 영성의 핵심을 ‘한 멋진 삶’을 추구하려는 세 가지 지향성으로 압축하여 설명한다.
* ‘’은 포함삼교(包含三敎)하는 포용적이면서도 초월적인 종교성을 나타낸다. ‘한’은 하나이면서 전체이기 때문에, 은 ‘크고’(한밭), 위대하며(마루한), 바르고(한글), 높다(하늘).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 속에는 ‘함삼위일’(含三爲一)하는 포용적 성격이 있다. 최고 신으로서 하느님을 숭앙하면서도 다신론적 종교습합 신앙을 갖기도 한다. ‘’ 사상은 그 본래적 영성의 특징을 바탕에 가지면서, 무교, 불교, 유교, 기독교를 수용해 왔다.
* ‘’은 고대 제천의식에서의 집단적 황홀상태에서 군무, 노래, 여흥에서 보는바 처럼 예술적이고 정서적인 율동성과 생동성을 특징으로 갖는다. 한민족은 철학적 심오한 사색형의 민족성이라기보다 감성적이고 정서적이다. 예술면에 섬세함을 나타낼 수 있으나, 종교적 열광주의에 흐를 위험이 있다. 생각하는 힘이 결여되어 있다.
* ‘’은 ‘접화군생’이라는 말에서 나타내듯, 공동체적 삶, 대동적 삶, 상부상조하는 삶을 지향한다. 타계적․내세적 신앙이라기보다는 현세적 신앙면이 강하다. 그 결과 신앙행태가 기복주의적 신앙에 흐르기 쉬운 기질을 갖는다.
Ⅲ. 한민족의 종교사에서 본 풍류도적 영성 바탕위에서 외래종교들의 수용과 습합
1. 풍류도는 종교적 영성의 기본 바탕
유동식에 의하면 풍류도란 어느 한 특정종교에 대한 명칭이 아니다. 도리어, 풍류도란 각종 외래종교를 받아서 그것들을 한민족의 종교로서 변혁시켜 토착화하는 종교적 심성의 기본바탈이자 영성적 구조틀이다. 풍류도의 영성적 바탈(메트릭스) 위에서 한민족은 무교, 불교, 유교, 도교, 그리스도교를 받아드렸다. 받아드리되, 외래종교를 원래 들어온 그대로가 아니라 종교적 습합과정을 거쳐 한민족적 종교특성을 부정적 의미에서나 긍정적 의미에서 가미하게 되었다 .
2. 재액초복의 기복신앙과 다령숭배로 전락한 한국 무교
제일 먼저 종교습합한 종교는 시베리아 북방민족만이 아니라 온세계에 퍼져있는 샤머니즘(무교)이었다. 오랜 기간을 거쳐 풍류도와 무교는 한민족에게 있어서 표리부동한 관계였다. 그러나, 무교가 고대 한민족의 주류종교로 작동하는 동안, 한민족의 하느님신앙은 다령숭배적 기복신앙형태로 퇴행적으로 민속화해갔다. 지고신으로서의 하느님은 너무나 높고 멀리 계신 하느님으로 느껴지고 숭고한 신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만신전에서 최고 자리를 차지 할뿐, 일상생활 속에서는 보다 하급단계의 신령들을 모시는 다령숭배신앙이 되어갔다. 무당들의 몸주신은 다양하며, 고목, 동굴, 고산, 장강, 위인들의 혼령이 숭배대상이 되었다. 무교의 궁극목적은 ‘재해초복’과 이승을 떠난 망자 혼령이 저승으로 가는 위령제와 천도제처럼 되었고, 그런 종교적 기능을 담당하였다. 개인 가족 간의 선행과 화합을 강조하는 개인적 ‘권선징악’의 윤리성은 강조되고있었으나, 공동체의 윤리의식이나 사회정의 같은 영성은 퇴화하게 되었다. 그리스도교가 한민족에게 전래되었을 때, 무교와 그리스도교의 충돌은 심각한 바 있었다. 무교의 다령숭배 신앙이 그리스도교의 유일신신앙과 극단적으로 충돌하게 된 것이다.
3. 한민족의 ‘’의 영성과 만나 꽃핀 최초의 고등종교 불교의 꽃핌
유교가 A.D. 1세기에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었으나, 종교의 기능보다는 관료제도와 인문도덕의 수행기능을 맡았다. 그러므로, 종교와의 만남은 3~4세기에 들어온 불교였다. 중국의 유교나 노장사상과 만나 이미 중국적 불교로 심화된 대승불교가 한민족의 풍류도적 영성의 밭에 떨어져 크게 발전하였다.
첫째, 화엄종, 선종, 천태종 등은 불교의 한 교파이면서도 한민족의 풍류도가 지닌 ‘ 의 영성’과 공명하였다. 법성(Dharma) 그 자체의 초월성, 포용성, 지고성, 진리의 근원성 등이 풍류도의 ‘의 영성’과 자연스럽게 조우하였다. 비로자나불의 '광명이세‘의 불법신앙,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고 보고 계신다는 관세음보살신앙과 하느님경외 신앙과의 공명, 서방정토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아미타 신앙과 저승세계로 잘 가려는 무교적 내세신앙이 자연스럽게 공명하면서 확대심화 되어갔다.
둘째, 대승불교의 핵심은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므로, 윤리적 실천면에서 불교는 한민족의 종교적 영성을 높은 도덕적 실천신앙으로 승화시켰다. “衆生의 病은 無明에서 오지만, 菩薩의 병은 大悲에서 온다”는 유마경의 논지는 모든 대승불교의 자비행 강조를 대변한다. 무교가 지닌 기복신앙을 한층 승화시켰다.
셋째, 불교는 한민족의 풍류도가 지닌 예술적 재능과 만나 찬란한 불교 예술을 꽃피웠다.
넷째, 그러나, 불교는 한민족의 풍류도적 포용주의와 만남으로서, 독특한 한국적 불교의 종교혼합적 형태를 노정시키기도 했다. 대표적 예는 팔관회의 토착화와 불교가람배치의 토착화이다. 본래 팔관회는 불자들이 금욕적 8가지 계율을 지키며 수행하는 불교법회였다. 그러나, 한국불교에서 팔관회는 각종 신령들을 민족적 축제형식으로 행하는 대중적 주연가무 축제로 변질했다. 불교가람배치도에는 삼신각이 들어서고, 명부전이 자리잡게 되었다.
다섯째, 불교가 한민족의 종교적 심성을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었으나, 변질된 호국불교는 왕권과 귀족들의 지배이념을 강화시켰고, 산중불교로 변해갔으며, 역사적 삶 한 복판에서 역사참여적이고 역사변혁적인 정신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Ⅳ. 유교와 만나 꽃핀 한민족의 풍류도와 그 종교적 영성면에서의 한계
1. 유교는 조선개국과 함께, 한민족의 종교․도덕체계․형이상학적 세계관․생활일반의 규범을 책임진 종교가 되었다.
2. 그러나, 유교는 퇴계나 율곡의 사례에서 보듯이 위대한 학자들과 유림의 선비정신으로서 한민족의 정신문화에 큰 공헌을 했으나, 종교적 영성면에서 취약점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3. 그것은, 공맹의 가르침에 기초한 건전한 생활철학과 초기 원시유교사상 속에 있었던 천명사상, 주제자로서 천에 대한 上帝信仰 등이 철학화하여 태극도설, 이기론, 음양오행사상, 주역, 삼강오륜으로 발전하면서 진정한 ‘내재적 초월성’을 잃어버렸다. 신앙의 대상이 형이상학적 우주원리나 운명론으로 제약되게 되었다. 그 결과 비공식적으로 사대부의 부인들과 유학자들도 종교적으로는 불교에 귀의하는 형국이 되었다.
4. 유교적 집안에서 유일한 종교적 요소는 상제례를 통한 ‘조상숭배’ 의식이었으나, 형식적 의례주의가 지배하거나 효사상의 연장선상에서 준행되었기 때문에, 조선조 백성들의 심령은 영적으로 늘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왕조의 지배계층이 타락하고 백성들의 고난을 외면함으로 인하여 세상을 제도할 실질적 힘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종교의 중요한 측면인 사생관에 있어서도 유교는 자연주의적 합리성을 바탕에 깐 철학적 이해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대한 반발이, 동학(천도교)과 기독교 수용으로 나타났다.
Ⅴ. 동학(천도교)를 통해서 풍류도심의 새로운 부활과 좌절
1. 수운 최제우의 득도(1860년)로 시작된 동학은, 한국 근대사회사 및 정치사 면에서 만이 아니라, 종교사 에서도 기적과 같은 놀라운 풍류도적 영성의 부활이다.
2. 수운, 해월, 의암 등을 거치는 동안 몸으로 하눌님을 모신다는 시천주 신앙, 하느님․인간․물질을 모두 존경해야 한다는 삼경사상, 정치와 종교는 일체여야 한다는 교정일치사상을 발전시켰다. 시천주라는 ‘내재적 초월경험’은 지기(至氣)의 강신체험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강령신앙의 역동성, 생태친화적인 윤리사상, 보국안민하려는 역사참여적 생활신앙 등 귀중한 진리로 민족종교가 되었다. 그 저력은 1919년 3.1운동의 주도세력으로서, 개화운동의 주류세력으로 한국사에 공헌했다.
3. 천도교의 위대한 종교사상에도 불구하고, 19~20세기에 천도교의 교세발전이 지체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동학농민전쟁을 통한 참 동학인들의 전멸, 지도세력의 남북이념적 내부적 분열, 종교적 본래심의 변질, 창조적 자기변화의 실패, 그리스도교의 강화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도교는 한국종교사에서 중요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Ⅵ. 그리스도교 신앙의 전래가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에 미친 새로운 요소들
1. 한 민족 심성의 맨 밑바닥에 면면히 흐르던 ‘하느님 신앙’이 성경의 인격적이고도 초월적인 유일신 신앙에 의해 또렷이 각성되는 계기를 만나게 되었다.(동학운동의 계승)
2. 성서의 하나님이 ‘높은데 계신 지고신’일 뿐만 아니라, 눌리고 억압받는 백성을 해방시키는 ‘자비와 긍휼의 하나님’임을 가르침 받게 되었다.(개화기 민중의 수용과 호응)
3.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신앙과 특히 성령의 내주 감동감화 능력신앙은 한민족의 풍류도적 영성기질이 지닌 정서적-역동적 기질과 친화성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한국 개신교의 신앙유형이 부흥회적 기질로 흐르게 된 부작용을 가져다주었다.
4. 예수의 십자가 대속적 십자가 신앙은 동양종교철학 일반이 지닌 ‘수치문화’의 차원과 근본적으로 다른 ‘죄의식’을 일깨웠고, 죄 문제를 종교적으로 심각하게 각성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은총의 종교, 은혜의 종교’라는 새로운 용서와 사죄체험을 가능하게 하였다. 깨달음, 자아완성, 극기복례와 다른 ‘重生신앙과 聖化신앙’을 경험하게 되었다.
5.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핵심이 ‘하나님의 나라’ 실현이라는 점의 강조는, 자연주의적 시간 의식과 ‘몰역사적 실재관’에 오랫동안 친숙해온 한민족의 정신문화 속에 ‘역사적 실재로서의 인간’과 그 공동체라는 자각을 더해 주었다.
[잠정적 결론] 한국 종교사에서 그리스도교의 한민족 전래는 기존 종교문화사와의 ‘완전단절’ 후의 외래종교로서 대체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연속계승’도 아니다. 인간의 정신적 영적 삶의 성격이 그러하듯이, 앞선 종교적 유산 중 창조적 요소들을 퇴비로한 생명의 꽃이며, 한국역사를 경륜해 오신 하나님의 창조적 새 생명운동이다. 불연속적인 연속성이라는 역설적 성격을 놓쳐서는 아니 된다. 특히 하나님 이해에서 하나님의 초월성, 내재성, 창조적 과정성을 모두 동시에 체험하는 에베소 4:6절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