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다.
누구나 다 아는 격언이다. 특히 규모와 관계없이 조직체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 이라면 더욱 새겨야 할 격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는 집권 초반부터 참사 그 자체였다.
2015년 2월 기준 박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 후보는 모두 62명이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마했다. 낙마율 14.5%로 노무현 정부 3.8%, 이명박 정부 8.4%의 배를 웃돈다.
낙마 이유도 다양하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1. 김용준 - 총리 / 자녀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2. 안대희 - 총리 / 고액 수임료
3. 문창극 - 총리 / 식민사관 논란
4. 이동흡 - 헌법재판소장 / 특정업무경비 유용, 증여세 탈루
5. 김병관 - 국방부장관 / 부동산 투기, 무기중개업체 자문
6. 김종훈 -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 이중국적, CIA 자문
7. 김명수 - 교육부 장관 / 논문표절, 연구비 착복
8. 정성근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음주운전 전력
9. 한만수 - 공정거래위원장 / 해외 비자금 계좌, 세금 탈루
장관이 아니라 사법처리를 당했어야 할 인사들을 장관으로 기용하려 했으니 낙마는 당연한 귀결이겠다. 특히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온누리교회 강연에서 한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경악했다.
이쯤되면 인사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정반대로 나갔다. 인사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그냥 앉힌 것이다. 언론외압, 병역비리, 삼청교육대 전력 등 역대 최악의 총리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완구를 총리로 임명하는가 하면, 그가 성완종 리스트로 낙마하자 이번엔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을 총리에 낙점했다. 황 총리 역시 종교편향과 병역 면제 의혹으로 자질시비가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그뿐만 아니었다. 이철성 현 경찰청장은 음주운전 이력이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렀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회전문 인사란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이런 시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리더십 위기에서도 ‘인사 참사' 이어져
박 대통령의 인사 방식은 리더십 위기에 봉착한 지금에 조차 바뀌지 않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의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2주연속 4%를 기록했다. 헌정 사상 역대 최저치다. 통계치 4%는 사실상 그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돌아선 민심을 끌어안아야 하는 처지다. 이 와중에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으로 간 한광옥 국민통합위원장 후임으로 최성규 목사를 내정했다.
최 목사는 세월호 참사 3개월 후인 7월 <국민일보>에 광고를 냈다. 그 중 일부를 인용한다.
"진상조사는 정부에 맡기자. 특별법 제정은 국회에 맡기자, 책임자 처벌은 사법부에 맡기자, 진도 체육관에서 나오고 팽목항에서도 나오고 단식 농성장에서도 서명 받는 것에서도 나와 달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희생자 가족이 아니라 희망의 가족이 돼 달라.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참사 피해자가 아니라, 안전의 책임자가 돼달라."
요약하면 ‘진상규명은 관계기관에 맡기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이다. 광고가 나온 때는 세월호 참사 정부 책임론이 비등하기 시작하던 시점과 맞물린다. 이로 인해 최 목사의 광고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최 목사는 2012년엔 같은 신문 광고에 "18대 대선을 앞두고 5.16평가가 뜨겁다. 그림자도 있지만 반면교사로 삼고 5.16이 올 수밖에 없었던 정치현실과 국민생활의 변화를 주목하자. 5.16은 필연이자 변화의 기회"라며 충성심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지적했듯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민 통합이 가장 시급한 시기다. 이 시기에 최 목사를 국민통합위원장에 앉혔으니 박 대통령이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니 국민이 안중에 있기라도 하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인사는 너무 끔찍했다. 불행하게도 국정 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지금 이 순간에도 끔찍한 인사는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해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 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고 했다. 또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위에 적은 담화 내용, 그리고 최성규 목사의 국민통합위원장 임명을 놓고 보면 박 대통령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양심도 없어 보인다. 이런 파렴치한 대통령 때문에 국민들은 12월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민들이 더 이상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