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장 ‘제주평화 선언문’ 채택

회무처리는 순탄히 진행

[기장총회10신] 제93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서재일 목사)는 23일 오후 8시 40분경 각 안건심의부 보고 및 처리를 일부 마치고, 정회를 선언했다. 오늘까지 보고 처리된 부서들은 선교부, 해외선교부, 교육부, 사회부, 신도부 등이며 정치부, 법제부 그리고 재정부의 보고 및 처리를 남겨두고 있다.

이날 통과된 주요 부서의 안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선교부에선 기장인의 공동체성과 자긍싱을 높이고 ‘비전 2015운동’의 선교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해 헌의한 ‘기장인 대회’가 총대들의 동의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기장은 ‘기장인대회’를 노회와 광역별로 수시로 개최하는 한편, 총회 차원에서는 5년에 한 번씩 열기로 했다. 

해외선교부 심의안건에는 인도네시아 파순단 교회, 마다가스카 예수 그리스도교회, 일본 그리스도교교회 등과의 협력 관계에 대한 총대들의 동의, 제청이 있었다. 이로써 기장은 기존 26개국 37개 교단에서 28개국 40개 교단으로 해외협력 관계를 넓히게 됐다.

한편 사회부에선 교단의 양성평등 및 남북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안건들이 모두 통과됐다. 양성평등위원회에서 헌의한 양성평등정책협의회 개최 및 교단 내 양성평등지수 조사 실시 등의 안건들이 통과됐으며 평화·통일 위원회에서 제기한 ▲ 평화·통일선교정책협의회 개최 ▲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함께 하는 평화를 위한 기도회 개최 ▲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사업 지속 전개 ▲ 북녘 동포를 위한 나눔 사업 전개 등이 총대들의 박수로 통과됐다.

특히 이번 사회부 헌의안 중 관심을 모았던 ‘제주 평화 선언문’이 별다른 이견 없이 채택됐다. ‘제주 평화 선언문’은 총회 마지막 날인 25일  아침 ‘평화 기도회’ 때 선언된다.

다음은 제주 평화 선언문 전문.

“이르시되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 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겨졌도다”(눅19:42)

억압과 죽임의 세계 한 복판에서 십자가를 통하여 참 평화의 길을 열어주신 평화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오늘 제주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제93회 총회를 평화의 섬 제주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이에 우리는 기뻐하고 감격하면서 우리의 생명·평화 의지를 다짐하며 더 나아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선포된 제주도가 이름만이 아닌 명실상부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여기 우리의 뜻과 결의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 제주 4·3에 대한 추가 진상규명과 역사적 정명회복을 이루어야 한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학살이라는 역사적 비극인 제주 4·3은 반세기가 지나서야 겨우 특별법을 제정하고 진상규명의 첫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사건의 경과, 물질적 피해, 희생자 규모를 밝히는 미완의 진상보고서를 발표했을 뿐이다.

그러나 아직도 사건의 성격을 나타내는 정명의 문제, 학살자가 누구였는지를 밝히는 추가진상규명의 문제를 비롯하여 추가희생자 유해 발굴, 4·3국가추념일 지정 등 숫한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4·3위원회를 더욱 강화하고 더 나아가 이 땅 제주가 진정한 생명평화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조치와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둘째,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해군기지건설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제주는 미래를 향하여 무한히 열려있는 무한 가능성의 땅이다. 그것은 제주의 무한한 자연과 역사를 바탕으로 평화의 교두보요 평화의 전진기지가 될 수도 있고, 한편 그 선택에 따라서는 미국과 중국을 대척점으로 하는 신 냉전의 최전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주 땅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코 찬성할 수 없다. 그것은 오늘의 시대정신인 생명·평화에도 역류하는 일일뿐만 아니라 평화를 갈망하는 제주의 역사 앞에서도 죄를 짓는 일이다. 동서 냉전의 갈등이 이 땅 대한민국의 육지부에서는 한국전쟁으로, 제주에서는 4·3의 뼈아픈 역사로 점철되었던 통한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우리는 또 다시 신 냉전의 화약고의 위험성을 떠안을 어떠한 군사기지도 제주에 건설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천명한다.

셋째, 오늘의 개발지상주의 앞에서 마지막 생명의 땅 제주만은 제주답게 지켜가야 한다.

지금 온 나라는 경제 지상주의와 개발 지상주의로 홍역을 앓고 있다. 어느 한 곳 예외 없고, 어느 한곳 숨 쉴 수 없는 난개발의 열풍과 그 후폭풍을 동시에 맞고 있다. 이 땅 제주 또한 예외가 아님을 본다. 온갖 경제논리와 관광개발의 미명하에 대한민국의 진주요 심장과도 같은 이 땅 곳곳이 파헤쳐 지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한다. 제주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남은 생명의 땅임을, 이 땅을 파헤치는 것은 어머니의 가슴을 파헤치는 짓이요. 그 분의 가슴을 난도질 하는 일이다. 우리 어찌 이 일을 그저 바라만보고 있을 수 있겠는가? 제주의 자연과 생명은 제주답게 지키고 보전되어야만 한다. 그것만이 우리에게 내려진 하늘의 은총과 선물을 온전히 지켜가는 일이다.

천해의 땅 제주, 역사의 땅 제주, 생명평화의 땅 제주!

이 하늘의 놀라운 은총인 제주도가 자연과 숨 쉬는 참 다운 생명평화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우리 기장교회 35만 성도들은 이 일을 위해 모든 기도와 수고의 땀을 흘리며 끝까지 진력해 나아갈 것을 생명과 평화의 주님 앞에 다짐한다.

2008년 9월 25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3회 총회 ‘평화기도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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