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비상시국대책회의(상임의장 김상근 목사)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국민주권시대를 여는 시국기도회'(아래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이번 시국기도회엔 NCCK회장을 맡고 있는 조성암 암브로시우스 한국 정교회 대주교,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 한국기독교장로회 권오륜 총회장, 김영주 NCCK 총무 등 NCCK 회원교단 교단장들 대부분이 참석했다. 시국기도회에 참여한 목회자, 성도들은 박근혜 정권에 항의하는 침묵의 표시로 검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시국기도회 설교를 맡은 신경하 감독(시국회의 공동의장)은 "박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에 성장이 멈춘 사람"이라며 "세월호 7시간 동안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런 나라 국민으로 사는 게 억울하고 분하면 현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 이것이 정의이고 사랑"이라고 했다. 신 감독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제2, 제3의 박근혜 세력이 독버섯 처럼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시국기도회는 순례 예전에 무게중심이 있었다. 시국기도회를 마친 NCCK 회원교단 교단장들과 목회자, 성도들은 광화문을 출발해 종로구 율곡로 평화의 소녀상,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종로 1가 르메이에르 타워, 광화문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차례로 순례했다. 비상시국대책회의는 순례의 의미에 대해 "우리의 행진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불의한 역사에 항거하는 거룩한 헌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함께 역사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넘어 민주주의 회복, 국민주권 실현의 새 하늘 새 땅을 향해 힘차가 나아가자"고 선포했다.
마지막 순례지인 광화문 세월호 광장 희생자 분향소에서 도착한 회원 교단장들은 희생자에게 헌화하며 그들의 넋을 기렸다. 순례단을 맞은 단원고 2학년 3반 최윤민 학생 엄마인 박혜영 씨는 "우리 유가족들은 서러운 3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이 광장에 나와 세월호 7시간을 외친다. 국민들이 이렇게 외쳐 주는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순례를 마친 행진단은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성찬식을 가진 뒤 해산했다. 한편 이날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 표결은 9일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