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9일은 대한민국 국회는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실로 역사적인 결정이나,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사필귀정이다.
박근혜 정권은 출범부터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통성 시비에 시달렸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장 당선무효가 됐을 상황이었다. 여기에 박근혜 정권은 적반하장으로 맞섰다.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 총장을 찍어내고 수사팀을 공중분해 한 것이다. 그리고 보수 언론과 극우단체를 동원해 논란을 부추기고,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을 비판하면 거침없이 ‘종북'이란 낙인을 찍었다.
정통성 논란은 논외로 하자. 청와대에 입성한 박근혜 씨는 자신의 대선 공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폐기했다. 경제 민주화 공약은 공염불이 됐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기초노령연금 공약도 상당부분 후퇴했다.
더욱 심각한 건, 세수부족을 교통범칙금 혹은 담배값 인상 등으로 채웠다는 점이다. 전자는 애꿎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면서, 후자는 국민의 생활에 직결되는 기호품에 세금을 물려서 국민의 호주머니를 쥐어짠 조치였다. 참으로 사악하다.
이 정권의 사악함은 세월호 참사에서 극에 달했다. 지금 박근혜 씨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딴짓'을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2년 8개월이 지나는 동안 박근혜 씨는 자신의 참사 당일 행적을 숨기고자 유가족들을 가혹하게 대했다. 그것도 모자라 진상규명을 위해 꾸려진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활동을 방해했다. 여기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창궐해 국민이 불안에 떠는 데도 속수무책이었고, 일련의 대규모 집회에 법질서 운운하며 물대포를 동원했다가 한 농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12.28 한일위안부 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의 조치는 또 웬 말이었던가?
공명선거를 통해 들어선 정권이라도 권력을 이렇게 행사하면 안된다. 하물며 정통성 논란이 가시지 않은 박근혜 씨의 지난 3년 8개월은 학정에 다름 아닌 통치를 했다.
유린당한 민주주의, 국민의 힘으로 다시 세우자
박근혜 씨는 입법 기관인 국회마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야당은 적대시했고 여당은 거수기쯤으로 알았다. 그가 입법부의 존재이유, 그리고 삼권분립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나 했을까? 국민의 분노는 비단 박근혜 씨가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국정농단의 길을 터준데 그치지 않는다. 그가 민주주의를 능욕하고 유린한데 대한 거룩한 분노였던 것이다.
박근혜 씨는 탄핵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검찰은 11일 박근혜 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 국가 기밀 유출, 대기업 인사 개입의 공범이라고 결론 내렸다. 나름 상당한 수사성과이나 세월호 7시간 행적,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및 검찰 인사개입, 최순실 딸 정유라의 특혜 의혹 등의 규명은 특검의 과제로 남게됐다. 국민들이 이 모든 의혹의 진상규명을 원하는 만큼 특검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박근혜 씨는 직무정지 되기 직전 세월호 특조위를 방해했던 조대환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앉혔다. 국민을 노골적으로 모욕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얼결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더욱 가관이다. 그는 총리 임명 시점부터 종교편향과 병역의무 면탈, 공안검사 이력으로 자질시비가 일었던 인물이다. 공안검사가 완장질 하는 모습 보려고 국민들이 추운 겨울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동안 박근혜 씨가 유린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위안부합의·국정역사교과서 등 이 정권이 국가와 민족에 저지른 죄악을 바로잡기 위해 촛불을 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촛불은 불타올라야 한다. 여기서 그치면 아니함 못하다. 계속 촛불을 밝혀 박근혜 뒤에 숨은 사악한 기득권 세력들을 드러내 남김없이 청산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왜곡으로 점철돼 있었다. 바로 지금이 잘못 꿴 첫 단추를 바로 잡을 기회다. 박근혜 탄핵은 신호탄이다.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했던 느헤미야의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뒤틀린 역사와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 나가자.
박근혜란 거악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 위에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