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황 대행이 지난 14일 정세균 국회의장 면담을 앞두고 대통령급 의전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황 대행은 이전에도 의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지난 3월 관용차를 몰고 서울역 플랫폼까지 밀고 들어가는가 하면 11월엔 오송 KTX역에서 그를 태우러 온 의전 차량이 시내버스 정류장에 불법 정차하기도 했다. 더구나 11월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론이 들끓던 시점이어서 황 대행의 처신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의전은 애교 수준으로 봐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가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세월호 수사를 막고, 담당 수사팀에게 인사보복을 가한 정황이 <한겨레신문> 보도를 통해 불거져 나왔다. 이 신문 보도 중 두 대목을 그대로 인용한다.
"당시 법무부와 검찰에 근무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은 15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인명 구조에 실패한 김경일 전 123정장에 대해 7월말 업무상 과실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법무부에서 한사코 안 된다, 빼라고 난리를 쳐서 결국 영장에 넣지 못했다. 법무부는 기소를 앞둔 10월초까지도 ‘업무상 과실치사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이는 황 대행의 방침이라는 말을 법무부 간부들한테서 들었다고 말했다. 황 대행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28일 국회에 출석해 ‘신속·철저한 진상 규명'과 ‘적극적인 법률 적용'을 다짐했지만, 뒤에서는 검찰 수사를 틀어막고 있었던 셈이다."
"수사팀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다소 낮아진 10월초에야 김 전 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할 수 있었다. 김 전 정장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변찬우 지검장 등 당시 광주지검 지휘부와 대검 지휘라인은 이듬해 1월 검찰 정기인사에서 일제히 좌천을 당했다. 이 때문에 검사들 사이에선 황 대행의 ‘보복 인사'라는 해석이 파다했다."
황 대행은 수사 외압과 인사보복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수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권 방패막이 자처하며 승승장구
그간 황 총리는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정권의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검찰이 채동욱 전 총장의 지휘 아래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자, 그는 채 총장을 표적감찰로 압박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에서는 직접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정부측 입장을 변론했다. 이때부터 그가 청와대 비서실장 혹은 국무총리 같은 요직을 꿰찰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었고, 이 예상은 곧 현실로 드러났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균열이 가면서 황 대행은 잠시 위기를 맞는가 했다. 박 대통령이 ‘책임 총리'로 김병준 후보자를 지명하자 황 대행은 심기가 거슬렸는지 그날 이임식을 준비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김병준 후보자 지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그는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자리까지 꿰찼다. 검찰 조직에선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그가 뒤늦게 출세가도를 달린 것이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게 되면서 기독교계에선 이상한 기류가 일기 시작했다. 그동안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한국기독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교회언론회 등은 황 대행 체제에 드러내놓고 지지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황 대행 체제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인터넷과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확산되는 게 사실이다. 기독교 보수 인터넷 사이트인 <갓톡>은 1998년 11월 <주간기독교>에 실린 황교안-최지영 부부의 삶을 소개한 기사를 재인용했다. 이 기사는 황 총리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법대를 졸업한 남편은 검사가 되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고시공부를 했다. 남편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고 시험에 합격하면 신학을 하겠다고 서원을 했다. 남편은 시험에 합격했고 그 약속대로 대학졸업 후 다시 신학교 3학년으로 편입을 했다. 그래서 남편은 교회에 가면 전도사다."
그런가하면 목동에 위치한 예장통합 교단 소속 교회에서는 "오늘 수요예배 때 하나님 믿는 기도의 사람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황 총리를 위해 더 기도해야한다"는 메시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가 황 대행에 우호적인 건 그가 기독교 신자이고, 특히 전도사로 시무한 경력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교회 출석과 ‘전도사' 타이틀이 기독교인임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열매, 즉 행위의 결과가 기독교인임을 분별하는 기준임은 명백하다. 그간 황 대행이 보여준 행적은 기독교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불의한 권력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승승장구한 측면이 더 강하다. 더구나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에 아파하고, 진상규명을 바랬음에도 황 대행이 법무부의 수장으로서 세월호 수사를 막은 점은 명백히 반기독교적이다.
사실 황 대행이 기독교 정신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건 법무장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어느 정도 입증이 됐다. 단지 기독교계가 분별력을 상실해 황 대행의 사람됨을 알지 못할 뿐이다.
더 말할 것도 없다. 우선 정치권은 황 대행의 거취에 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촉구하기 바란다. 또 세월호 참사 진실을 막았다는 정황이 불거진 만큼, 박근혜 게이트를 수사할 박영수 특검은 그를 소환 조사해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고 본다.
끝으로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에 바란다. 그동안 기독교계는 이명박 정권 출범에 기여했고,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그런 기독교계가 황 대행마저 요셉 운운하며 우호적인 여론을 지피고 있으니, 도대체 얼마나 더 지탄을 받아야 정신을 차릴텐가?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부디 옳고 그름을 제대로 식별하기를 간절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