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 온 '캣니스 에버딘' “난 내 직업을 사랑해요”

제니퍼 로렌스, 신작 <패신저스> 홍보차 크리스 프랫과 내한

Jenifer
(Photo : ⓒ 씨제이씨지브이㈜)
제니퍼 로렌스는 2010년 작 <윈터스 본>에서 놀라운 연기를 펼쳐 주목을 받았다.

데보라 그레닉 감독의 2010년작 <윈터스 본>은 소녀가장 리 돌리의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이다. 돌리의 아빠는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진다. 이러자 경찰은 아빠의 소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통보한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는 병약해 몸 져 누운지 오래고 어린 동생들도 돌봐야 한다. 열일곱 소녀가 감당하기엔 벅찬 상황이지만, 리 돌리는 기꺼이 가장의 역할을 감당해 나간다.

리 돌리로 분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는 6년이 지난 지금 봐도 놀랍다. 리 돌리란 평면적 캐릭터는 작은 체구지만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금발 소녀 제니퍼 로렌스에 힘입어 생기를 얻는다. 무엇보다 아빠를 찾으려 백방으로 나서다 못된 어른들에게 흠씬 얻어맞아 어금니가 부러졌음에도, 끝내 의지를 굽히지 않는 장면은 제니퍼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그녀는 <윈터스 본> 출연 이후 <헝거 게임> 3부작에서 타이틀 롤 캣니스 에버딘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헝거 게임> 시리즈의 캣 니스는 리 돌리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리 돌리처럼 캣니스 역시 병약한 엄마와 어린 여동생을 돌보는 처지다. 여동생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헝거 게임'에 차출되자 자신이 대신 출전하겠다고 나선다. 이런 캣니스의 모습은 <윈터스 본>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동생들을 살포시 껴안으며 "난 너희들을 두고 떠나지 않아"라고 다독이던 리 돌리와 묘하게 겹친다.

그녀는 이어 2013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티파니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윈터스 본>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지 3년 만의 일이다. 실로 무서운 속도다. 그런데 제니퍼 로렌스는 될 성 싶은 떡잎 이었고, 그래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참으로 당연해 보인다. 물론 줄리안 무어의 사례처럼 수차례 미역국(?)을 먹은 뒤에야 가까스로 상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그리고 그에 앞서 출연한 <헝거 게임> 3부작의 캣니스 애버딘을 떠올려 본다면 그녀가 오스카를 차지할 자격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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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신작 <패신저스> 홍보차 한국을 찾은 제니퍼 로렌스가 16일 영등포 CGV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스카 수상 이후 그녀의 연기는 더욱 물오른 느낌이다. <아메리칸 허슬>에서 로잘린 역을 맡아 크리스천 베일, 에이미 애덤스 등과 당당히 연기대결을 펼치는가 하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미스틱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아메리칸 허슬>에서 약간 모자란 듯한 모습으로 폴 맥카트니의 ‘Live and let die'에 맞춰 요염하게 춤 추는 제니퍼의 연기는 또 다른 매력을 풍겼다. 니콜라스 케이지, 덴젤 워싱턴, 할 베리 등 선배 연기자들이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실로 대단한 활약이 아닐 수 없다.

상 타려고 연기하지 않아

제니퍼 로렌스는 단지 연기만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 지난 해 10월 그녀는 출연료 협상에서 여자 배우들이 남자배우 보다 불이익을 당하는 할리우드의 여성 차별 관행을 꼬집었다. 그녀는 인터넷 상담 사이트 ‘레니(Lenny)'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소니 픽쳐스의 시스템이 해킹됐을 때, 내가 동료 남자 배우들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소니 펵쳐스에 화가 나지 않았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내가 일찍 포기했기 때문에 그들과의 협상에서도 실패한 것이다. (중략)

솔직히 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기를 원했다. 제대로 싸우지 않고, 그냥 계약하기로 결정했던 배경에 그런 이유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까다롭거나, 버릇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선 ‘엿 먹어'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연기만큼이나 세상사에도 당찬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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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신작 <패신저스> 홍보차 한국 찾은 제니퍼 로렌스(왼쪽)와 크리스 프랫

그런 그녀가 신작 <패신저스> 홍보차 동료배우 크리스 프랫과 함께 지난 16일 한국을 찾았다. 그녀와 함께 온 크리스 프랫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쥬라기 월드>, <매그니피선트 7> 등으로 주목 받는 배우여서 두 배우의 한국 나들이는 팬으로선 반갑기만 하다.

그녀는 이날 영등포 CGV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평생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여우주연상을 23세 때 수상했는데 그 이후로 배우로서 꿈과 목표가 달라지지 않았나?"는 질문을 받았다.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평생 노력해서 받고 싶은 귀한 상을 젊은 나이에 받았다. 하지만 배우로서 일을 하는데 이 상이 뭔가를 바꾼 것은 절대 아니다. 상 때문에 연기하거나 상을 받고 싶어서 배우가 된 건 아니다. 내 목표와 꿈은 변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나는 영화를 사랑하고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중략) 23세에 큰 상을 수상했다는 건 너무나 큰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와 연기하는 방법은 변하지 않았다. 내 직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이 러브 잇(I Love It)"

이 답변을 들으면서 그녀의 연기영역이 앞으로 무궁무진 확장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그녀가 2~30년 뒤 관록까지 더한다면?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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