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동서신학자들 모여…다양한 신학적 소재 진솔한 대화

4일 동서신학포럼 연세대학교 상남경영관에서 열려

동서양 신학자들이 만나 다양한 신학적 소재를 중심으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환경으로 인해 신학의 인식 그리고 신학 함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이들의 모임은 오히려 그런 다양성 때문인지 더 빛을 발했다.

4일 연세대학교 상남경영관에서 동서신학포럼(이사장 장현승 목사)이 열렸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이 포럼은 동서양 신학자들의 공동 활동을 통해 신학의 발전을 꾀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다양한 신학적 소재를 갖고, 그 해석면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고,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했으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성숙한 모습 속에서 발전적인 대화가 이뤄졌다.

그 중에서도 통합적 신관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기상 교수(한국외국어대 철학)의 발제는 동서 신학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4일 연세대학교 상남경영관에서 동서신학포럼(이사장 장현승 목사)이 열렸다.ⓒ이지수 기자

이기상 교수는 “지구촌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신관 또는 신개념에서도 통합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다시 말해 신관에 대해 서로 이성적으로 대화하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른 문화권의 신관 또는 신개념에서 배우고 취할 것이 있으며 배우고 취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서양을 넘어 통합적 신관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

이기상 교수는 또 “지구촌 시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신에 대한 열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구촌 시대’라는 말은 지구 위의 모든 인간이 ‘하나’의 지구에서 함께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며 “현대 인류가 닥치고 있는 위기에 우리는 지혜를 모아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이런 위기와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지혜와 통찰, 과학과 기술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적 신관이 형성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 교수는 통합적 시각을 말했다.

“모든 개별적인 분야에서의 통합적인 시각과 그에 맞갖은 통합학문이 필요할 뿐 아니라 이 모든 개별 분야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전체에 대해서도 통합적인 시각과 통합학문이 요구된다. 인간, 자연/우주, 신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과 통합학문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는 다양한 문화권에 다양한 신관이 있고 그에 따른 신앙과 가치관이 있음을 사실로 인정하고 출발해야 한다”며 “신에 대한 통합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통합적 신관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 교수. 그렇다면 그의 통합적 신관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다석 유영모에 정통한 학자답게 다석의 신 이해에서 하나님과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 통합적 신관이 갈 길을 비췄다.

이 교수는 “한국인이 하느님과의 다양한 관계맺음 속에서 하느님의 말건네옴에 나름대로 응답하며 부여한 하느님에 대한 특징과 그 개념파악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독특한 신에 대한 체험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하며 다석에게 나타난 신 이해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다석은 “하느님은 본디 이름이 없다. 하느님에게 이름을 붙일 수 없다. 하느님에게 이름을 붙이면 이미 신이 아니요 우상이다. 신이라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것인데 무슨 이름을 붙이는 것도 좀 이상하다. 하나님의 이름은 없다...(중략)...‘나는 나다’. 이것이 모세의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이름이 없는 것이 신이다” 이 교수는 이처럼 “한국인은 하늘을 없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이렇게 우리는 ‘있음’을 최상위의 범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있음 바깥에 있음을 담고 있는, 있음을 가능케 하는, 있음을 둘러싸고 있는 ‘텅빔’, ‘빈탕한데’를 생각했다. 그리고 하느님이 바로 이 ‘텅빔’의 차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것을 우리는 ‘없음’의 차원, 무(無)·공(空)·허(虛)의 차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있음의 지평이 아닌 없음의 지평에서 세상을 보았고 신을 보았다”고 했다.

그럼 이 같이 없이 계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교수에 따르면 다석은 ‘거룩한 하나님’ ‘없이 계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길로 ▲ 무한한 우주의 허공을 보는 것 ▲ 우주에 깔려 있는 무수한 별무리를 보는 것 ▲ 내 마음 속으로 오는 성령[한얼]을 만나는 것 등이다.

이 교수의 발제에 이어 13세기의 교부 철학자로 불리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삼위일체론과 거의 동시대에 살았던 송나라 주자의 태극이기설을 비교하는 논문 발표도 있었고, 근본주의와 심령주의란 이분법적 도식을 넘어서려는 연구 발표도 있었다.

안셀름 민 교수(클레어몬트 대학원 대학교 종교철학 교수)는 기독교의 고전적인 삼위일체론과 주자의 태극이기설을 비교 분석하는 시도를 해봤다. 그는 “동서를 비교하는, 특히 그리스도 사상과 주자를 비교하는 논문은 흔하지만 이처럼 삼위일체론과 주자의 태극이기설을 직접적인 비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논의나 시도는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보인다”며 “비록 두 학설이 개념적으로 동일하지 않고, 아울러 수많은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학설 사이에는 대단히 의미심장한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삼위일체론에 의하면, 성부는 성자와 성령의 신성과 모든 피조물들의 실재의 궁극적인 원천인데 이와 마찬가지로 주자의 태극은 동시에 이와 기를 포함하는 삼라만상의 모든 생명과 운동의 궁극적인 원친이리난 것이다.

아울러 안셀름 민 교수는 “성자는 성부의 자기인식이며 자기개념으로서, 만물의 모든 원형을 품고 있다”면서 “그와 마찬가지로 이는 하늘의 궁극적인 이치로서 만물의 모든 형상과 본질의 궁극적인 원형을 제공한다”고 했다. 또 “성령은 만물의 생명과 움직임을 주재하는 하나님의 능력이다”라며 “그와 유사하게, 기는 만물의 생성과정을 주관하는 힘이요 생명력이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며 토마스 아퀴나스의 삼위일체론과 주자의 태극이기설의 유사성을 설명해 동서 신학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신학적 관심의 차이로 나타난 문자주의와 심령주의란 이분법적 도식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다. 크리스토프 슈뵈벨 교수(튀빙엔 대학교 신학과)는 ‘말씀과 영: 하나님의 두 손’이란 논문에서 근본주의(문자주의)와 심령주의를 넘어선 길을 보여주는 신학적 전략을 찾고자 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의 종교적 상황 속에는 두 가지 주요한 경향이 존재한다. 하나는 ‘오직 문자로만’의 종교라고 부를 수 있는 근본주의적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수많은 종교적 전통에서 유래한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해 인격적인 심령의 융성을 자극하는 ‘오직 영으로’의 종교로 명명할 수 있는 경험주의적 심령주의다.

슈뵈벨 교수는 근본주의와 경험적 심령주의의 일면성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개혁 신학의 원천을 말씀과 영의 관계 문제로 분석했다. 그는 “루터와 칼빈은 성경의 증언을 모두 삼위일체 하나님의 자기현시를 위한 도구로 이해한다”며 “이러한 사실은 성경의 문자를 하나님의 삼위일체 사역이라는 틀 안에 재정위함으로써 근본주의에 대한 하나의 치유책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 거꾸로 “영을 분별하고 다양한 형태의 영성과 그리스도의 영을 구분하는 것은 종교개혁가들에게 성령을 말씀과의 끊을 수 없는 연관 속에서 이해할 때만 가능한 것이 된다”며 “영과 말씀을 재결합하는 것은 결과가 그 내용으로부터 단절되는 자의적 영성에 대한 치료책처럼 여겨진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말씀에 대한 강조와 성령에 대한 강조가 삼위일체적으로 통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종교적 다원주의 상황에서 기독교에 주어진 사명은 정신에 대한 사명이자 자유의 사명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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