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가 시간제 노동자는 물론 계약직, 심지어 정규직 사원들의 임금도 체불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태의 진원지였던 이랜드파크는 급기야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3년 이내 입사한 노동자 중 임금을 제대로 받지못한 이들에 대한 체불임금 이자 및 미지급금 신속 지급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내놓고 진화에 나섰다. 이랜드 그룹은 ‘기독교 기업'을 내세웠기에, 사태의 불똥은 기독교계도 튀었다.
그동안 이랜드 그룹의 행태를 수차례 지적했기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보다 노동자의 임금을 가로채 축적한 돈의 용처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이랜드가 시간제 노동자 임금을 가로채 챙긴 돈은 연간 83억 여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규직, 계약직 노동자의 임금 체불액은 연간 927억 여 원으로 추산된다. 얼른 계산해도 이랜드가 노동자 임금체불로 확보한 자금규모만 1천 억이다.
한국 기업문화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는 비자금이다. 비자금은 여러 가지로 규정이 가능하지만, 정식 회계에 잡히지 않는 돈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한국 기업, 특히 재벌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자사 계열사간 내부 거래액을 부풀려 빼돌리는가 하면, 국가에 납부해야 할 세금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해 조성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돈의 용처다. 투명하지 않은 돈은 역시 투명하지 않은 유통경로를 거쳐 이곳저곳으로 흘러들어간다. 때론 유력 정치인에게 흘러 들어가기도 하고, 또 때론 검찰-법원 등 사법당국에 보험금(?) 형식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번 미르-K스포츠 재단 사례 처럼 정권이 요구할 할 때 언제든 출연하기 위해 금고에 보관되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온갖 범죄의 자양분이 된다는 말이다.
이 지점에서 드는 이랜드가 노동자 임금을 빼돌려 1천 억 가까운 규모의 자금을 조성한 건, 혹시 다른 목적이 있는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물론 이 같은 의심이 지나친 것일 수 있고, 따라서 이랜드로서는 부당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투명하지 못한 기업경영은 결국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 현재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따지고 보면 기업의 불투명 경영관행과 정권의 탐욕이 빚은 참극이니 말이다.
일단 이랜드 외식 사업부의 임금체불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측은 이랜드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5일 MBC라디오 <김동환의 세계는, 우리는>에 출연해 이 같이 밝혔다.
"민형사상 밀린 임금 체불임금을 지불해야 되는데 회사(이랜드)에서 지금 이 문제에 대한 자료들을 다 줘야 됩니다. 자료들을 개별적으로 직원들에게 이전 퇴사한 직원들에게도 주고 있지 않은데 오늘 저희가 밝힌 건 F1이라고 하는 직원관리시스템, 출퇴근 시간이 찍혀져 있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출근 시간 7시 반, 퇴근 시간 11시로 찍혀져 있는데 근로시간은 8시간으로 이렇게 돼 있는 자료를 저희가 입수를 했어요. 그래서 이 증거자료를 인멸하기 전에 검찰에 이것을 고발하고 압수수색 해서 F1 직원관리시스템을 압수를 해야지 명확하게 밀린 임금에 대한 지불도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그리고 회사도 이것에 대한 처벌을 분명하게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보고 있기 때문에 검찰고발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이 의원실의 계획을 환영한다. 사실 이 정도 정황이라면 검찰이 나서서 이랜드를 압수수색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검찰이 수사권을 발동해 이랜드의 임금체불 편법 사례를 낱낱이 찾아내,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여기에 혹시 이랜드가 체불임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에도 수사력을 모아주기 바란다.
이랜드가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환경 향상에도 성공한다면, 구태여 기독교 기업이라고 간판에 적지 않아도 모든 이들이 이랜드를 기독교 정신에 충만한 기업으로 볼 것이다. 모두가 이랜드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