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가톨릭,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종교인이 꾸린 ‘조속한 국가운영 정상화를 바라는 종교인모임'(아래 종교인모임)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기본권 실현과 국정안정을 바라는 종교인 선언'(아래 종교인 선언)을 발표했다.
종교인모임은 종교인 선언에서 ▲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결정 ▲ 황교안 대행체제 권한 행사 최소화 ▲ 국민주권이 직접 실현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는 개헌 추진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종교인 모임은 개헌과 관련, "현행 헌법은 개정 절차가 너무 까다로와 국민의 시대적 이익이나 뜻의 반영이 어렵게 돼 있다. 종교인 모임이 제안한 헌법 개정은 헌법이 국가와 국민을 향해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아래는 종교인 선언 전문이다.
국민기본권 실현과 국정안정을 바라는 종교인 선언
조속한 국가운영 정상화로 경제위기와 안보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2017년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은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국회로부터 탄핵되어 국정운영이 중단되고,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동시에 우리를 덮쳐오고 있다.
한국경제는 수출 감소와 내수 위축 그리고 대기업의 투자 부재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보호무역주의와 금리인상 등은 우리경제의 위기를 가속시킬 전망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보복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류가 사라지고, 대중국 수출장벽이 높아지고, 관광차단과 반덤핑 등에 법적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 1,300조원의 가계부채의 뇌관을 때릴 경우 1997년, 2008년 보다 더 큰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 경제위기를 부추기는 또 다른 핵심은 컨트롤타워 부재와 불확실성이 다. 국정이 마비된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위기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국정운영의 안정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안보위기도 심각하다. 1월20일 예정된 미국 트럼프 새 행정부의 출범은 미중관계의 격랑과 핵 문제를 놓고 북미간 충돌이 예고된다. 미중의 갈등과 충돌이 남중국해에서 현실화 될 경우 이는 한반도의 안보위기로 직결될 것이다. 북미간의 대화가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한반도의 평화는 계속 위협받게 되고, 전쟁의 위험은 고조될 전망이다. 안보위기를 고조시키는 또 다른 핵심은 ‘정상 외교'를 할 수 없는 ‘외교공백'이다. 경제위기와 마찬가지로 외교공백도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안보 위기는 고조되고, 우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종교인들은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다음 3가지를 긴급히 제안한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신속히 결정하기 바란다.
국정운영 공백의 장기화로 인한 국가위기를 최소화 하고, 광장에 모인 국민들의 촛불민심을 받아 들어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헌재 결정에 대한 압력이나 간섭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위기와 촛불민심을 전달하는 것이다.
둘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체제는 최소한의 국정운영 공백을 관리하는 것 외에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이나 인사를 계속 추진해서는 안 된다. 과도체제인 황교안 대행은 국민들이 반대하거나 찬・반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력,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 등의 졸속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촛불민심에 반하는 행보를 계속한다면 국민의 반발과 저항을 받게 될 것 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사항들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깊은 숙의와 국민적 대화 및 합의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황 대행이 지난 30일, 사실상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무를 총괄했던 송수근 문체부 전 기획조정실장을 1차관으로 임명한 것은 민심을 역행한 것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셋째, 정치권은 국민주권이 직접 실현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3개월간 계속되고 있는 촛불민심은 대한민국의 주권자가 국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더불어 주권자인 국민이 권력을 위임해 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권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탄핵하거나 소환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한다. 또 국민에게 헌법 개정과 법안을 발안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져야 하고, 헌법 개정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연성헌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과도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대통령의 권력을 감시하는 구조도 보완해야 한다. 현 재 대통령은 입법권과 사법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삼권분립의 정신에 따라 정부의 ‘법률안제출권과 예산편성권, 감사권' 등을 국회로 이관하고, 헌법재판소 장과 대법원장의 임명권을 독립시켜야 한다. 그리고 검찰총장, 국정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 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임기와 권한행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정과 행정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지방분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개헌과 더불어 승자독식이 아니라 연정과 협의정치가 가능하도록 선거법과 정당법도 개선되어야 한다. 표의 등가성과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2015년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확 대와 결선투표제 및 지방의원 정당공천배제 등도 도입해야 한다. 국회가 여야합의로 선거법 개정 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촛불민심에 화답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개헌을 미루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구성된 개헌특위를 적극적으로 가동하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 국민과 함께 하는 개헌특위가 되어야 한다. 개헌은 촛불민심을 반영한 성과이며 반복되는 정치적 불행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지금은 개인과 특정집단의 이해와 이익보다 국민과 국가공동체의 미래를 먼저 생각할 때이다. 헌법재판소와 황교안 대행체제, 정치권은 국민의 바람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우리 국민 모두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를 발휘해 신속히 국가운영을 정상화하고 희망찬 정유년의 새해를 열어가 길 소망한다.
2017년 1월11일 조속한 국가운영 정상화를 바라는 종교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