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얕 볕이 내리쬐는 오후. 생업을 뒤로 한 서민들이 서울 시청 앞 광장으로 하나 둘씩 몰려 들었다. 개중에는 기독교인들도 다수 있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참석한 인원을 헤아려 보니 약 800여명. 검은색 가운을 걸쳐 입은 한 목사가 강단에 올랐다. 그는 목이 터져라 외쳤고, 참석자들도 가슴팍을 부여 잡았다.
“세입자들의 권리를 말살하는 택지개발촉진법 및 재개발관련 악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진보·보수를 떠나서 이 악법을 폐지하는데 힘을 뭉쳐야 합니다” “약자들과 함께 하셨던 예수님은 세입자들의 편에 서 계십니다”
▲ 택지개발촉진법 및 재개발 관련악법 폐지촉구 집회에서 서경석 목사가 연사로 나서 연설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연설자가 외치는 듯한 연설에 참석자들은 “옳소” 때론 “아멘”하며 크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신도시·재개발 지역 전국교회연합회(이하 전국교회연합회) 주최로 8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택지개발촉진법 및 재개발관련 악법폐지 촉구집회에 연설자로 나선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공동대표)는 ▲ 택지개발촉진법 및 재개발관련 법이 악법이라고 했고 ▲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이 악법 폐지를 위해 뭉쳐야 할 때라고 했으며 ▲ 예수님은 약한 자들, 즉 세입자들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 목사는 종교부지 문제와 관련, 한국교회 내 빈부 양극화 현상의 심각성도 알렸다. 그는 “재개발이 있을 때마다 기존 교회는 쫓겨나고 서울의 큰 교회가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작은 교회 목사님은 교회를 개척했다가 재개발 당해 쫓겨나고 다른 지역에서 개척 교회를 하다가 다시 쫓겨나는 과정을 반복한다”며 “이러한 교회 빈부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잘못된 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혹 한국교회의 보수측에서 교회의 사회·정치 참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서 목사는 “하나님은 약자들의 고통을 관망만 하는 분이 아니시다”라며 “사회 내 약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올바른 복음 전파요. 그리스도인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서 목사는 교회의 정치적 행동에 앞서 교회의 회개를 촉구했다. 그동안 교회가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등한시 해왔다는 것이다.
연설이 끝나자 합심기도 시간이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그 동안 쌓았던 응어리진 것들을 한꺼번에 토해 내듯이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전국교회연합회측은 이날 집회에 앞서 임시 모임을 갖고, 이달 29일 또 다시 대규모 집회를 재차 열기로 합의했다.